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정부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PD들과 과거 파업에 참가했던 기자들을 제작과 보도에 무관한 부서로 인사발령을 내자 MBC 내부 구성원들이 크게 반발하며 들썩이고 있다.

MBC는 지난달 31일 ‘교양국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한학수 전 PD 등 권력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PD들을 제작과 무관한 부서로 배치하고, 파업에 참가한 기자들도 비제작부서로 이동시키거나 ‘교육발령’을 냈다.

[관련기사]
① ‘제보자’ 한학수 등 교양국 PD 대대적 비제작부서 발령 
② MBC, 기자까지 드라마‧예능 마케팅부서로 발령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성명을 통해 사측의 인사발령을 명백한 ‘밀실 보복인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MBC본부는 “‘교양 없는 MBC’ 조직개편의 후속 인사는 스스로 공영방송 포기선언을 하며 내세웠던 ‘수익성’과 ‘경쟁력’이란 구호조차도 허울 뿐임을 만천 하에 알린 것”이라며 “교양제작국 조직을 해체하고 신설한 ‘신사업개발센터’,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등 조직은 사측의 마음에 들지 않은 기자들과 PD들을 솎아내고, 배제하기 위한 도구”라고 지적했다.

   
▲ 서울 상암동 MBC사옥
 

MBC본부는 “인사가 난 대부분 당사자는 인사가 있는지 통보를 받지 못하고 모든 것이 밀실에서 논의됐으며, 직원에 대한 교육 발령은 ‘노사협의회’를 통한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안임에도 일방적으로 강행했다”면서 “현직 노조 집행부에 대해선 사전 협의가 있어야 하지만 이마저도 무시해 내용은 물론 형식에서도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인사 폭거”라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이번 인사 발령을 ‘배제’와 ‘탄압’의 의도가 명백하게 드러난 ‘부당 전보’라고 규정하고 인사를 주도한 현 경영진에게 법적 책임 추궁을 포함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MBC기자회도 성명을 내어 “실망을 넘어 참담함과 분노를 느낀다. 말 그대로 참혹한 인사 발령”이라며 “인사 발령 공고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고, ‘최적의 인력 재배치’라는 회사의 자화자찬 앞에서 말문이 막힐 따름”이라고 밝혔다. 

MBC기자회는 “이대로라면 공정성과 신뢰도가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진 MBC 뉴스 프로그램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게 영영 불가능할 수도 있다”며 “비상식적이고 납득하기 힘든 이런 인사 발령은 MBC 뉴스, 더 나아가 MBC 전체의 몰락을 앞당기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MBC기자회는 특히 뉴스 제작·편집 기자들이 사업과 기획 관련 부서로 전출된 것과 관련해 “보도국에서는 ‘일 할 사람 없다’며 계속 경력기자를 뽑아대는 상황에서 기자로서 누구보다 일 잘 할 수 있는 인력을 갈기갈기 찢어 전출시키는 게 과연 ‘적재적소 인력 배치’냐”며 “복수와 증오심에 불타 기자들을 내쫓고 훈련과 교육, 경험을 통해 능력이 검증된 기자들을 교육발령과 전출로 뉴스 제작 업무에서 배제해 놓고 프로그램 경쟁력을 운운은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