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는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발간한 ‘3.0 혁신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5월까지 △온·오프 인적역량 재배치 △ 디지털 콘텐츠 증가 △사전 제작 콘텐츠 증가 △웹·모바일 홈페이지 개편 △CMS 개편을 1단계 목표로 삼았다.    

디지털 퍼스트를 지휘하는 정영무 대표이사는 16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 신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번 보고서를 “온·오프 통합 영향력 1위로 나아가기 위한 로드맵”이라고 소개하면서 “현재 한겨레는 디지털이 콘텐츠 발원지로 자리매김하는 1단계에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정 대표이사와의 일문일답. 

디지털 퍼스트를 선언한 이유가 궁금하다. 
“디지털 퍼스트는 언론계의 꽤 오래된 화두였으나 언론사들은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 언론사들은 종이신문을 제작하는 관행에 최적화돼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도 10년 전부터 노력해왔지만 지금 시도하는 혁신은 과거와는 확실히 다르다. 첫째, 이제는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훨씬 더 높아졌다. 둘째,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변화의 에너지가 많이 축적됐다. 셋째, 결국 변화의 주체인 간부들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금년 봄부터 편집인과 편집국장이 중심이 돼 변화를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고, 데스크와 기자들도 온라인 경험을 쌓고 있다.”

한겨레가 디지털 전략에서 뒤떨어졌다는 평이 있다.
“재정 문제로 제대로 투자하지 못했고, ‘종이신문에 더 충실해야 한다’는 논리도 한몫 했다. 현재 한겨레는 디지털 퍼스트 1단계에 있다. 초보 단계란 게 아니라 디지털이 콘텐츠 발원지로 자리매김하는 단계에 있다는 의미다. 종이신문의 콘텐츠를 디지털에 옮기는 게 아니라 디지털에서 생산한 콘텐츠 중에 가치 있는 걸 종이신문에 싣는 것으로 인식을 전환하는 단계다.”  

한겨레 3.0 혁신 보고서는 무엇을 담고 있나. 
“온·오프 통합 영향력 1위를 달성하는 것이 내부적인 목표이다. 이번 보고서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로드맵이다. 이를테면 모바일에서 어떤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기사쓸 것인지 등이 매뉴얼로 정리돼 있다. ‘3.0 혁신’은 단순한 보고서가 아니라 액션플랜이다.” 

   
▲ 정영무 한겨레 대표이사  (사진=김도연 기자)
 

콘텐츠 유료화 계획이 있나.  
“한겨레에서 발행한 여러 가지 콘텐츠를 주제별로 골라 만든 ‘한겨레 다이제스트’가 있다. 이 콘텐츠를 더 풍부하게 생산해 일정 금액을 받고 서비스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거꾸로 보면 유료화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과제다.”

지난달 노조는 보고서 안에 대해서 ‘야마가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내부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려 했다. 우리가 가지 않았던 길이기 때문에 당장 완벽한 지도를 작성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 편집국 간부들이 많은 체험과 공유, 토론을 통해 제시한 실현 가능한 길이 보고서에 응축돼 있다. 보고서가 배포되면 구성원들도 공감할 것이라고 본다. 중단 없는 전진으로 최종 3단계까지 나아가면 지금에선 예상할 수 없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페이지뷰(PV)를 앞세운다는 비판도 나왔다.
“디지털 전환에서 물론 PV는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에 가치 있는 뉴스, 즉 저널리즘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온라인 부문에 어떤 콘텐츠를 올릴 것인가에 대해 충분한 토론과 의견 수렴을 거친다면 길이 보일 것이다.”

한겨레은 지면 감축을 시도하는데 종이신문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종이신문의 생존 기간이 상당히 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종이신문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깊이 있는 기사를 생산해야 한다. 지면을 감축하지만 32면도 충분하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기사는 빼고, 가치 있는 정보만 담을 것이다.”

디지털 전환이 신문 생존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신문의 생존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온·오프 통합 영향력을 어떻게 제고하느냐에 달렸다. 영향력이 높아지면 광고든 다른 부대사업이든 수익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다. 디지털 혁신으로 저널리즘 질을 높이고 콘텐츠 확산에 주력을 한다면 부차적 문제들은 해결되리라 본다.

‘혁신 3.0’의 성공을 확신하는가. 
“한겨레에 혁신의 DNA가 있다고 생각한다. 창간 자체가 혁신적인 발상으로 이뤄졌다. 그 후로도 수많은 시도를 해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혁신의 DNA로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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