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일간지 편집국장의 편집권에 대한 인식 연구> 논문을 쓴 이충재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사실 편집권 침해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 위원은 지난 2012년 편집국의 높은 지지를 받고도 경영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편집국장직에서 전격 경질됐다. 신문의 위기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편집국장 역할론’은 이 위원에겐 숙명과 같은 과제였던 셈이다. 다음은 이 위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편집국장 역할론에 대한 고민 시점은 당시 한국일보 편집국장 교체 사태를 겪고 나서인가?

“편집국장직을 수행하면서도 중간중간 계속 그런 고민을 했고 실제 그런 상황을 많이 겪으면서 우리 언론의 현실과 한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이래서는 누가 국장을 하든지 현실에선 무력감을 느끼게 될 것이고, 한국일보는 물론 여러 언론 역시 전망이 없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 국장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다니면서 이것을 주제로 논문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충재 한국일보 논설위원
 

- 아무래도 ‘삼성’에 대한 편집국장들의 고민이 가장 눈길을 끈다

“언론의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대기업 중에서도 삼성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다. 그런 상황에서 언론이 삼성에 대해 부정적 기사를 자유롭게 쓰는 데 제약이 따르고 편집국 구성원들도 스스로 자기검열 할 수밖에 없다. 비판하면서도 얻을 건 얻을 수 있지만 삼성 입장에선 바보가 아닌 이상 주는 게 있으면 받으려 할 것이고 일종의 거래가 아니겠나. 최대 광고주를 의식 안할 수가 없다.”

- 광고자본의 편집권 침해가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했는데, 이런 경향이 갈수록 심해질 거라고 보나?

“언론도 기업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문이 기업에 종속성을 가지는데, 이런 불가피한 구조가 계속됐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과거 신문사는 중소기업이었는데 성장하면서 권력과 유착하며 대기업화됐다. 그런 과거의 잘못된 구조를 벗어나기가 참 힘들고 앞으로도 더 심해진다고 봐야 한다. 종이신문의 퇴조 추세와 디지털환경 속에서 신문사의 경영 상황은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는 걸 누구나 예상하지만 신문사는 새로운 수익원을 찾거나 경영 환경의 전반적 변화를 꾀하지 못했다. 언론이 과거 행태의 검은 고리를 끊지 못하면 쉽사리 이 구조가 바뀌긴 어려울 것 같다.”

- 편집권 침해-신뢰도 하락-경영악화라는 악순환의 고리 끊는 방법은?

“지금의 상황은 상당히 비관적이고 편집국장들 대부분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에 회의적이다. 하지만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가장 권한이 많은 편집국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독자들은 신문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 콘텐츠 자체를 신뢰 안하는데 온라인이든 모바일이든 플랫폼을 뭐로 하든 독자들은 기사를 신뢰하지 않고 흥미 위주의 선정적인 기사를 찾게 될 것이다. 독자도 디지털퍼스트라는 바뀐 플랫폼을 통해 깊이 있는 분석·전망 기사를 원하는 거지, 지금처럼 오락성과 어뷰징 위주라고 착각한다면 큰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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