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월호 참사로 많은 국민들이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 무엇이라고 봅니까?

⇒ 원인은 수도 없이 많지만 몇 가지를 추려보면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는 엉터리 법규입니다. 둘째는 엉터리 지도감독입니다. 셋째는 솜방망이 처벌입니다. 넷째는 엉터리 구조입니다.

2.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어떤 엉터리 법규가 세월호 참사를 불렀습니까?

⇒ 현행 해사안전법 제55조에는 해수부 장관이 필요한 경우 선박 안전 점검을 “할 수 있다”고만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른바 ‘임의 규정’입니다. 이런 엉터리 법규가 세월호 참사를 불렀습니다.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여객선은 모두 224척이고, 화물선은 793척이며, 유조선은 734척입니다. 이들 선박에 대해서만이라도, 아니 여객선에 대해서만이라도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했더라면 세월호 참사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3. 관료들은 이런 경우 예산과 인원이 부족하다는 변명을 합니다.

⇒ 정당한 변명이 아닙니다. 지금도 해수부는 선박 회사들이 민간의 안전관리 대행업체를 선정하여 안전관리를 대행하게 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수부가 1년에 한 차례 224척의 여객선 중 10%만 무작위로 추출하여 불시에 정기점검을 했더라도 세월호 참사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무작위 추출과 불시 점검이 선박 회사와 안전관리 대행업체들의 엉터리 안전관리를 사전에 원천 봉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해사안전법은 해수부의 정기점검을 의무화하지 않았고, 무작위 추출과 불시 점검도 의무화하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정치권 모두가 세월호 참사를 유발한 주범들입니다.

4. 해수부와 해경의 엉터리 지도감독도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이 되었지요?

⇒ 지난해 7월 해수부와 해경은 대형참사를 막는다며 목포에 4명을 투입해 안전관리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4명은 목포터미널 선착장에서 여객선 12척을 160분만에 점검, 완료하는 신공을 발휘했는데요. 비상대비훈련, 교육훈련 실시 여부 등도 서류만으로 조사하고, ‘100% 이상 무’를 선언했습니다. 13분에 1척씩 서류만으로 점검하는 엉터리 지도감독, 안전불감증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입니다.

5. 기업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 현행법은 기업들이 민간의 안전관리 대행업체를 동원해서 허위 안전진단서를 제출해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만 부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은 기업들의 안전불감증을 유발합니다. 세월호와 같은 대형 여객선의 경우 연간 안전관리 비용이 1억원 이상 소요될 수 있는데요. 위반 시 벌금이 1000만원 이하이고 정부가 적발을 거의 하지 않는다면 기업들은 안전에 무감각해집니다.

6. 해경의 엉터리 구조에 대한 비난도 거셉니다.

⇒ 해경에 소속된 모든 구성원이 엉터리는 아닙니다. 항상 고위직들이 문제지요. 정치학자들에 따르면 모든 조직에는 ‘과두제의 철칙’이 적용됩니다. 즉 조직이 커지면 고위직 간부들이 조직의 원래 목적보다는 사익에 몰두하는 경향이 커집니다. 해수부와 해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 조직에서도 하위직 공무원들은 평소에도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고위직들은 조직의 원래 목적보다는 낙하산에 관심이 많습니다. 세월호 참사 때 나타난 해경의 부실한 대처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특히 사고 현장에 처음 도착한 해경이 도끼와 밧줄 등 기본 장비를 갖추지 못해 수십 명은 생명을 구하지 못한 것은, 해경 역사에 가장 큰 치욕 중 하나로 기록될 것입니다.

7. 사고 현장에 처음 도착한 해경이 도끼와 밧줄 등 기본 장비를 갖추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 재난 사고 현장은 전쟁터와 유사합니다. 구조자의 대처 능력에 따라 수 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재난 구조자는 평소에도 끊임없이 상황 대처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해경의 구조과정을 보면 여객선 사고에 대비한 상황 대처 훈련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발로 공만 찬다고 좋은 축구 선수가 아니듯이, 현장에 출동만 한다고 좋은 구조자는 아닙니다. 좋은 축구선수가 수 많은 특수한 상황에 가장 적절하게 대응하여 좋은 성과를 내듯이, 좋은 구조자도 수 많은 특수한 상황에 가장 적절하게 대응하여 많은 인명을 구조해야 합니다. 그것은 끊임없는 상황 대처 훈련으로 가능한 것입니다.

8. 그런데 해양수산부가 황당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가 선박 회사의 선박 건조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해수부의 이 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시신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참사의 주범 중 하나인 해수부가 그런 황당한 행태를 보이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이번 참사의 주범은 해수부를 포함한 정부 관료들과 선박 회사, 그리고 법규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 정치인들입니다. 이들은 참사로 희생된 고인들 앞에서, 그리고 유가족들 앞에서 몇 날 몇 일을 석고대죄해도 모자랍니다. 그런데도 해수부의 고위 관료들은 반성을 하기는 커녕 선박회사들에 돈 퍼 줄 궁리부터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염치없는 사람들인지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9. 해수부 관료들은 선박회사들에 얼마나 많은 돈을 퍼 줄 궁리를 하고 있나요?

⇒ 선박 회사가 국내에서 선박을 발주하면 선박 건조 자금 대출이자 가운데 3% 금리에 해당하는 이자를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데요. 올해 정부 지원금이 500억원입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해수부 관계자는 이것을 현재의 2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0. 500억원은 선박 회사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까요?

⇒ 제가 여객선 시가총액을 추정할 목적으로 자료 조사를 했습니다. 연안여객선 172척 중에서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각사 홈페이지를 통해 재무제표 확인이 가능한 12개사 29척을 조사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29척의 장부가격은 겨우 1203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여기에서 장부가격이란 여객선 노후화에 따른 감가상각액을 뺀 가격을 말하는데요. 1척당 장부가격은 41억 5천만원이었습니다. 따라서 29척이 172척을 적절하게 대표하고 있다면 172척의 시가총액은 7138억원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연안여객선 이외의 여객선까지 포함한 전체 여객선 224척의 시가총액도 1조원을 넘어서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전체 여객선 시가총액이 1조원 미만 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의 무상지원금 500억원은 매우 큰 금액이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11. 선박 시가 총액이 1조원도 안되는 선박 회사에 매년 500억원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그것도 부족해 그것을 1000억원으로 늘리자는 것이 해수부 주장이군요?

⇒ 그렇습니다.

12. 일각에서는 여객선 준공영제를 주장하기도 하는데요.

⇒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준공영제를 할 게 아니라, 차라리 정부가 1조원을 들여 여객선 전부를 매입해서 완전 공용제를 시행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13. 해수부는 또 외국에서 배를 사오는 선박 회사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 26일 해수부는 선박회사가 외국에서 선령 10년 미만의 중고 선박을 사올 때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카페리 등 국내에서 건조가 사실상 불가능한 선박은 이차(이자 차액) 보전사업으로 지원받을 수 없어서 예외적으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선박회사에 매년 1000억원씩 퍼 주자는 주장도 부족해서 그 이상을 퍼 주자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14. 해수부는 또 선박을 건조할 때 정부와 선사가 공동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지요?

⇒ 정부와 선사가 공동 투자해서 소유는 정부와 선사가 공동으로 하고 운영은 선사가 맡아 수익금으로 정부에 돈을 갚아가게 한다는 것인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황당한 코미디입니다. 정부와 선사가 공동 투자한다고 수익금이 넘쳐난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결국 선사가 정부 빚을 갚으려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요. 요금을 대폭 올리거나, 아니면 준공영제 도입해서 밑 빠진 독에 물붓기를 해야 합니다. 결국 과거의 서울 지하철 9호선 꼴이 되는 겁니다. 지금 해수부가 서울 지하철 9호선과 같은 민자사업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겁니다.

15. 해수부 주장은 과거 서울 지하철 9호선보다 선사에게 훨씬 더 유리한 민자사업 같은데요?

⇒ 맞습니다. 과거 서울 지하철 9호선 민자사업의 경우에는 서울시와 민자사업자가 공동 투자하되, 운영을 개시할 때부터 소유권을 서울시가 갖고, 30년의 운영권을 민자사업자가 가졌습니다. 대신 민자사업자의 수익률이 양측이 사전에 협약한 협약수익률에 미치지 못할 경우 협약이 규정한 바에 따라 서울시가 재정지원을 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해수부 주장을 들어보면 정부와 선사가 공동 투자해서 정부와 선사가 공동으로 소유권을 갖는다고 합니다. 또 운영권 기간 제한도 없습니다. 선박 회사에 과도하게 유리한 주장입니다.

16. 6·4 지방선거의 주요 이슈 중 하나가 버스 공영제인데요. 선박의 경우에도 공영제, 혹은 준공영제에 대한 논란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 같습니다.

⇒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버스 준공영제가 시행되고 있는데요. 이 제도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로 전락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지자체들이 버스 회사와의 협상에서 처참하게 졌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버스 회사에 돈을 퍼 주려면 버스회사로 하여금 그에 상응하는 의무를 요구해야 합니다. 예컨대 버스노선에 대한 면허 유효기간을 5~10년으로 제한하고, 버스 수급의 변화에 부응하는 노선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그걸 얻어내지 못했고 버스 회사에 돈만 퍼주는 준공영제를 한 겁니다. 그러다 보니 이 제도가 ‘땅 짚고 헤엄치기로 돈을 버는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최근 일부 시민단체들이 버스 공영제라는 별도의 대안을 내놓고 있는데요. 버스준공영제가 성공했다면 공영제를 대안으로 내놓을 이유가 없습니다. 선박의 경우에도 설익은 준공영제를 할 경우, 정부가 돈만 퍼 주고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재정 지원 참사’를 당할 수 있습니다.

17. 버스 준공영제 도입과정에서 지자체가 버스 수급의 변화에 부응하는 노선체계 갱신권을 얻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른 부작용이 뭔가요?

⇒ 대도시 도심에는 버스가 넘쳐 교통혼잡이 지속되고, 외곽에는 버스가 부족해서 출퇴근 서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코미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버스 준공영제의 장점이라면 버스회사들의 파업이 사라졌다는 것인데요. 그걸 얻자고 너무 많은 희생을 치르고 있습니다. 지자체는 엄청난 혈세를 쏟아 붓고, 버스회사는 땅 짚고 헤엄치기로 돈을 벌고, 수도권 외곽에서는 버스가 부족해서 출퇴근 서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씁쓸한 대한민국의 풍경입니다.

18. 정부나 지자체 관료들은 다른 선진국들이 준공영제를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 언어학자 소쉬르에 따르면 시니피앙(signifiant/기표/개념의 외연)은 같지만 시니피에(signifie/기의/개념의 내포)가 다른 것이 많습니다. 예컨대 동서고금의 독재자들 중에서 자신을 독재자라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거의 모두가 자신을 애민주의자 혹은 민주주의자라 주장했습니다. 애민주의나 민주주의에 대한 독재자들의 시니피에가 일반인과 다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준공영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니피앙이 같으니까 시니피에도 같다? 이런 유아적인 인식은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극복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버스 준공영제는 선진국형과 시니피앙은 같으나 시니피에가 다릅니다. 선진국형과 다른 사이비 준공영제라는 뜻입니다. 귤이 회수를 건너 탱자가 된 경우에 해당합니다.

19. 신안군이 버스공영제에 성공했다고 하는데요. 다른 지자체들은 왜 주저하고 있는 겁니까?

⇒ 신안군의 경우 버스공영제를 하기 직전 차량들은 대부분 노후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버스 가격 보상액이 많지 않았습니다. 한국운수산업연구원의 안종복 박사가 2009년 말에 내놓은 보고서, ‘버스공영화 전면 시행으로 주민 교통편의 증진- 전남 신안군 농어촌버스’에 따르면 신안군은 14개사의 버스 23대에 8억 4169만원의 보상을 했는데요. 이 중 영업이익 보상이 6억 4075만원, 실직 보상이 7893만원, 차량 잔존가치 보상이 1억 2202만원이었습니다. 버스 1대당 평균 보상액을 보면 영업이익 보상이 2786만원, 실직 보상이 343만원, 차량 잔존가치 보상이 531만원이었습니다. 도합 3660만원입니다. 현실에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기초 지자체들이 버스공영제를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하는 것은, 버스회사들이 준공영제에 대한 많은 기대를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20. 버스 회사들 입장에서는 버스공영제 협상에 응하기보다는 버스 준공영제라는 로또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게 낫다는 것이군요?

⇒ 그렇습니다.

21. 마지막 질문입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합니까?

⇒ 세월호 참사는 우리나라 정부와 정치인들이 기업들의 사리사욕을 챙겨 주기 위해 얼마나 국민들 생명을 경시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습니다. 이런 엉터리 사회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앙이 연이어서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가장 먼저 대오각성해서, 엉터리 법규를 개선하고, 지도감독을 강화하며, 처벌 수위 또한 높이는 개혁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이와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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