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스트리밍 라디오와 큐레이션 서비스의 인기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3월에 런칭한 국내 최초의 스트리밍 라디오 앱 서비스인 비트패킹컴퍼니의 비트뮤직은 지난 10월 24일 100만명 가입을 돌파했고, 2014년 9월에 국내 런칭한 삼성의 밀크뮤직도 17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밀크뮤직은 지난 3월에 해외서비스를 먼저 런칭하며 450만 다운로드를 넘어서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한편 SK텔레콤과 멜론도 SKT시니어라는 이름의 무료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를 런칭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뮤직과 디저 등도 국내 진출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에야 온라인 스트리밍 라디오 큐레이션 서비스가 본격화되었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판도라, 디저, 스포티파이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라디오 큐레이션 서비스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2000년대 이후 음악시장은 LP나 CD 같은 매체를 기반으로 한 오프라인 시장에서 다운로드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시장으로 급속하게 재편된 바 있다. 기술의 발전에 의해 PC,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으로 음악을 소비하게 되면서 음악의 소비 패턴도 달라진 것이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의 전세계 디지털 음악 시장 규모를 살펴보면 디지털 음악 시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다운로드가 각광을 받으면서 다운로드 중심 서비스인 애플의 아이튠즈가 디지털 음악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시장의 흐름은 금세 다시 바뀌고 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의 ‘디지털 음악 보고서(Digital Music Report) 2011’에 의하면 ‘음악을 이용하는 방식이 다운로드와 같은 ‘소유’에서 스트리밍 같은 ‘접근’으로 패러다임 변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디지털 음악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주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기술 분석’ 자료에서도 2013년 전 세계 디지털 음악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5.4% 증가한 59억 달러에 이르렀으며, 아이튠즈 음악 서비스를 비롯한 다운로드 음악 시장의 비중은 67%로 여전히 높게 나타났지만 총매출액은 전년대비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시장 규모는 2013년 전년 대비 51% 성장한 11억 1,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애플 아이튠즈의 매출이 올해 들어 13~14% 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더 성장 추세에 있는 것이다.

   
▲ 스트리밍 라디오 앱 서비스인 비트패킹컴퍼니의 비트뮤직
 

이 같은 변화는 과연 무엇 때문이며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이 같은 변화는 음악을 소비하는 대중들이 갈수록 음악을 소유하기보다는 이용하는데서 만족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반드시 LP, 카세트 테이프, CD, 음원을 소유해야만 만족했던 패턴에서 그 때 그 때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면 되는 쪽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렇다고 LP와 CD처럼 물성이 있는 매체에 대한 관심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LP와 CD는 여전히 팔리고 있고 더 가치 있는 매체가 되었지만 시장의 판도를 좌지우지할 정도는 결코 아니다. 고전적인 소비 패턴을 지키면서 음악을 소유하려는 이들도 있고 그들에 의해 LP, CD 시장이 지켜지고 있지만 다수는 이미 디지털 시장으로 건너갔고, 이제는 디지털 시장 안에서도 다운로드 시장이 스트리밍 시장에 의해 잠식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시장 규모가 서로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대중들이 스트리밍 시장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것은 스트리밍이 다운로드보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스트리밍은 앨범이나 곡을 일일이 다운받을 필요가 없다. 자신의 플레이 리스트에 담아놓기만 해도 언제든지 들을 수 있을만큼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단말기가 편리해졌기 때문에 굳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 다운로드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용요금이 더 쌀 뿐만 아니라 다운로드처럼 단말기의 저장 용량을 줄이지도 않는다. 많은 이들이 귀 기울여 음악을 듣기보다는 BGM처럼 음악을 듣는 시대에서는 스트리밍 서비스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게다가 최근의 온라인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는 단지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듣는 서비스에서 그치지 않는다. 판도라, 디저, 스포티파이 같은 서비스들은 빅데이터 분석, 소셜 네트워크 분석 기법에 힘입어 개인 성향에 맞는 음악의 추천이나 발견과 같은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들을 차별 요소로 내세우고 있다. 콘텐츠 큐레이션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음악을 듣는 이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일일이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추천해주는 음악들 가운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골라서 계속 듣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큐레이션 서비스의 경우에는 특정 곡을 찍어서 들을수는 없지만 갈수록 많은 장르의 음악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서 일일이 음악을 찾아가며 듣기 어려운 현대인들에게 참으로 편리한 방식인 것이다. 그러니 온라인 스트리밍 라디오와 큐레이션 서비스가 호응을 얻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 같은 소비 패턴의 변화는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운로드 음악 시장이 감소하고 스트리밍 시장이 성장하는 시장 전망’대로 큐레이션을 기반으로 한 스트리밍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다. 

   
▲ 삼성 ‘밀크뮤직’
 

그렇다면 이 같은 변화는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이용자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쉽고 싸게 들을 수 있게 될텐데 그 결과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많은 온라인 스트리밍 라디오 큐레이션 서비스들이 무료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 서비스들의 인기가 더 많은 이들에게 더 많은 곡들을 자연스럽게 소개하게 되어 다운로드와 음반 구입, 공연 관람으로 이어지면서 음악 소비를 확대한다는 의견과 음악이 저가형 서비스라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부딪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인식의 차이와 부족한 관련 조항 등으로 인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지난 10월 1일 삼성 밀크뮤직이 음원 저작권자들의 저작권을 침해한다며 계약해지를 선언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와는 별도로 온라인 스트리밍 라디오 큐레이션 서비스 이용자가 계속 늘어날 경우에는 음악 창작자와 저작권자의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운로드 서비스나 음반 판매에 비해 훨씬 낮은 금액만을 지불하고도 이용이 가능한 서비스인데다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저작권료도 적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에는 한 번 스트리밍할 경우 7.2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10만번 스트리밍 되어도 72만원에 불과하고 이 금액을 다시 나눠야 하는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이 음반 시장이나 다운로드 시장보다 커진다면 시장 자체가 축소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렇다고 예전 같은 이용 패턴으로 돌아가자고 호소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음악을 잘 알려서 스트리밍 건수가 많아지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온라인 음악 서비스는 홍보용으로만 활용하고 공연, 방송 노출, 광고 등의 방법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방법도 있다. CD 판매와 LP 판매 등의 고급화 전략을 꾀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음악을 만들고 제작하는 이들은 이런 고민까지 함께 병행하지 않으면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창작자와 제작자에게만 돌리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에 따라 이용 패턴이 달라진다면 그에 따라 온라인 음악 서비스 이용요금의 금액과 분배 등 관련 규정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음악이라는 생태계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창작자와 제작자만의 몫이 아니다. 정부가 음원가격을 시장 자율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까지 들리는 현실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