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료계의 과거사 고발과 반성… 731부대와 의사들」

   
 
 

일본 제국주의 시절, 의료 행위를 빙자해 식민지 백성과 전쟁 포로들에게 가한 인권말살 행위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엽기적이며 다양했다.

일본의 양심적인 의학자와 의사들의 모임인 ‘전쟁과 의료윤리 검증 추진위원회’가 정리한 책 ‘731부대와 의사들’은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만행과 이에 협조했던 일본 의료계의 과거사를 고발하고 있다.

일본 조선총독부가 소록도의 한센병 환자들에게 가했던 만행에 관한 내용이 눈에 뛴다. 한센병 환자들을 소록도란 형무소에 가둔 것도 모자라 2세를 갖지 못하도록 낙태와 단종수술을 단행했다. 기독교도 환자에게 신사참배를 강요하고, 참배를 거부하거나 도망치다 잡힌 남성 환자에게 징벌로 ‘거세’수술로 ‘단종(斷種)’시켰다는 것이다. 조선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거세’를 추진하겠다는 시가 아사오 총독부 원장의 발언을 담은 1927년 4월 14일자 ‘조선아사히’(朝鮮朝日) 신문이 그 증거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앞부분은 역시 마루타 생체 실험으로 잘 알려진 731 부대 관련 내용으로 할애하고 있다. 731부대의 부대장인 이시이 시로는 교토제국대학 의학부를 졸업한 군의관. 이시이는 독가스와 생물병기 사용을 금지한 제네바 조약이 1925년 발효되자 오히려 생물병기의 유효성에 주목하고 그 연구개발을 군 상층부에 촉구했다. 1931년 일본 관동군이 만주사변을 일으키자, 이시이는 육군 군의학교 내에 방역연구실을 개설하고, 만주로 건너가 생체실험을 개시했다. 이시이가 이끈 731부대는 생체실험은 다양하고 엽기적이었다. 물만 먹이고 얼마나 살 수 있는지, 페스트균에 감염된 벼룩에 표본집단 중 몇 명이나 죽는지, 직접 주입한 탄저균의 독성에 따라 마루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생후 3개월 신생아를 대상으로 몸을 얼리는 동상 실험도 감행됐다.

이 책은 이밖에도 731부대의 생체실험 증거인멸과 1945년 종전 후 동서냉전으로 인해 전승국 미국정부에 의해 이들 범죄자들에 대한 면책, 일본 군국주의의 만행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했던 일본의료계의 활동과 반성 등에 관련 역사적 사실과 자료들을 자세히 편집 정리해 놓고 있다.

저자인 ‘전쟁과 의료윤리 검증추진위원회’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일본의 의학계 의료계에서 의료윤리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 왔다고 말할 수 없다”며 “과거를 진지하게 마주 대하고, 사실을 검증하고, 깊게 반성하고, 선인이 범한 잘못을 다시 반복 않기 위해서는 다음세대애 진실과 교훈을 전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 군국주의의 만행을 왜곡하려는 일본 극우세력에 대해선 분노를, 가해자의 후예들로서 잘못된 역사를 직시하려는 양심적인 일본인들의 존재엔 위안감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전쟁과 의료윤리검증추진회 지음/스즈키 아키라 옮김/ 임상혁 감수/건강미디어협동조합

 

KBS 아나운서가 이런 책을…「반기문 대망론」

   
 
 

시류를 놓치지 않는 발빠른 출판사의 상술인가? 대중의 호기심과 시대정신을 ‘인물’로 버무려낸 시의적절한 통찰력의 산물인가? 아니면 정치권에 기웃거리고 싶은 권력지향 언론인의 사심표출인가? 그 어느 것이든 핵심 ‘키워드’가 흥미로운 책이다. 여론조사에서 차기대권후보 지지도 1위가 나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통일 대통령’이란 시대정신을 입혔다. 반 총장이 가진 여야를 뛰어넘는 중도적 이미지와 향후 국제관계 고차방정식인 통일문제를 다룰 역량을 가진 국제지도자로서의 이미지에 주목했다. 글로 먹고사는 기자가 아닌 말로 먹고사는 방송 아나운서가 글로 쓴 책이란 점에서도 흥미로운 책이다.

이성민 지음/강단

 

인간의 잠을 통해서 본 자본주의…「24/7 잠의 종말」

   
 
 

자본주의에 가장 비타협적인 ‘적’은 무엇일까? 막시스트? 사회주의? 노동조합? 저자가 말하는 정답은 바로 ‘잠’이다. 자본주의에 인간의 ‘잠’은 생산시간·유통·소비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 잠은 자본주의가 인간의 시간을 도둑질해가는 것을 비타협적으로 방해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각종 테크놀로지로 잠의 저항성마저 무력화시켜 인간의 주체성을 빼앗는 후기자본주의 체제를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을 동원해 비판분석하고 있다. 자본주의여 돈도 좋지만 잠 좀 자게 냅둬유!

조너선 크레리 지음/김성호 옮김/문학동네

 

 

역사적 사건에서 빚어낸 추리소설… 「시간의 딸」

   
 
 

가을을 밀어내는 차가운 비로 성큼 와 버린 겨울, 따뜻한 카페에서 영국 추리소설 한 권 읽으며 연인을 기다리는 낭만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아가사 크리스티, 코난 도일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추리소설작가들 못지않게 영국 추리소설계에 족적을 남긴 조세핀 테이의 작품 ‘시간의 딸’은 400년전 사건을 추리하는 역사 미스터리 소설이다. 조카를 폐위시키고, 런던 탑에 가둬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리처드 3세, 셰익스피어에 의해 추악하게 생긴 폭군으로 묘사된 그는 진짜 살인마 였을까? 그 역사적 통념에 의문을 던진다.

조지핀 테이 지음/권도희 옮김/엘릭시르

 

 

걱정하는 일의 90%는 일어나지 않는다…「9할」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이 팟캐스트 상위랭킹에 항상 오르내리는 것에서 보듯, 요즘 스님들의 ‘마음 다스리기’ 법문이 대중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점점 더 각박해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갈등과 분노, 걱정이 중생들의 마음을 우울케 하고 있다. 부제처럼 “걱정하는 일의 90%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법’을 깨우쳐 주는 이 책은 일본의 선승의 가르침이다. 마음의 번뇌를 줄이는 7가지 방법을 담고 있다. 그중 하나. 하루 중 단 1분이라도 멍하니 보내라.

마스노 슌묘 지음/김정환 옮김/담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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