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6일, MBC <뉴스데스크>는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이 특정 방송사 간부들에 대해 막말을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2년 뒤인 지난 10월 15일, 이 보도는 오보로 판명 났다. 대법원은 일명 ‘신경민 막말 파문’ 보도가 담았던 사실적 주장이 진실하지 않을뿐더러 사익의 목적이 있었다는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판결을 인용해 MBC가 신 의원에게 2000만원을 배상하고 정정보도하라고 확정 판결했다. MBC 저널리즘은 또 다시 불명예를 얻게 되었다. 

판결문은 ‘신경민 막말 파문’ 보도의 저널리즘적 문제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오늘날 MBC가 ‘친정부 성향의 편파방송’이란 비판을 받는 배경도 유추해 볼 수 있게 했다. 판결문이 지적한 MBC ‘신경민 막발 파문’ 보도의 가장 큰 문제는 보도의 핵심이었던 사실적 주장에 대한 왜곡과, 보도 자체에 당시 보도국 간부들의 이해관계가 반영되었다는 점이다. 때문에 당시 보도를 두고 보도국 간부들이 공영방송 뉴스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우선 “출신지역과 지방대학 출신임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도 있었다”는 MBC뉴스의 사실적 주장이 왜곡되었다고 판시했다. 당시 신경민 의원은 문방위 국감장에서 의원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김재철 MBC 사장 밑에서 일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MBC 기자 출신인 신 의원은 황용구 보도국장이 충청도 출신인데 경북대를 나왔고, 권재홍 보도본부장이 서울대 후배라고 전했다. 김장겸 정치부장은 마산고에 고려대를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MBC는 그래픽을 통해 특정 간부의 출신 지역과 출신 학교 언급만 자막으로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출신지역과 학교를 이유로 비하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었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지역감정조장과 학벌주의는 정치인이 가장 경계해야 할 발언인데, 언론이 이를 조장한 셈이다. 신경민 의원은 2년 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처음 보는 MBC 기자(박영일)가 인사하겠다고 찾아온 뒤 국감장에서 한 얘기를 꺼내며 왜 그런 얘기 하셨냐고 물어 ‘뉴스 망치고 있는 사람들 고향과 대학과 촌평을 의원들이 물어봐서 답한 건데 뭐가 잘못됐느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MBC 논리대로라면 (당시 언급한) 서울대·고려대·경북대·동국대와 인천·경상도·충청도를 모두 비하한 걸로 뽑아야 한다. 그럼 전국 각지를 비하한 셈 아닌가”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재판부는 MBC보도를 두고 “원고(신경민)가 실제 발언한 내용을 부정확 또는 불완전하게 밝히거나 발언 취지를 그릇되게 해석함으로써 원고가 출신 지역이나 출신 학교를 이유로 특정인을 비하했다는 사실적 주장이 함축되었다”고 판시했다. MBC는 ‘비하하는 듯한’이란 문구로 사실적 주장을 했다. 

사실적 주장이란 의견표명과 대치되는 개념으로 증거에 의해 판단할 수 있는 사실관계에 관한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MBC보도에 대해 “사실적 주장이 진실하지 않다”며 명예훼손을 인정했다. 기사의 핵심인 출신지역과 지방대학 비하발언은 MBC가 만들어낸 사실적 주장이었던 셈이다. 이와 관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또한 2013년 1월 해당 보도를 두고 “특정 지역 비하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발언에 대해 지역감정 조장을 언급하며 추측성 보도를 했다”고 지적했다. 

   
▲ 2012년 10월 16일자 MBC '뉴스데스크'.
 

그렇다면 MBC는 왜 이렇게 무리한 보도에 나서야 했을까. 당시 MBC는 공정방송을 위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170일 파업이 사실상 실패로 끝난 뒤 김재철 사장측이 파업참가자들에 대한 보복성 인사와 징계를 단행한 이후였다. 당시 민주통합당은 대선을 앞두고 MBC보도가 특정후보에 편향되었다며 비판하고 있었다. MBC 출신인 신경민 의원은 누구보다 MBC의 불공정보도를 앞서 비판했던 인물이었다. ‘신경민 막말 파문’ 보도는 신 의원과 야당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노렸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신경민 막말 파문’ 보도가 MBC보도국 간부들이 방송을 사유화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언론 출판의 자유를 누리는 언론사가 언론사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스스로 자신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보도를 하는 경우라면 그 표현된 내용이 공공적 의미를 지닌다 하더라도 보도의 공정성을 준수할 의무가 더 요구된다”고 밝혔다. 자신들이 보도의 이해당사자일 경우 더욱 보도에 신중해야 저널리즘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들은 신중치 못했다. 

재판부는 “MBC는 한정된 전파자원을 이용하는 방송사업자이므로, MBC 간부들 역시 비판을 상당한 정도 감수해야 하고 공적 책임과 공정성 및 공익성에 따라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공영방송 간부들은 박영일 기자의 정보보고를 보고는 공익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보도를 결정했다. ‘신경민 막말 파문’ 보도는 모두 6회에 걸쳐 나갔다. 재판부는 “이 사건 방송에는 MBC 자신의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상당 부분 내포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하는 공익성을 갖춘 것이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여기서 사익적 목적이라 함은, 출신지역과 학력이 언급된 보도국 간부 본인들이 갖고 있던 사적 이익이다. 재판부는 “공익적 동기보다는 MBC 간부들에 대한 비판에 대하여 언론기관의 지위를 이용하여 대응한다는 사익적 목적 내지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면서 방송의 방식, 횟수, 편집방법 등에 있어 공익적 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상당히 초과하여 공익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공영방송의 보도국 간부들이 뉴스를 사유화했다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문제는 당시 ‘신경민 막말 파문’ 보도를 결정했던 보도국 간부들이 여전히 MBC의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MBC의 저널리즘이 실종됐다는 비판은, 서울고법 판결문이 지적한 간부들의 ‘사익적 목적’을 염두 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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