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권성민 예능PD 해고 확정에 대한 언론계와 시민들의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언론단체들은 MBC에 대해 “거대 수용소”라고 비판했고, 한 네티즌은 MBC 예능PD들이 동료의 억울한 해고에 대해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해 호응을 얻고 있다. 

권 PD는 지난해 인터넷게시판에 MBC의 현실을 자성하는 글 ‘나는 엠XX PD입니다’를 올렸고, 이에 MBC는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정직6개월의 징계를 내리고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로 발령을 냈다. 권 PD가 이후 MBC 예능국에 대한 그리움과 자신의 처지를 담은 웹툰을 그려 자신의 SNS에 올려 화제가 됐다. (☞권 PD가 그린 웹툰 보러가기)

권 PD는 웹툰에서 “회사에 싫은 소리 했다가 수원으로 출퇴근 중이다”며 “하여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유배 생활 동안, 예능국 이야기를 그려보는 것으로 그리움을 달려보려 합니다”라고 심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MBC는 권 PD의 웹툰이 해사행위라고 판단하고 지난 30일 해고를 확정했다. 

MBC는 이번 인사위원회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장준성 민실위 간사에게도 보도국 게시판 내용을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측에 제공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 중징계를 확정했다. 하지만 MBC는 징계하면서도 의혹과 추측만 제기할 뿐 실질적인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MBC는 또한 지난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의 170일 파업 당시, 정보 시스템 담당 부서에서 일했던 조합원이 인수인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봉 1개월 징계를 내렸었다. 

   
▲ 권성민 PD가 그린 웹툰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MBC 공대위)는 해고가 확정되자 30일 성명을 내고 “이로써 MBC는 ‘죄인을 귀양 보내는 형’을 뜻하던 ‘유배(流配)’의 사전적, 역사적 정의를 새롭게 써나가게 됐고, 유출 ‘가능성’만으로 징계를 결정하는 관심법(觀心法)을 복원해냈다”면서 “아울러 언론의 자유도, 표현의 자유도 사라진 지상파 공영방송 MBC는 언론인들의 입과 귀를 틀어막는 거대한 수용소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MBC 공대위는 “이번 인사위원회 재심 결과는 언론인, 방송인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임과 사명을 내팽개치고 권력 앞에 줄을 서 자신들의 자리만을 챙기려는 MBC 경영진의 과열 충성 경쟁이 빚어낸 희극”이라고 지적했다. 

MBC 공대위는 “오는 8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교체가 예정돼있다”며 “이를 앞두고 현재의 지위를 보전하려는 자들과 끝내 수장 자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자들이 앞다퉈 권력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 앞뒤가 맞지 않는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MBC본부(본부장 이성주)는 “독선’과 ‘아집’에 눈 먼 경영진은 역사에 남을 과오를 되돌릴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면서 “신문 지면에서 대통령도 만평의 소재가 되는 마당에 페이스북 게시물에 김재철 전 사장의 발언 하나 인용한 게 무슨 대역죄라도 된다는 말인가”라고 반발했다. MBC본부는 “만화 한번 그렸다고 일터에서 쫓아내는 이 광기에 대해 조합은 물러서지 않고 투쟁할 것이고 결국 바로 잡을 것”라고 밝혔다. 

노동조합, 언론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권 PD 해고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인터넷 게시판에 남기고 있다. ‘늙은도령’이란 네티즌은 31일 오전 4시경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올린 에서 “이들의 결정(해고)은 표현의 자유를 제멋대로 해석한 한 직원에 대한 인격살인이며,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범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늙은도령’은 “MBC 경영진의 행태는 언론사이자 방송사인 문화방송을 보복과 억압, 공포와 테러가 넘치는 전장이자 쓰레기들의 놀이터로 만들어버렸다”고 꼬집었다. 

‘늙은도령’은 권 PD의 동료인 예능PD들의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MBC 경영진은 보도와 시사교양 부분을 포기한 채 예능과 드라마에 올인한 상태”라며 “따라서 MBC를 먹여 살리는 최고의 예능인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 ‘진짜사나이’를 맡고 있는 김민종 PD 같은 예능국 소속 PD와 드라마 PD들이 권성민 PD의 해고에 맞서 제작을 거부하고, 무도의 팬들을 중심으로 MBC 예능과 드라마 팬들이 그들의 투쟁을 지지해준다면 MBC 경영진의 폭거는 불가능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늙은도령’은 “김태호 PD를 비롯해 MBC 예능을 책임지고 있는 PD분들에게 부탁한다. 끝없이 몰락하는 MBC를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한 투쟁에 들어가달라”며 “승리가 보장된 곳에 명예 따위는 없듯이, 동료의 억울한 정치공학적 해고에 저항하라”고 했다. 

이 글은 다음 아고라 ‘오늘의 이슈’로 올라가 있으며 댓글 124개 날리는 등 상당한 반향을 이끌어내고 있다. 현재 아고라에서는 권 PD의 고등학교 국어교사인 이인호씨가 시작한 해고 철회를 바라는 청원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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