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 KBS노조)이 미디어오늘이 13일 보도한 <KBS보도국에 일베 기자 있다>제하 기사를 두고 “추문의 진위 여부와는 별도로 의혹이 제기되고 유포돼 기사화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KBS노동조합은 16일 낸 성명에서 일베 헤비유저로 알려진 A기자를 두고 “보도가 사실이라면 아무리 입사 전의 일이고 익명성이 보장된 사이버공간에서 행해진 일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공영방송 기자가 갖추어 할 최소한의 소양에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일반인의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극히 부적절한 언행”이라고 밝혔다. 

KBS노동조합은 그러나 “굳이 외부에 알리기 전에 내부적으로 충분히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절차도 무시됐다”며 이번 사건이 기사화되는 과정에 의혹을 제기했다. 

KBS노조에 따르면 지난 10일 OJT중이던 A씨는 ‘1노조에 가입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모 선배기자 등에게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KBS노조는 “11일과 12일 양일간 KBS 내부인사로 추정되는 몇몇이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구글링’을 활용해 놀라운 속도로, 당사자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댓글을 무려 6천여 건이나 검색해 문제의 댓글들을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KBS노조는 “13일 오전 누군가의 제보에 의해 (미디어오늘)기사가 났다. 당사자의 1노조(KBS노조) 가입의사 공개->광범위한 신상털기->자료 작성 및 전파->외부 유출->기사화까지 일련의 과정이 마무리되는 데에 채 사흘이 걸리지 않았다”며 “특정세력이 처음부터 치밀한 계획 하에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고서야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KBS사원들 가운데 KBS노조 조합원은 2500여명, 언론노조 KBS본부(권오훈) 조합원은 1400여명이 가입돼있다. KBS의 기자‧PD 대부분은 언론노조 KBS본부에 가입했다. KBS내부에선 KBS노조를 1노조, KBS본부를 2노조로 부르고 있다. 

KBS노조는 “신입기자들이 각 부서를 돌며 OJT를 받는 동안 일부 선배기자가 다수의 신입기자들에게 노조 가입 여부를 묻고 ‘특정 노조로 갈 경우 가만 두지 않겠다’는 취지의 협박성 발언을 공공연하게 자행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KBS노조의 주장은 양대노조 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높다. 

KBS노조는 “한사람의 부적절한 일탈 의혹에 대한 책임과는 별도로 이런 내용들이 여과 없이 외부로 유출돼 기사화됨으로써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KBS 기자들은 물론이고 KBS 전체의 명예와 신뢰도까지 함께 추락하는 처참한 상황으로 사태가 확산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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