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언론들이 ‘세월호’ 사건을 보도하며 ‘보험금’에 주목하거나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기사 장사를 하는 등의 행태로 여론의 질타를 받자 올라갔던 기사가 삭제되는 해프닝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인근 해상에서 수학여행을 떠나던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 등 447명이 탑승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초유의 침몰사고에 언론들은 취재경쟁에 돌입했고, 이에 따라 본질과 다른 무리한 기사들이 쏟아졌다. 무리하게 생존자들을 인터뷰하거나, 피해자들이 받게 될 보험금에 주목하는 등의 보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을 달아 ‘어뷰징’ 장사를 하는 기사들도 많았다.

누리꾼들은 이러한 기사들을 모아 커뮤니티나 SNS로 퍼날랐고, 누리꾼들의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자신의 블로그에 이러한 기사를 모아놓고 <대한민국 언론 누가누가 미쳤나> <대한민국 언론은 미쳤다> 등의 제목을 붙였다. 세월호에 대한 국민적 관심 못지않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언론보도가 누리꾼들에 의해 ‘모니터링’ 되고 있는 셈이다.

비판을 받으며 기사가 삭제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대표적인 사례는 이투데이다. 이투데이는 16일 오후 <타이타닉·포세이돈 등 선박사고 다룬 영화는?>라는 기사를 올렸다가 삭제했다.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유족과 관계자들의 비통함이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 선박 사고로 화제를 모은 영화들이 새삼 화제를 모으고 있다”는 내용의 쌩뚱 맞은 영화 소개기사였다.

   
16일자 이투데이 기사 갈무리
 
이투데이는 또한 같은 날 오후 <[진도 여객선 침몰] SKT, 긴급 구호품 제공·임시 기지국 증설 “잘생겼다~잘 생겼다”>는 기사를 내보냈다가 삭제했다. “잘생겼다”는 표현의 제목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투데이 온라인뉴스부 관계자는 1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긴박한 상황에서 미흡하게 기사가 나간 부분이 있었고, 독자들의 (안 좋은) 반응이 커서 삭제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네이버마저…세월호 침몰보도에 “자극적 편집 자제” 요청>

뉴시스는 이번 사고로 사망한 정모 학생의 일기장이 책상에 놓여 있는 사진을 기사로 내보냈다가 삭제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만든 ‘인권보도준칙’ 제2장 인격권 항목에는 ‘죽은 사람과 유가족의 인격권은 침해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 언론이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유품, 메시지를 공개할 경우에 해당한다.

   
▲ 16일자 뉴시스 기사 갈무리
 
SBS는 가족이 모두 실종된 채 혼자 구조된 6살 아이의 인터뷰 영상을 내보냈다가 삭제했다. SBS ‘생생영상’은 16일 5시 경 <세월호서 구조된 6세 어린이 “혼자 나왔어요” 눈물>에서 구조된 6세 어린이를 인터뷰하는 영상을 내보냈다가 급히 삭제했다. SBS 뉴미디어부 관계자는 “편집 과정에서 기자 질문을 빼고 아이가 말한 팩트만 전달하려고 했는데 실무자가 영상을 잘못 넣었다. 알게 돼서 급히 바로 뺐다”며 “실수긴 하지만 비난을 받아도 할 말 없는 잘못”이라고 말했다.

JTBC는 16일 뉴스특보에서 생존한 학생에게 ‘친구가 사망한 걸 알고 있나’는 부적절한 질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기사 삭제  및 사과를 했다. 손석희 JTBC 뉴스9 앵커는 뉴스9 오프닝 멘트로 여러차례 사과의 뜻을 밝혔다.

   
▲ 16일자 SBS ‘생생영상’ 갈무리
 
삭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목을 바꾼 사례도 있다. 연애매체 OSEN은 세월호 침몰사고로 음악방송이 결방된다는 소식을 전하며 <음악방송, 여객선 참사로 결방될 듯…엑소 못 보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누리꾼들은 “엑소 못 보는 게 뭐가 중요하나”며 검색어 장사를 하려고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기사의 제목은 <음악방송, 여객선 참사로 결방될 듯>으로 바뀌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1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언론사들이 자신의 사회적 영향력에 따르는 책임을 정확히 알고 기사를 써야하는데, 일단 보도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그걸 내리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이번에 언론의 재난보도가 지닌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서 향후 다시는 이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16일자 OSEN 기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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