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700㎒ 주파수 논쟁의 해법을 찾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주최로 공청회가 열렸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도, 통신사와 방송사의 입장도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청회에서는 기존 논의가 반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700㎒ 대역 용도 관련 공청회’에서 700㎒ 중 20㎒ 대역폭은 재난망에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 대역의 배분방안은 향후 협의를 통해 마련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지상파 방송사와 통신사들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지상파는 700㎒ 대역의 108㎒ 폭을 UHD 방송 용도로 배정해야하며, UHD 전국방송이 가능한 주파수가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신사들은 급증하는 통신 트래픽을 감안해 통신사들에게 주파수가 할당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청회에서는 이상운 남서울대 멀티미디어학과 교수가 지상파를, 홍인기 경희대 전자전파공학과 교수가 통신사를 대변하는 입장을 취했다.

관련 기사 : <700㎒ 결정된 것 없다더니 매각대금 예산에 반영>

                <UHD로 무료 보편적 서비스? 국민들 설득할 수 있나>

양 측은 각각 공공성을 내세웠다. 이상운 교수는 “UHD가 빠르게 보편적 방송 영역으로 진입 중이며 지상파 UHD 방송을 통해 디지털 정보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홍인기 교수는 “이동통신은 급속히 보편화되어 현재 5,700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어 실제 보편적인 서비스로 정착했으며 통신기기를 넘어 풍성한 문화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전 국민의 필수재”라고 밝혔다.

   
▲ 삼성전자 UHD TV.
 

양 측은 상대편의 주장을 적극 반박했다. 이 교수는 통신사 측의 트래픽 예측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교수는 또한 “한국 이동통신 요금이 제일 비싸다”며 “통신사들이 미래부로부터 주파수를 매입할 경우 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통신요금이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두 차례 주파수 경매가 있었으나 그 이후 통신요금이 오르지 않았고 같은 통신요금으로 속도가 빨라지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홍인기 교수는 UHD 추진이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세계적으로 지상파 4K UHD를 개시하겠다는 국가는 하나도 없다”며 “지상파방송의 진화가 어떻게 전개될 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글로벌 트렌드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너무 앞서서 추진할 경우 가장 먼저 도입하고도 가장 뒤처진 기술로 서비스하는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또한 “‘고화질 TV로 TV볼래 아니면 통신 속도 떨어지는 거 참을래’라고 물으면 국민들이 무엇을 선택할까”라며 “90%가 지상파를 안 보는데 굳이 UHD를 추진해야 하나”라고 밝혔다. 지상파를 통한 TV 시청가구가 전체가구의 6.8%에 불과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공청회에 참석한 의원들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상파의 손을 들어줬다. 여당 미방위 간사인 조해진 의원은 “UHD 전국방송을 위한 주파수를 내년 상반기 중에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 여야 공감대가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야당 간사인 우상호 의원은 “무료 공공성 서비스를 기준으로 보면 재난망이 1순위이며, 공공서비스인 지상파 품질을 위해 지상파에 우선적으로 배정하자, 그리고 남는 주파수가 있다면 통신사들에게 주자는 것이 공청회의 결론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공청회에서는 전국방송의 개념이 논란이 됐다. 조규조 미래창조과학부 전파정책국장은 “전국방송에는 두 가지 개념이 있다”며 ‘전국적으로 시청 가능한 방송’과 ‘전국 모든 방송국의 완전 디지털전환’에 대해 이야기했다. 후자는 지상파가 주장하는 전국방송이며, 전자는 수도권 방송을 전국에 그대로 송출한다는 뜻이다. 전자의 경우 700㎒ 내 일부 주파수만으로 가능하지만 지상파는 이를 전국방송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원들은 지상파가 주장하는 UHD 전국방송이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민희 의원은 조규조 국장에게 “헷갈리게 하지 마라”며 “중앙에서 쏘고 지역에서 받아서 내보내는 UHD 방송을 논의대상에 넣지 말라”고 말했다.  

의원들은 통신사는 꼭 700㎒ 주파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송호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동통신사는 700㎒가 아니면 다른 주파수 서비스 불가능한가?”라며 “예, 아니오로 대답하라”고 말했다. 이에 조규조 국장은 “3개 사를 고려하면 700㎒ 공급이 필요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 역시 홍인기 교수에게 같은 질문을 하며 ‘예, 아니오’로 답변할 것을 요청했고 홍인기 교수는 “맞나 틀리나라고 질문하면 사안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건 방송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주파수를 지상파에 주는 것이 더 공공성이 있다는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논의해보겠다’며 소극적인 방어를 펼쳤다. 이 과정에서 조규조 국장은 “공공성만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지는 검토 대상”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의원들은 어이없다는 듯 공공성 최우선이 원칙이라고 강조했지만 조 국장은 “공공성을 최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두고 국가적인 의견이 모아졌다고 보긴 힘들다”고 반박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