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추천으로 방송통신위원회에 들어온 허원제 위원은 부위원장으로 호선되기 전 전임 김충식 부위원장 자리에 앉아 있었다. 16일 오전 과천 방통위 대회의실에는 청와대, 새누리당 추천 상임위원 3명뿐이었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 두 명 중 한 명은 공석이고, 또 다른 야당 추천 김재홍 위원은 의결을 거부했다. 여권 추천 위원만으로 진행한 전체회의는 한 시간 정도 걸렸다. 방통위는 비공개로 부위원장을 호선했다. 내년 10월까지 부위원장은 허원제 위원이다.

회의를 끝낸 최성준 위원장은 부랴부랴 근처 식당으로 달려왔다. 기자 54명과 방통위 직원들 총 80여명이 위원장을 기다렸다. 기자도 참석했다. 평소에 조찬, 오찬 모임에 참석하지 않지만 이날은 꼭 가고 싶었다.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조직이 ‘비정상’ 상황인데 적어도 술과 안주가 있는 자리에서는 자기 생각을 솔직히 말할 것이라 생각했다. 50여명의 기자들과 일일이 직립악수 행사(?)를 진행한 최성준 위원장은 출입기자 대표단 테이블로 옮긴 뒤 마이크를 들었다.

“기왕 말 나온 김에 아직 한 분의 위원이 임명 안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위원회의 모두에서 말씀드렸듯이, 산적한 문제가 많아서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회의를 갖고 시급한 안건을 논의했다.” 전체회의 모두 발언과 똑같은 말이다. 최성준 위원장은 이전부터 야권 추천 고삼석 박사가 임명되지 않은 것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은 있으나 밝히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었고, 이날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출입기자 대표단에 속한 기자가 고삼석 박사에 대해 재차 물었다. 최성준 위원장은 “지금 상태에서 제가 판단하건데 이건 방통위원장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임명권자와 국회 간의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적인 이슈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야 뭐, 위원장이지만 행정부의 관료로서 일하는 사람이 거기에 개입한다는 것이 한계가 있다”며 “그것은 안타깝지만 제가 나서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방통위원장이 방통위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최성준 위원장은 되레 청와대 편을 들었다. 그는 ‘(방통위가 법제처에 고삼석 박사 자격요건에 대해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이) 청와대가 시킨 것인지만, 월권 아닌가’라는 질문에 “아마도 사무국 직원이 그렇게 처리한 것은 질의가 들어왔을 때 법령 해석에 의문이 생기면 행정부는 법제처에 문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가 추천했는데 무작정 따르라는 의견도 있다’는 질문에 “국회에서 선출한 것도 있고, 추천하는 것도 있다”며 “(두 경우는) 다르다”고 말했다.

야당 추천 김재홍 위원이 의결을 보이콧한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최성준 위원장은 ‘묘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월요일(14일)에도 그렇고 여러 얘기를 나눴다”며 “반대의 목소리는 좋지만 위원회 내에서 말씀해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분 채워지는 게 중요한 문제는 맞다”며 “그럼에도 그 부분의 해결을 위해 조금 늦췄는데, 어떻게 진행될 것이란 예상을 하기 힘들다. 일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 파행을 방치하겠다는 이야기다.

그저 그런 발언만 있는 ‘위원장 기자오찬 풀’ 파일을 열고 ‘괜히 갔다’ 생각했다. 몇몇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위원장의 기립박수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다행이고, 방통위 직원이 말렸지만 밥값을 따로 계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맥주 두 잔과 밥 한 공기, 불고기 여섯 젓가락을 먹은 기자는 2만1100원을 계산했다. 밥값 못한 오찬이었다. 총 비용 168만8천원, 최성준 위원장과 출입기자 54명의 오찬에 소신은 없었다. 지금 방통위에는 야당도 소통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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