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와 이동통신사가 700㎒ 주파수 대역 할당을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일부 언론이 조기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구축’을 앞세워 사실상 이동통신사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상파 방송사가 ‘재난망 구축’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실제 이런 요구는 통신업계의 이해와 일맥상통한다. 

동아일보는 21일 14면에 <지상파 利己에 700MHz 할당 표류… 재난망 구축 2015년 시범사업 불투명>이라는 기사를 냈다. 동아일보는 “재난망 사업이 지상파 방송사들의 집단 이기주의 탓에 주파수 대역을 확정짓지 못해 내년 시범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정치권의 무분별한 지상파 편들기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디지털타임스는 1, 2면에 게재한 <`700MHz 이통용 타당’… 알면서도 말 못하는 정부> 기사에서 “700㎒ 주파수가 아니더라도 UHD 전국 방송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문가들 분석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정부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정치적 논리에 등 떠밀려 주파수 용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21일 전자신문 24면.
 

전자신문은 한 발 더 나갔다. “정부에선 이달 초 700㎒ 주파수 대역 중 일부를 재난망 용도로 배정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느닷없이 국회와 지상파 방송사 측에서 재논의를 요구하고 나선 겁니다. 지상파에선 초고화질(UHD) 방송을 위해 700㎒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고 싶은데, 이 일부를 재난망이 사용한다며 볼멘소리를 합니다. 그러나 700㎒ 주파수 대역을 재난망과 이동통신, UHD 방송용으로 공평하게 나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보도내용을 정리하면 정부는 700㎒ 주파수 일부 대역을 재난망 구축에 할당하려 했으나, 지상파 방송사들의 반발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700㎒ 주파수 없이도 방송사들이 UHD 방송을 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도 더했다. 결국 700㎒ 주파수를 방송사에 할당할 필요는 없으니, 12년 동안 묵혀둔 ‘재난망 구축’을 빨리 의결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

지상파, “재난망 강조는 통신업계의 언론전략”

반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런 주장을 미래부와 통신업계가 펼치는 ‘언론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재난망 구축안’이 700㎒ 주파수 여유대역의 통신 할당에 맞춰진 모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 모바일 광개토플랜과 미래부의 통합공공망 배분(안). 이미지=방송협회 제공.
 

지난 10일 미래창조과학부는 설명회에서 700㎒ 대역 중 20㎒ 폭을 재난망 주파수로 할당하는 ‘통합 공공망 주파수 분배안’을 내놨다. 718~728㎒ 대역과 773~783㎒ 대역을 10㎒씩 재난망 주파수로 할당한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이 대역이 정확하게 기존 ‘광개토 플랜’대로 718~728㎒ 대역과 773~783㎒ 대역을 통신사에 할당하고 남는 주파수 대역이라는 점이다. 

방송사들은 현재 미래부 안대로 재난망을 구축하는 건 700㎒ 대역을 통신에 할당하려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 방송협회는 “통신용 주파수 보장을 위한 ‘알박기 방식’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재난망 핑계, 황금 주파수 통신용 알박기했나]

방송협회 산하 UHD 연구반의 이상진 박사(SBS)는 “미래부 안은 ‘알박기’하고 통신용으로 할당하는 과정”이라며 “재난망 주파수의 대역이 매우 이상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래부 안대로 재난망을 분배하면 나머지 대역을 UHD 방송용으로 분배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미래부 안대로는 방송과 통신 대역 사이 보호구간이 여러 번 들어가서 비효율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 미국의 통합공공망(FirstNet)이 사용할 700MHz의 주파수 대역. 자료=방송협회 제공.
 

물론 방송사의 이런 주장도 700㎒ 대역을 UHD 방송용으로 할당 받기 위한 논리의 연장선에 있다. 방송사들은 통신용 할당에 맞춰진 ‘광개토 플랜’을 전면 재검토하고, 재난망을 미국과 동일한 주파수 대역(758~768㎒, 788~798㎒)으로 분배하자고 제안했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우리는 재난망 구축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통신용 할당을 전제로 하는 현재 안 대신,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미국 주파수 대역과 동일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700㎒ 대역 재분배를 결정할 주파수심의위원회는 지난 20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수인 책임연구원 등 3명을 민간위원으로 위촉한 후 첫 회의를 열었다. 치열한 대립 속에 주파수심의위원회가 출범함에 따라 주파수를 둘러싼 지상파 방송사와 이동통신사의 다툼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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