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다음 중 ‘단독’보도의 사례로 올바르지 않은 것은?

① 범죄 혐의자가 도피 중 치킨을 먹었다는 보도
② 연예인의 드라마 출연, 열애설, 결혼설, 결별설 등
③ 인터넷매체가 쓴 기사와 같은 내용을 일간지가 뒤늦게 ‘단독’을 달아 내보내는 경우
④ SNS나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처음 보도한 경우

정답은 무엇일까? 한국 언론의 기준에 따르면 이 중 정답은 없다. 한국 언론에서는 시시콜콜한 모든 것이 다 ‘단독’이 된다. 포탈에는 하루에 수백 개의 단독이 쏟아진다. 그 중 ‘속보’나 ‘1보’를 뛰어넘은 단독보도는 얼마나 될까.

시시콜콜 동정 전하는 단독보도, 뉴스가치는?

쏟아지는 단독보도 중에는 유명인이나 화제가 되는 인물의 시시콜콜한 동정을 전하는 보도가 대부분이다. 유병언 전 청해진해운 회장의 행적을 둘러싼 보도가 대표 사례다. 채널A·TV조선 등 종편은 유 전 회장 일가의 소식 하나하나를 일일이 전하며 ‘단독’을 붙였다.

채널A는 7월 27일 저녁 뉴스에서 ‘유대균, 소심한 목소리로 뼈 없는 치킨 주문’이라는 제목의 단독보도를 내보냈다. 도피 중이던 유병언씨의 아들 유대균씨가 소심한 목소리로 전화 주문을 했고 문도 잘 열어주지 않았으며 계산은 무조건 현금으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TV조선 같은 날 주말뉴스에서 ‘호위무사 박수경은 사실 겁쟁이’라는 제목의 단독 보도를 내보냈다. “유대균씨의 경호원 박수경씨가 사실은 겁이 많은 성격으로 전해졌다”는 내용이다.

   
 
 

채널A는 5월 28일 저녁 종합뉴스에서 <은신처에 체액 묻은 의문의 휴지>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다. 유병언씨의 은신처에 체액이 남아 있었다는 내용의 ‘단독’이었다. 이어 7월 25일 뉴스 <별장에 식지도 않은 ‘체액’…5월 25일의 재구성>에서는 “검찰이 지난 5월 순천 별장을 처음 급습한 날, 별장에서 유 씨의 체액이 발견됐다는 소식 채널A가 단독으로 전해드린 적이 있다. 그런데 검찰이 체액을 확보했을 때 채 식지도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역시 단독보도였다.

이처럼 종편에서는 뉴스가치가 의심스러운 선정적인 단독보도가 쏟아진다. 지난해 3월 별장 성접대 사건 때도 종편은 여러 단독보도를 냈다. TV조선 ‘뉴스쇼판’은 3월 15일 <은밀한 별장…무슨 일이?>라는 제목의 단독보도에서 취재진이 별장 내부를 취재한 스케치를 전했다. 채널A는 3월 21일 종합뉴스 ‘옥으로 치장 별천지’에서 비슷한 내용을 전했다.

성추행 등 자극적인 사건은 중요한 단독 소재다. 지난해 7월 25일 TV조선 <뉴스쇼판>의 단독보도 <택시기사에게 “성관계하자”… 女승객 ’나체 난동’>이 대표 사례다.

연예매체의 경우 단독의 남발이 심각하다. ‘[단독] FT아일랜드, 내년 1월 데뷔후 첫 남미투어…3개국 현지 팬 만난다’ ‘[단독] 송재림, ‘SNL코리아’ 메인 호스트 확정..11월8일 출격’ ‘[단독] 백청강, 11월 25일 미니앨범 발매…작사·작곡 참여’ ‘[단독]‘진짜사나이’ 박승희, 쇼트트랙 커플인 남친 이한빈과 결별…‘사랑보다 평창’’ 등등.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드라마나 예능 출연소식, 열애 및 결별설, 결혼 등이 단독이라는 이름을 달아 나온다.

다 나온 이야기도 ‘단독’ 달아 내보내

이미 보도됐던 내용들에 ‘단독’을 달아 내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단독장사에는 한겨레나 경향 등 소위 ‘진보언론’도 자유롭지 못하다. 한겨레의 6월 30일 기사 <유성기업 공장에서 ‘몰카’ 발견…노조 “감시용” 반발>이 대표 사례다. 이 기사는 ‘단독’ 타이틀을 달고 보도됐다. 하지만 이 기사 내용은 프레시안이 이미 6월 28일 저녁에 보도했던 내용이었다. 이후 한겨레 기사에서는 ‘단독’이 빠졌다.

지난 10월 29일 한겨레 기사 <생활동반자법이 뭐야? 동거·사실혼 관계 등 정책적 보호>도 비슷한 사례다. 기사에는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1월 중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생활동반자법안)을 발의한다고 28일 밝혔다”고 나와 있지만, 오마이뉴스가 이미 10월 6일 ‘생활동반자법’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오마이뉴스는 당사자인 진선미 의원 인터뷰까지 했다.

10월 31일 경향은 ‘포스코, 외주 직원들 사이버사찰 논란’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포스코가 사내 하청 노동자들에게 스마트폰 개인정보 열람 권한이 있는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를 압박했다는 단독보도였다. 이 기사는 31일 오전 6시 경에 올라왔다. 하지만 10월 31일 새벽 1시 경 프레시안이 이미 같은 내용의 기사 <스마트폰 통한 사찰? 포스코 ‘보안 앱’ 논란>을 올린 상황이었다.

   
▲ 10월 31일자 경향신문 기사(위)와 프레시안 기사
 

인터뷰에 ‘단독’을 붙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론 아무도 인터뷰하지 못한 인물을 ‘단독 인터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다른 언론에서 이미 인터뷰한 사람을 인터뷰할 때도 ‘단독’을 붙이는 사례가 많다.

한겨레는 9월 4일 유민아빠 김영오씨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내보내며 ‘단독’을 달았다. 하지만 김씨는 이미 여러 언론과 인터뷰를 한 상황이었다. 미디어오늘도 지난 8월 30일 김영오씨를 인터뷰했다. 한겨레 인터뷰 기사 안에는 ‘첫 심층 인터뷰’라는 말이 붙어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30일 황우석 사건의 제보자였던 류영준 교수를 인터뷰한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에는 단독이 붙었다. 하지만 이미 류영준 교수는 지난 3월 ‘나들’과 인터뷰했고, 10월 28일 CBS 시사자키와도 인터뷰했다.

‘단독’을 두고 언론사 간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올해 초 삼성의 대학총장추천제 보도를 두고 벌어진 한국대학신문과 서울신문의 대립이 대표 사례다. 한국대학신문은 지난 1월 24일 삼성이 총장추천을 통해 신입사원을 뽑을 것이며 대학에 할당량까지 정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그런데 서울신문이 1월25일 홈페이지에 같은 내용의 기사를 올리며 ‘단독’ 표시를 했다. 서울신문은 한국대학신문의 항의를 받고 단독 표기를 삭제했다. 이종락 당시 서울신문 사회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단독의 기준은 종합지, 방송사하고의 경쟁”이라며 “종합일간지와 방송사, 연합뉴스를 봤는데 우리가 제일 먼저 썼기에 단독을 달았다”는 말을 남겼다.

관련 기사 : <양심불량 편집?…서울신문, 한국대학신문 베끼기 논란>

소규모 전문지나 인터넷 매체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연희 한국대학신문 기자는 논란 당시 “네이버 등 포탈에 노출되지 않는 소규모 언론이 많다. 대형 일간지가 소규모 전문지를 우습게보고 무시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단독 뺏기기’를 여러 번 당했다는 한 인터넷매체 기자는 “전화해서 따지면 ‘몰랐다’고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우리를 매체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밝혔다.

제일 먼저 쓰면 단독? 속보와 단독 구별해야

인터넷 커뮤니티나 게시판에 올라온 글도 제일 먼저 쓰면 단독이 된다. 경향신문은 5월 29일 <‘우리가 무슨 죄’ 소방총수 강등에 현장 소방관 분노 폭발 “국민 여러분 119가 돼주세요”>라는 기사를 내보내며 단독을 붙였다. 소방관이 다음 아고라에 청원한 글이 올라왔고 이것이 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경향은 5월 7일 라는 기사를 올렸다. KBS 내부게시판에 막내 기자들이 글을 올렸다는 내용을 전하는 기사였다. 기사 앞에는 단독이 붙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러 매체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단독’보도를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진다. 지난해 5월 28일 SBS 8뉴스는 육사 생도 사이에서 성폭행이 벌어졌다는 단독보도를 했다. 같은 날 같은 시간 MBC 뉴스데스크도 같은 내용의 단독보도를 전했다.

지난해 6월 5일 스타뉴스는 정세진 KBS 아나운서가 연하 아나운서와 결혼한다는 단독보도를 했다. 이데일리 역시 같은 날 같은 내용에 단독을 달아 보도했다.

이런 단독보도가 남발되다보니 단독과 속보, 1보를 구별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단독이라 하면 ‘특종’이라는 의미인데 이는 다른 언론사보다 먼저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슈를 발굴하거나 새롭게 기획해서 새로운 사실을 전달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뜻한다”며 “한 두 시간 지나면 다 알려질 내용을 먼저 보도했다고 단독이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지난해 5월 28일자 SBS8뉴스 갈무리(위)와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같은 시간대에 단독보도를 했다.
 

정 교수는 “더 큰 문제는 다른 데서 취재한 내용을 약간 윤색해서 새로운 것이 등장한 마냥 ‘단독’을 붙인다는 것”이라며 “이는 기사를 이용한 사기라고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속보도 사회적인 의미가 있다면 ‘단독’이라 볼 수도 있지만 지금은 ‘단독’이 남발되고 있다”며 “품질을 담보하는 특종에 가까운 단독이 많이 나와야 한다. 10분만 지나면 의미 없어지는 속보와 단독은 차별성을 지녀야 하는데, 많이 오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 24시간 개방되어 있는 정보를 소스로 하는 뉴스를 단독이라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단독‘장사’ 이유는? 그나마 ‘단독’이라도 달아야…

전문가들은 이런 단독 남발의 원인으로 극심한 매체경쟁을 꼽았다. 하루에도 수천 개의 기사가 쏟아지는 와중에 그나마 독자들 눈에 띠기 위해 ‘단독’이라도 달아야 한다는 것.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매체경쟁 심화를 단독 남발의 원인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매체가 많아졌기에 매체에 대한 평가가 어려워졌다. 매체에 대한 신뢰도가 있다면 굳이 내 기사가 어떻다고 강조할 필요가 적지만 매체에 대한 평가가 어렵다보니 특별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이 동원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또 사람들이 인터넷 중심으로 기사를 소비하다보니 클릭 수가 수입과 직결되고, 기사 내용보다는 기사를 클릭하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단독’이 상품가치를 드높이려는 기교가 됐다”고 밝혔다.

정연우 교수는 “단독이라는 표현이 ‘충격’ ‘경악’과 다를 바 없어졌다. 독자들을 현혹하기 위한 상업전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단독 남발이 포탈 뉴스편집을 겨냥한 것은 아닐까. 네이버 관계자는 “단독은 특종 아닌가. 뉴스편집하는 입장에서 단독이 붙어 있으면 눈여겨 볼 수 밖에 없다”며 “단독을 달면 좀 더 신경 쓰는 측면이 분명 있다”고 설명했다.

단독을 붙이느냐 안 붙이느냐가 정작 조회 수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신문의 온라인속보팀 기자는 “계속 인터넷 뉴스팀에 있었지만 단독 표기는 조회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조회 수보다는 우리 측이 맨 처음 입수했다는 점을 뉴스소비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밀리지 않았다’라는 매체경쟁의 측면이 더 강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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