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안광한 사장이 지난 25일 전 직원이 볼 수 있는 내부게시판을 통해 이번 참사에 대한 MBC의 보도를 두고 “시청자들의 기대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고 자평했다. 안 사장의 글은 대부분 세월호 참사 현장에 투입된 자사 임직원들의 격려 차원이지만 일부 부적절한 내용이 섞여있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 사장은 해당 글에서 “2002년에 있었던 ‘효순·미선양 방송’이 절제를 잃고 선동적으로 증폭되어 국가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데 비해, 이번 방송은 국민정서와 교감하고 한국사회의 격을 높여야 한다는 교훈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자평했다.

안 사장은 이어 “세월호 사건은 우리사회에 분명한 교훈으로 남아야 한다”며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정도가 국가와 사회의 수준과 격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은 국민적 관심이 클수록 몰입과 절제의 적정선을 지켜나가기 위한 고민을 해나가야 하고, 이러한 고민 속에서 성숙한 사회를 향한 제 역할을 해 나갈 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얼핏 실종자 가족들과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초기대응을 질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절제·기본 없는 비원칙’으로 지칭한 것처럼 읽힌다. 또한 MBC가 사고 당일인 16일 세월호 보험금 리포트를 내보내고 정부 측의 발표에 의존해 사건 초기 구조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MBC 보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도 동떨어진 인식이다.

   
▲ MBC <이브닝뉴스> 16일자 리포트. 현재 MBC 홈페이지에서는 관련 리포트의 영상 다시 보기 서비스가 중단돼 있다.
 
또한 ‘효순·미선 사건’을 언급한 것도 부적절해 보인다. ‘효순·미선 사건’ 당시 언론의 보도를 ‘선동’으로 규정한 셈이라, 안 사장의 ‘절제의 적정선’의 기준은 정부 비판을 차단하자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세월호 사건에 대한 MBC의 보도를 ‘국민정서와 교감했다’는 평가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 함께 안 사장은 “MBC도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회사와 사원의 역할과 책임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다시 한 번 성찰해 보았으면 한다”며 “‘기본과 원칙’이라는 측면에서 세월호 사건이 반면교사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동수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홍보국장은 “우선 세월호 사건을 두고 ‘반면교사’니 ‘계기’로 삼자는 것이 맞지 않다”며 “효순·미선이 선동이란 주장은 그 자체도 동의하기 어렵지만 세월호 사건의 보도 근거로 그것을 댔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MBC 보도에) 반성할 부분이 있는데 내부 독려 차원에서 이해해도 반성이 없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KBS는 27일 세월호 추모방송을 계획하다 내외부의 반발로 이를 축소 방송키로 했다. KBS의 원래 계획은 10시간여 동안 <특별 생방송, 당신 곁에 우리가 있습니다>를 생방송할 예정이었다. KBS는 이 방송에서 모금도 진행하려 했는데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는 25일 성명을 통해 “필사의 구조작업이 한창인데 모금방송이 왠 말이냐”고 비판했다.

   
▲ 18일 KBS 뉴스특보 화면
 
KBS 본부 측은 “구조작업이 한창인 사고 현장에서 모금 방송을 지켜볼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의 심정은 어떠할지, 사측은 정녕 헤아리지 못한단 말인가”라며 “검은 색이 아닌 노란 리본으로 기적 같은 생환을 기다리는 국민들의 여망에 찬물을 끼얹는 방송을 꼭 지금 해야만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KBS 본부는 이어 “계란은 넣지 않았지만 라면을 먹은 장관, 기념사진을 찍은 고위공무원, 응급차를 타고 출퇴근한 직원들, 이 정도면 많이 구했다는 경찰고위직. 국민들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KBS가 모금방송까지 진행한다면 국면전환용이라는 국민적 비판과 저항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KBS 측은 내부 논의를 통해 특집생방송을 2시간으로 단축키로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