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지난 7일 편성본부장, 제작 본부장, 드라마본부장, 라디오센터장 등 임원급 인사를 대대적으로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윤세영 SBS 명예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SBS는 7일 편성본부장에 이철호 이사, 제작본부장에 박정훈 상무이사, 드라마본부장에 김영섭 이사대우, 라디오센터장에 김태성 이사대우를 임명했다. 또한 기획실은 기획본부로 격상, 기획본부장에 김성우 전무이사를 임명했다. 그밖에 기획본부, 편성본부, 제작본부, 라디오센터, 드라마본부, 보도본부 국·부장 및 팀장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는 올해 200억원으로 추산되는 적자,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낮은 시청률 등 좋지 못한 경영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반영됐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 보도국장이 교체된 데는 ‘문창극 보도’ 누락으로 인해 성회용 보도국장에 대한 기자들의 신뢰가 떨어진 보도국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해 그리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지 않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채수현)는 지난 10일 논평을 내고 “비상경영을 타개할 참신하고 혁신적인 조직과 인사 모습은 전혀 아니다”면서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은 제작과 편성부분으로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SBS본부는 또한 “돌려막기, 회전문 인사로 비상경영 체제를 타개할 개혁적이고 도전적인 조직을 운용할 수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철호 라디오센터장이 편성본부장으로, 박정훈 드라마본부장은 제작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보도국의 경우 차병준 경제부장이 편집1부장으로, 민성기 기획취재부장이 경제부장으로, 윤춘호 국제부장이 시민사회부장으로, 김용철 편집2부장이 국제부장으로, 고철종 정책사회부장이 기획취재부장으로 옮겨갔다. 

인사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이번 인사 이면에는 윤 명예회장과 윤석민 SBS미디어홀딩스 부회장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윤석민 부회장이 제대로 된 경영실적을 내지 못하자 윤 명예회장이 직접 인사에 개입했다는 얘기다.
 
SBS 한 PD는 “윤 부회장이 이번 인사에 아예 움직이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 윤 명예회장이 직접 움직였다는 건 윤 부회장에 대한 불신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PD는 “그러나 윤 명예회장 사람, 윤 부회장 사람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이번 인사 대상자들은 모두 '이너 써클'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한 기자는 “윤 부회장은 나름 변화를 주려고 시도했지만 윤 회장의 인사 스타일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학연과 지연을 중요시하는 옛날 방식이다. 이번 인사에도 그런 성향이 반영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SBS본부 관계자는 “윤 부회장이 전면에서 일을 해왔는데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인사를 했겠느냐, 아버지인 윤 회장이 인사를 하지 않았을까란 추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인사가 설사 윤 부회장의 의지로 이뤄졌더라도 부적절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SBS는 SBS와 SBS미디어홀딩스로 분리할 때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을 선언했다. 이 원칙대로라면 윤 부회장은 인사에 개입할 수 없다. 윤 명예회장도 지난 2011년 SBS 회장과 의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SBS 인사팀 관계자는 윤 명예회장의 개입설에 대해 “전혀 사실 무근이다. 이번 인사는 철저하게 사장이 주도해서 이뤄진 인사고, 사장에 대한 불신임을 물을 수 있는 곳은 주주총회”라고 말했다. 

인사팀 관계자는 “SBS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인사가 날 것이란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인사가 있다는 말이 나오면 현장에서 일이 잘 되지 않으니 사장이 조직을 추스르는 차원에서 인사를 빨리 진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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