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내일 해명할 테니 기사 먼저 내려달라”
이완구 “내일 해명할 테니 기사 먼저 내려달라”
KBS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 보도, 반론 듣기도 전에 삭제… 조선일보도 건축허가 로비 의혹 기사 삭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차남 병역비리와 관련된 문제에서는 공개 검증을 하며 적극 대응했으나 부동산 관련 문제에서는 공개적인 해명을 꺼리면서 언론사를 압박해 온라인에 기사 유통을 막고 있다.

2일 인터넷 다음 아고라 등에 따르면 KBS1 <뉴스9>는 지난달 31일 보도된 이완구 후보자의 “양도소득세 축소 논란” 기사가 삭제됐다. 실제 해당 기사는 2일 현재 KBS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 등에서 삭제된 상태로 뉴스 동영상은 물론 리포트 내용도 볼 수 없는 상태다. 

해당 리포트는 이완구 후보자 측의 타워팰리스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을 다루고 있다. <뉴스9>는 이완구 후보자측이 밝힌 두 차례의 매매 가격으로 계산한 양도소득세 법정액이 납부액을 웃돈다며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완구 후보자 측은 설명에 착오가 있다면서도 매매계약서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보도가 나간 뒤 이완구 후보자 측의 입장이 달라졌다. 김철민 KBS 기자협회장은 “해당 보도가 나간 지난달 31일 자정께 이완구 후보 측이 보도본부 간부에게 ‘매매계약서를 다음날(2월 1일) 오전 공개하겠다. 기사를 온라인에서 내려 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걸었고 기사가 삭제됐다”고 말했다. 

   
▲ 이완구(오른쪽) 국무총리 후보자.
@연합뉴스
 

 

실제로 이완구 후보자 측은 다음날(2월 1일) 오전 KBS 취재진과 부동산 전문가에게 해명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당시 자리에 입회했던 전문가는 ‘이완구 후보자의 답변에 문제가 없다’고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같은 날 <뉴스9>에서 이완구 후보자의 반론을 보도했다. 

문제는 KBS 내의 기사 삭제 과정이다. 해당 보도가 전파를 탄 시점까지 오류가 없었던 의혹 제기성 기사를 소명이 됐다는 이유로 온라인에서 삭제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KBS 보도국 내 한 기자는 “최초 기사에서 의혹 제기용으로는 문제없는 기사였는데 해명 단신이 나가기도 전에 본 리포트를 삭제해 달라는 것은 문제”라며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는 건 기본 책무고 공직자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자는 “KBS가 이전에도 의혹 제기성 기사를 반론도 받기 전에 삭제한 적이 있었느냐”며 의아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 KBS 모바일 어플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 관련 기사가 동영상 서비스 되지 않는다는 안내화면을 띄워놓고 있다.
 

 

KBS기자협회는 2일 열린 편집회의에서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보도본부 간부진은 “정치부뿐 아니라 다른 부서에서도 취재원의 항의에 사실 확인을 전재로 기사를 내린 선례가 있다”고 해명했다고 김철민 KBS기자협회장이 전했다. 

김철민 기협회장은 “간부진 입장에서는 총리가 될 사람이 법적 대응을 거론해 부담을 느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철민 기협회장은 “이완구 후보자측의 해명이 맞지 않았다면 문제가 커졌을 텐데 그렇진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를 쓴 기자는 “기사에서 제기한 의혹이 소명됐다고 삭제해도 되는지는 의문이 있지만 현재로써는 또 다시 문제제기를 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조선일보는 2일 오전 9시20분 “‘공개 정보로 토지 샀다’ 이완구 총리 후보 토지 투기 해명 거짓말 논란”이라는 단독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이 기사는 오전 11시22분 “8년 간 안나오던 건축허가, 이완구 후보자 매입 두달만에 나와”로 기사 제목이 바뀌었다. ‘단독’ 표시도 사라졌다. 그리고 오후 6시20분 현재 기사는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태다. 

조선일보 기사는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경기 성남시 분당 ‘남서울파크힐’ 땅을 매입한 시점은 부동산 업체가 건축허가를 받기 위해 총력 로비전을 펼치던 때였고 8년간 반려됐던 건축허가가 이완구 후보자 측의 토지 매입 두 달여 만에 수리됐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 기사. '단독' 표시가 사라진 두번째 기사(위)와 해당 기사가 삭제된 홈페이지 화면 캡쳐.
 

 

조선일보는 “이완구 후보자 등이 로비를 통해 건축허가가 떨어질 가능성을 사전에 입수하고 토지 매입에 나섰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땅 투기 가능성을 보도했다. 해당 기사를 쓴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사와 관련해 할 말이 없다”고 말한 후 전화를 끊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국무총리 후보자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 할 시기에 시간끌기식 대응과 기사 삭제를 요청한 부분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특히 자료 공개를 꺼리는 식의 취재 무력화도 또 다른 외압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정치인이 기사를 함부로 내려달라는 것도 무례하고 쉽게 내려준 KBS도 권력에 쉽게 굴복하는 태도 아니냐”며 “총리 후보에 대한 검증은 언론이 확실히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진만큼 최선을 다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KBS 홍보팀은 이에 대해 “KBS 최초 리포트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이완구 후보 측에서 항의하고 추가 자료 제출을 통해 소명하겠다고 해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기사를 삭제한 것”이라며 “소명을 들은 날 반론을 내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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