김두길에게 단단히 경고한 뒤, 조희진은 식당 밖으로 나왔다. 이른 아침 석금 방파제에서 칠산호에 선원 짱구와 매제 용삼영을 태우고 출항했다. 어머니 이춘심의 시신을 찾으려고 형제섬과 왕등도 앞바다를 샅샅이 뒤진 다음, 오후 3시 쯤 파장금항에 들어왔다. 오후 5시 쯤 뭍으로 나갈 예정인 김두길을 만나서 부안경찰서 유치장에 있는 동생 조희오의 석방을 부탁했는데 일이 뜻대로 되지 않자 그의 머리꼭지가 휭 돌아버린 것이다.  

“개새끼들, 두고 보자 잉!”

파장금항에 정박해 있는 칠산호에 오르며 조희진은 김두길과 김동필을 결코 가만 두지 않겠노라고 이빨을 갈았다. 

“어찌기 됐냐? 고 새끼들이 오늘이라도 희올 풀어 줄 수 있다고 허더냐?”

조희진이 칠산호에 오르자 기관실에서 밖으로 나오던 짱구가 물었다. 조희진은 대답 대신 한숨만 푹푹 내쉬더니 오줌이 마려운지 급히 고물 오른쪽 귀퉁이로 가서 바지 지퍼를 내렸다. 그러자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 좋지 않다는 낌새를 챈 짱구의 입에서 사납고 거친 욕설이 쏟아져 나왔다. 

“고 호로자석들, 내 손으로 쥑이지 못허믄 애들이라도 풀어서 기언시 숭낭을 파버리든지 아니믄 멕아지를 따던지 헐턴께 상심허지 마라 잉! 그라고 희진아, 아까 너그 외삼춘헌티 객포서 출발헌다는 무전이 왔는디, 시방 삼성호가 임수도 가차이 왔을턴게 언능 바다로 나가야 쓰것다.”

조희진이 바지 지퍼를 올리며 대꾸도 없이 눈물만 펑펑 쏟아내자 고물 쪽으로 건너 간 짱구가 창나무를 잡고 출항 준비를 했다. 시동이 걸린 칠산호는 서서히 후진했고, 고물 왼편에 서 있던 용삼영이 닻줄을 잡아당겨 가지런하게 사렸다. 금세 파장금항을 빠져 나온 칠산호의 이물 쪽에 서 있는 조희진의 눈에 인당수의 참사현장이 들어왔다. 현장 상황은 그가 한 시간 전 파장금항으로 들어오면서 보았던 그대로였다. 서해훼리호 침몰 현장 주변에 군경의 함정과 위도의 어선 등 백여 척의 선박이 떠 있었다. 그 선박들은 아직까지 수습하지 못한 실종자를 찾고 물 밖으로 한 번 떠올랐다가 다시 물속으로 가라앉은 서해훼리호 선체를 인양하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흐윽 흐윽 흐으윽!…”

피울음을 쏟기 시작하는 조희오는 저 멀리 임수도 앞바다로 들어오고 있는 작은 고깃배 한 척을 발견했다. 그는 브릿지 안에서 쌍안경을 꺼내 임수도 앞바다를 살펴보았다. 그 고깃배는 예상했던 대로 격포에서 위도로 들어오고 있는 이윤복의 낚싯배 삼성호였다.  

“어엉어어어!… 어엉으으으!…”

임수도 앞바다에 들어선 삼성호 브릿지 안에서 김옥자가 울부짖었다. 그미를 곁에서 보살피고 있는 박양란의 곡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더욱 처절했다. 삼성호가 임수도 가까이 접근했을 때, 술기운이 올라 있는 이순신이 브릿지 안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소리쳤다.  

“제수씨, 곰방 임수도에 당도헐턴께 심들겠지만 언능 밖으로 좀 나와 보시오!”

흐느끼는 김옥자가 박양란의 부축을 받으며 브릿지 밖으로 나왔다. 삼성호가 격포항을 출발하기 전, 이순신과 김옥자는 유골을 뿌릴 곳을 미리 상의했다. 부안경찰서 유치장에 있는 조희오가 당부한대로 동해의 유골을 인당수와 거북바위 앞바다에 뿌리기로 했다. 

“사돈, 유골을 뿌려야 된께 배를 쪼까 천천히 몰아야 쓰것소.”

“알었네, 알었응께 어찌든지 안전허게 허소 잉! 사돈도 잘 알것지만 여그 임수도는 물살이 빠르고 언지나 농올이 심헌 곳인께 배 우그서 자빠지거나 갱물에 빠지는 일이 읎도록 조심허고 또 조심히야 쓰네 잉!” 

느린 속도로 앞으로 나가는 삼성호 갑판 위에서 내려다 본 임수도 앞바다의 너울은 이윤복의 말과 같이 예사롭지 않았다. 오늘 서해남부 해상의 든바다는 물론이고 난바다의 파고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인데도 인당수의 전설이 서려 있는 임수도 주변의 물결은 감때사나웠다. 작지만 날카롭게 모가 서 있는 삼각파도가 하얀 거품을 뒤집어쓰고 삼성호의 선체를 심하게 흔드는 바람에 이순신과 박양란의 부축을 받으며 기관실 앞 갑판으로 건너가던 김옥자가 두어 차례나 넘어질 뻔 했다. 

“어따 참말로 야들이 어쩌 이런다냐, 고만들 마시고 유골 뿌릴 준빌 좀 히놓란께 말도 안듣고 어쩌들 이러냐고?”

이순신이 짜증을 냈다. 그러자 기관실 앞 갑판 위에 둘러앉아 술잔을 주고받던 박문수와 김만수, 그리고 조희택이 벌떡 일어섰다. 선상의 술자리는 이순신이 마련했다. 격포항을 출발하기 전 술과 안주를 직접 장만했고, 삼성호가 격포항 방파제를 벗어난 직후엔 술자리를 손수 폈다. 그런데 임수도가 가까워지자 이순신은 술잔을 내려놓고 브릿지 안에 있는 김옥자를 데리러 고물 쪽으로 건너갔다, 그러면서 조희택에게 자리를 정리해 놓으라고 당부했다. 그런데도 술자리가 계속되자 짜증이 난 것이다.  

“제수씨, 넘어지면 안된께 여그 뱃전에 앉어보시오! 됐소, 됐응께 그렇기 앉어서 유골을 뿌리믄 벨탈이 읎을턴디, 아니 근디 쟈가 어쩌 저렇기 꾸물댄다냐! 얌마, 희택아! 그깟 책보 한나 못 끌리고 어쩌 그렇기 실번대냐!”

조희택은 유골함을 싸고 있는 흰색 보자기를 풀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술이 취한 탓인지 보자기 매듭을 쉽게 풀지 못했다. 그러자 이순신의 언성이 높아진 것인데, 옆에서 지켜보던 김만수가 조희택 대신 보자기의 매듭을 풀었다.    

“흐으윽, 동해야! 아아아아!…”

김옥자가 목재 유골함에서 유골가루를 조금 꺼내 삼성호 오른쪽 뱃전 아래 거칠게 일렁이고 있는 검푸른 바다에 뿌리며 울부짖었다. 남편 조희오도 없이 홀로 아들 동해와 영원히 이별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자니 이순신은 억장이 무너졌다.   

“어엉어어 동해야!… 어엉어어 희오야!…”

부안경찰서 유치장에 갇혀있는 조희오의 얼굴이 떠오르자 이순신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통곡했다. 한바탕 울부짖고 난 이순신이 등 뒤에서 오열하고 있는 조희택을 향해 소리쳤다. 

“희택아, 곰방 해떨어지기 생겼응께 언능 외삼춘헌티 가서 고만 참사 현장으로 가자고 히봐라.”

기관실 앞에서 울고 있던 조희택이 비틀비틀 고물 쪽으로 건너 간 뒤, 엔진소리가 커지면서 뱃머리가 인당수의 참사 현장을 향했다. 10여분 뒤 삼성호는 실종자 구조 작업과 선체 인양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해경 함정인 제민호 근처에 도착했다.  

“순신이 형, 쩌그 저 제민호 뒤에 칠산호가 떠 있는디요, 일단 칠산호에 배를 대는 것이 좋지 않것소?”

“너그 성 희진이가 칠산호에 타고 있을턴께 그렇기 히야 쓰것는디, 유골은 엇다 뿌리게야?”

“제 생각엔 칠산호 앞에 떠 있는 저 제민호 옆에다 뿌리는 것이 좋을 것 같은디요. 형 생각은 어떤디요?”

“웬간허믄 여객선 침몰 지점인 쩌그저 껌정색 브이가 떠있는디다 유골을 뿌리믄 좋것는디, 군경합동구조단 저 개새끼들이 이 배가 쩔로 들어가는 걸 허락허지 않을 것 같어서 씨발! 나도 참말로 대책이 안선다.”   

“저도 쩌그저 껌은색 브이가 떠 있는 침몰 지점에다 유골을 뿌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디요. 지기랄 객선이 까랑져서 승객 수백 명이 수장되던 날엔 팔짱을 끼고 강 건너 불 구경허득기 허던 새끼들이 고 다음날 부텀은 생색내고 낯짝을 내미는디만 혈안이 되가꼬 임벵지랄들을 다 험서러도 유가족들 입장은 전혀 고려허지 않는디. 제가요 폭탄을 맹그는 기술이 있으믄 당장 멫 갤 맹글어가꼬 쩌그 제민호에 한나를 터뜨리고요, 두 세갤 가꼬 서울로 올라가서 청와대허고 국회의사당에다 터뜨리고 싶은 것이 시방 내 솔직헌 심정이고만요. 그렇긴 허지만 이런 상황에서 이러지도 못허고 저러지도 못허는 내 신세가 참말로 한심허고 비참허고만요, 흐으윽…”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치권을 향해 온갖 욕을 퍼부어대던 조희택이 딱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울부짖자 이순신이 그의 어깨를 다독거리며 대성통곡했다. 

“어어어엉!… 어어어엉!…”

이순신과 조희택의 울음소리가 한 풀 꺾일 때 쯤 삼성호 뱃머리가 제민호 뒤편에 떠 있는 칠산호의 뱃전에 닿았다. 조희진이 삼성호 뱃머리 위로 뛰어오르자 기관실 앞에 앉아서 울고 있던 김옥자의 곡소리가 다시 커졌다.  

“아주버님, 어어어엉!…”

조희진의 손을 잡고 끓어오르는 움음을 쏟아내던 김옥자가 애절하게 용서를 빌었다. 

“아주버님, 정말 죄송합니다. 흐으윽… 제가요, 그날 어머님을 격포로 나오시라고 재촉을 허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요. 어어어엉!… 아주버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어어어엉!…”

김옥자가 용서를 빌자 조희진이 도리질을 치며 통곡했다.  

“제수씨, 뭔 소릴 그렇기 허시는거요? 흐윽… 어머니가 돌아가신 건 하늘의 뜻이지 제수씨 잘못이 아닝께요. 다시는 말이오, 제수씨 땜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안힜으믄 좋것고만요. 흐윽… 그라고요, 흐윽… 용서를 빌 사람은 제수씨가 아니라 바로 전데요. 사실은 말이요. 흐으윽… 한 때 제가 제수씰 원망한 건 사실인디요, 제수씨 땜시 우리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우리 동해가 이런 참변을 당힜다고 잠시 생각을 힜던 것이 사실이고만요. 그리서 참말로 흐으윽… 내가 미안하고 지송허고 부끄러워서 제수씨를 볼 멘목이 읎었고만요. 흐윽… 허지만 말이오. 내가 그렇기 모자라고 어리석은 생각을 헌 것은 하루도 아니고 한 시간도 아니고 단 멫 십분이고요, 두 차례도 아니고 세 차례도 아니고 단 한 차례 밖에 안된 께 지발 나를 좀 용서해 주시오. 흐으윽 흐으윽… 그라고요, 우리 동해, 흐으윽… 말도 제대로 떼지 못허고 이승을 떠난 우리 동해가, 흐으윽… 이 세상에 태어나서 저그 아빠 희오 보다 큰 아빠인 나허고 지낸 시간이 더 많은 우리 동해가요 흐으윽… 만약으 다시 이 시상에 태어날 수 있다믄 다시는 말이요, 섬 출신 엄마 아빨 만나지 말라고 빌고 싶고만요 흐으윽… 내가 어쩌다 이런 섬에서 태어나가꼬 아버지도 바다에 잃고 늙은 어머니허고 어린 조카까지 바다에 잃어야 되는지 참말로 한스럽고 원통허기 짝이 없고만요 흐으윽… 어어어엉…”

조희진은 꼭 잡고 있던 김옥자의 손을 살며시 놓고 손등으로 콧물을 훔쳐낸 다음 김만수가 들고 있는 유골함에서 유골 가루를 조금 집었다. 

“흐윽 흐으윽… 동해야! 큰아빠다! 지발 좋은 시상에 가서 이승서 못산 삶을 백배 천배 살고, 이 큰아빠가 이승서 너 헌티 못히주고 서운허게 헌 일이 있다믄 다 용서해 도라 흐으윽… 그러고 동해야, 너랑 같이 이승을 떠난 할매헌티 언능 좀 물 밖으로 나오시라고 전해도라. 너그 아빠도 그라고, 나도 그라고, 여그 있는 너그 희택이 큰아빠랑 너그 고모허고 고모부도 할매가 물 밖으로 나오길 눈이 빠지게 지둘리고 있다고 꼭 좀 전해도라 흐으윽… 그러고 있잖냐, 동해야! 할매 살아 생전에 이 큰아빠가 지은 죄가 정말 많다 흐으윽… 일찍 남편을 잃고 홀로 우리 4남매를 키우시고, 청상과부가 된 시어머니까지 모시고 사느라 갖은 고생을 다 허셨는디, 장남이자 장손이라는 놈이 능력이 없어가꼬 호강 한 번 못시켜 드리고 흐윽 흐으윽… 펜히 한 번 못 모시고, 참말로 죽을  죄만 많이 졌는디, 만약으 시신을 못찾어 장례도 못치른다믄 나는 참말로 죽어서도 그 죄를 용서 받지 못헐턴디, 동해야! 지발 부탁인디 할매헌티 말이다, 얼른 좀 물 밖으로 나오시라고 전해도라! 흐으윽… 어머니! 흐으윽… 동해야!…”

기관실 앞 뱃전에 걸터앉은 조희진이 죽음의 바다 인당수를 바라보며 오열을 그칠 줄 모른다. 그의 옆에 앉아 울부짖고 있는 김옥자가 몸을 부르르 떨자 이순신이 눈을 부릅떴다. 그미의 얼굴에 핏기가 없고 눈동자가 풀린 걸 확인한 이순신이 조희진에게 바싹 다가앉아 귀엣말을 전했다.  

“야야 희진아, 언능 거북바위로 가서 유골을 뿌리고 제수씰 객포로 뎃고 나가야 쓰것다. 몸이 좋덜 안헌께 쪼까 서둘러야 되것다고, 흐으윽…”

조희진이 무릎을 세우고 일어서자 이윤복이 몰고 있는 삼성호가 먼저 거북바위 쪽으로 향했다. 그 뒤를 짱구가 몰고 있는 칠산호가 따랐다. 

“어머님, 정말 죄송하네요, 흐으윽… 그날 바람이 불어서 객선이 뜰 수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저는 제 아들만 생각했던 것 같네요. 어머님, 제발 절 용서해 주세요! 제가 그렇게 어머닐 조르지만 않았어도 이런 참변을 당하지 않으셨을텐데, 흐으윽… 어머님, 제 아들 동해는 시신을 찾아서 오늘 화장을 했고 이렇게 저승으로 보내고 있는데요. 도대체 어머님은 어디에 계세요? 이 바다 밑에 계세요, 아니면 멀리 멀리 떠내려 가셨나요?… 어머님, 얼른 좀 물 밖으로 나오세요! 흐으윽…”

김옥자가 온몸을 덜덜 떨며 흐느끼자 이순신이 손에 들고 있던 유골함을 조희택에게 건네주었다.       

“희택아, 니가 마저 뿌려라! 제수씰 언능 객포로 실고 가서 부안 뱅원에 입원시켜야 쓸랑게비다.”

조희택이 유골함에 남아 있는 유골을 한꺼번에 바다에 휙 뿌렸다. 술이 잔뜩 취한 그는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김옥자를 되도록 빨리 격포항으로 싣고 가야 된다는 생각에 적지 않게 남아 있던 유골가루를 한꺼번에 바다에 뿌린 것이다. 이 때문에 회색 유골가루가 갯바람에 날려 황혼 빛으로 물든 거북바위 앞바다에 넓게 퍼지면서 천천히 내려앉았다. 이렇게 흔적도 없이 이승에서 사라지는 동해의 유골이 먹잇감인 줄 알고 갈매기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갈매기떼는 거북바위를 떠나 임수도로 향하고 있는 삼성호의 꽁무니를 계속 따라왔다. 삼성호가 임수도 근해에서 뱃머리를 격포항 쪽으로 돌리기 전, 칠산호는 딴치도 뒤편 바다를 떠가고 있었다. 

“아니 만수야, 한 잔 더 허지 그러냐?”

삼성호 기관실 앞 갑판 위에 다시 술자리가 펼쳐졌다. 술병을 든 이순신이 김만수에게 술을 권했지만 그는 손사레를 치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형님, 전 고만 마시겠습니다. 많이 취했네요.”

이렇게 말하고 술자리에서 빠져 나온 김만수는 격포로 향하고 있는 삼성호 고물의 왼쪽 귀퉁이에 걸터앉았다. 

“희오야! 흐으윽…” 

지난 10일 서해훼리호가 침몰한 뒤, 열사흘이 지난 오늘까지 수습되지 않은 실종자는 모두 다섯 명이다. 그 가운데 한 명이 조희오의 어머니 이춘심이다. 아들 장례도 못 치르고, 어머니 시신을 찾는 일도 포기한 채 부안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있는 조희오의 심정이 어떨지 생각하니 김만수는 가슴이 미어졌다.  

“야 두길아, 희오 고놈으 새낄 어찌기 처리히야 쓸거나?”

삼성호가 임수도 앞바다를 벗어나고 있을 무렵, 파장금항 방파제를 빠져나가고 있는 오세팔네 낚싯배 망월호 갑판 위에서 김동필이 김두길에게 물었다. 

“글쎄요. 아까 부안경찰서에 전활 힜더니만 희오는 메칠 뒤 교도소로 넘어갈 것 같다고 허던디, 형님도 아시다시피 희오 이놈으 새낄 빼낼라고 철수 형님허고 금수 형님이 얼메나 노력힜소. 현직 도의원 허고 국회의원이 이리 뛰고 저리 뛰었는디도 희오가 석방되지 않았는디요. 갸를 풀어주지 말라고 허는 작자들이 경찰도 아닌 것 같고 검찰도 아닌 것 같은디, 고놈들이 데간절 어떤 놈들인지 원…”

이에 김동필이 눈을 게슴츠레 뜨고 말꼬리를 이었다.  

“두길아,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인디 말이다. 희올 교도소로 보내서 콩밥을 멕일라고 작정을 헌 놈들이 혹시 청와대나 안기부에 있는 놈들 아닐꺼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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