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최성준 위원장)가 입법예고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방통위가 방송광고의 내용 심의에까지 개입해 방송의 상업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가 지난달 24일 입법예고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간접광고의 경우 방송 프로그램과 시청자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한 방송 중 특정 상품 노출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이를테면 현재 드라마에서 출연자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통화나 문자, 인터넷 검색 등 보편적 기능을 시현하는 것 외에 신제품의 특징적 기능을 시현하는 것은 금지됐다. 하지만 개정안대로라면 상품이 특징적 기능을 보여줄지라도 허위나 과장해서 시현하지만 않으면 규제받지 않는다.

그동안 방송에서 특정 상품의 과도한 홍보성 기능 시현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계속 받았음에도 이를 잘 지키지 않았던 종합편성채널 등에겐 간접광고 수익 창출의 돌파구가 열린 셈이다. 

   
▲ 방통위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간접광고 규제도 완화된다. 사진은 tvN 드라마 <미생>에 간접광고로 나온 PPL(간접광고 제품/ 빨간 원).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장낙인 방통심의위 상임위원은 “방통위가 내놓은 개정안을 보면 드라마 자체가 ‘광고백화점’이라는 것을 정말 모르는 건지, 간접광고를 위한 스토리 전개를 모르는 건지 답답한 측면이 있다”며 “결국 방통위는 방송사의 자율정화 범위를 초과해 상업적 논리로만 간접광고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개정안은 광고시간과 크기 등 형식 규제는 물론 내용 규제까지 포함하고 있어 방통위(형식 규제)와 방통심의위(내용 규제)가 담당해 온 역할 분담에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장 위원은 “방송 내용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기관인 방통위와는 별도로 내용심의를 하는 독립기관인 방통심의위를 설치하도록 한 것이 방송법의 제정 취지”라며 “정부기관의 방송 내용 규제 개입 시도는 향후 방송에서 어떤 영역이든 정부의 직접 통제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은 “법 제정의 취지를 무시하면서까지 이처럼 방송 내용에 직접 관여하고자 하는 것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 보장을 위해 방송법 제1조에서 규정한 방송의 공공성이나 공적책무에도 위배된다”며 “간접광고 규제를 풀면 방송이 홈쇼핑화 될 수밖에 없고, 시청자를 볼모로 한 저질 프로그램의 양산이라는 역기능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통심의위 위원들은 다음 달 2일 입법예고 기간까지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방통위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방통위가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최종 권한이 방통위에 있고 방통심의위와 합의 사항도 아니기 때문이다.

방통위 방송광고정책과 관계자는 1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개정안과 관련해 방통심의위와도 계속 협의할 것이고 의견을 내면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아직 위원회 의결이 아닌 초안이어서 앞으로 방통심의위를 포함해 시민단체 등 공식적 의견 수렴과 전자 공청회를 거쳐 개정안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내용 규제에까지 개입해 방송의 상업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에 대해 “시행령에 지금도 간접광고와 관련한 규정이 있고, 이를 좀 더 명확하게 구체화하기 위해 관련 조항을 추가한 것”이라며 “우리가 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게 시청권인데 시청 흐름에 지장이 없는데 특정 기능을 시현한다고 해서 규제할 것인지 거꾸로 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방송의 특정기능 시현이 시청자의 흐름을 방해하는 지는 방통심의위가 판단해 규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24일 방통심의위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개정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에서 상호와 상표 등이 의도적이지 않게 화면의 배경이나 소품으로 단순 노출되는 것을 허용했다. 

방통심의위는 “다만 심의규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 지나치게 반복적이거나 의도적인 노출, 출연자들의 대사를 통해 관련 상품 등에 대해 언급하는 등 협찬과 연계된 노골적인 홍보성 내용에 대해서는 방송의 공공성 확보와 시청자 권익보호를 위해 앞으로도 엄격히 규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