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세 인상의 본질은 ‘증세’다. 정부는 향후 주민세와 자동차세 등 서민들을 대상으로 증세를 감행할 계획이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장관은 “담뱃세나 주민세 인상이 증세가 아니라고는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증세없는 복지’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증세’에서도 ‘복지’에서도 파괴되고 있다.

언론의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 지점이다. 증세 필요성과는 별개로 그 방식과 내용이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이래 잇따른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부족이 서민증세로 이어졌다는 게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방식면에서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증세논란이 사라진 언론사들이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다. 이들은 증세논란은 뒤로한 채 담뱃값 인상이 ‘국민건강 진흥을 위한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에 발맞춰 ‘금연 특집’을 이어가고 있다.

   
▲ 2014년 9월 14일. KBS 뉴스9 화면갈무리.
 

KBS는 14일 <뉴스9>에서 금연에 초점을 맞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론조사 내용 중 '담뱃값 인상안이 증세정책'이라는 응답자가 71.2%, '금연정책'이라는 응답자가 24.8%로 나왔지만 이 내용은 기사 말미에 덧붙여졌다. KBS는 이날 ‘길거리 흡연 금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별도 리포트로 내보냈다.

주민세·자동차세 인상 방침이 발표된 지난 12일 KBS는 <뉴스9>에서 “고소득자에게 걷은 세금을 저소득자에게 돌려주는 소득 재분배기능이 많이 떨어진다”며 “담뱃값이나 주민세 등 누구나 똑같이 내는 정액세를 올리면 이 소득재분배기능이 더 악화될 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후 증세 논란이나 박근혜 대통령 공약 문제를 다룬 리포트는 보도하지 않았다.

MBC는 14일 <뉴스데스크>에서 정부의 담뱃값 물가연동제 방침을 단순히 ‘소개’했다. MBC는 이전에도 ‘금연정책 실효성’ 측면에서만 담뱃값 인상안을 다뤘다.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안에 대해서는 한 택시기사의 ‘한탄’을 리포트에 포함시켰을 뿐 증세와 대통령의 공약 파기라는 본질적 측면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 2014년 9월 14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취재파일’이라는 기자수첩을 통해 정부의 ‘증세 꼼수’를 비판했던 SBS는 정작 메인뉴스인 <8뉴스>에서 이 문제를 짚지 않았다. 역시 ‘금연 정책’ 측면에서 담뱃값 인상을 바라봤을 뿐이다.

JTBC는 어땠을까? JTBC는 지난 12일 <뉴스9>에서 손석희 앵커가 “담뱃값에 이어 주민세와 영업용 자동차세 인상까지 발표되면서, 사실상 증세 시리즈가 시작된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 리포트에서도 “증세없는 복지를 고집해온 현 정부가 지방세 인상을 통한 우회 증세를 택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보수언론’들도 정부의 이번 증세안에 대해 절차와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15일자 사설에서 “꼼수 증세”라고 지적했고, 중앙일보는 “편법 증세”라고 비판했다. 증세에 대한 입장과 복지에 대한 입장은 다를지언정 정부 증세안이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들은 박근혜 정부의 ‘꼼수 증세’를 표피적으로만 접근하고 있다. 금연정책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서민들의 세금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정부의 ‘증세없는 복지’ 약속이 공염불이 된 상황은 전하지 않고 있다. 최근 지상파 뉴스에 대해 ‘보수와 진보의 가치 문제를 떠났다’는 지적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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