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협회가 네이버를 정조준하고 있다. 신문협회는 지난 17일 협회보를 통해 “포털이 뉴스를 매개로 얻은 광고수익 등 부가가치를 신문협회가 주축이 된 공동협상을 통해 포털과 신문사가 공유해야한다”며 뉴스가격 인상을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저작권신탁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공동협상은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담합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때문에 조중동 등 신문협회 47개 회원사가 모두 언론재단과 신탁계약을 맺으며 포털에 대한 뉴스공급계약 협상권을 위임한 뒤 포털 협상의 실질적 주체는 신문협회가, 행정실무는 언론재단이 담당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 신문협회 47개사 중 34개사가 언론재단과 저작권신탁 계약을 맺고 있다. 기존 저작권신탁 계약사는 ‘포털에 대한 콘텐츠 공급도 함께 수행하겠다’는데 동의하면 된다. 신문협회는 “모든 회원사가 신탁계약을 맺어 강력한 단일 대오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신문협회 행보에 대해 유력 종합일간지 관계자는 “네이버에서 언론사 연대를 막으려 한다”며 “지금까지 네이버에 뒤통수 맞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번만큼은 단합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신문사가 개별적으로 포털과 협상했는데 뉴스 제값받기란 차원에서 재단이 실무역할을 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앞. ⓒ 연합뉴스
 

신문협회는 올해 송필호 중앙일보 부회장의 신문협회장 취임 이후 ‘포털뉴스 제값받기’ 이슈에 집중해왔다. 한 일간지 관계자는 “네이버 매출 2조 원 중 매체사에 지불하는 금액이 어림잡아 연간 150억 원(통신사 제외)으로 짐작되고 있다”며 “뉴스가 검색광고에 기여하는 정도를 페이지뷰 기준으로 봐도 1000억 원 정도는 된다고 보는데 매체사가 받는 대가가 너무 적다”고 주장했다. 

신문협회는 “포털에서 뉴스가 완전히 사라질 경우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이 6개월 이상 존속할 수 없다고 판단할 정도로 포털에서 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면서 “지금까지 포털의 독점력과 신문사 간의 소모적 출혈경쟁으로 뉴스공급 계약에서 포털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공동대응을 통한 뉴스이용료 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24일 지면에서 네이버와 신문사간의 광고영업이익 배분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중앙일보는 남찬기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 교수의 논문을 근거로 “소비자의 포털 이용 동기에서 신문 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7.5%이며 포털의 검색광고에서 신문 뉴스가 기여하는 정도는 18.7%”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네이버의 2013년 광고영업이익 5241억 원 중 신문 뉴스로 인해 발생한 영업이익은 약 750억원”이라고 전한 뒤 “5대5로 배분할 경우 포털과 신문사가 375억 원씩 나눠가질 수 있다”며 구체적인 협상액과 수익배분 기준까지 제시했다.  

신문협회 의뢰를 받아 신문사의 포털 대응전략을 연구해온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합리적 가격 산정의 기준이 마련됐으니 이제는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실상의 ‘선전포고’다.

이 같은 공동대응 움직임에 원윤식 네이버 홍보팀장은 “제의가 오면 검토할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원윤식 홍보팀장은 “네이버에 430여 곳의 언론사가 뉴스를 공급하고 있다”며 “남찬기 교수 주장을 납득한다는 전제하에 보더라도 우리는 430여 곳 언론사에 375억을 주는 게 맞다. 이 경우 신문협회 소속사가 네이버의 영업이익에 기여한 가치산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언론재단 저작권신탁으로 이득을 보는 신문사와 손해를 보는 신문사가 나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언론재단 관계자는 “수익 분배는 저작권 위탁 시 신문협회 차원의 별도 협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신문사 유가부수 등 객관적 근거가 협의에 반영되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신문협회는 정확한 협상을 위해 네이버‧신문협회‧학계가 객관적 데이터를 갖고 뉴스 수익을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신문협회 소속 신문사들의 ‘단일대오’ 형성이 포털과의 뉴스가격 협상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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