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이 6월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 공천을 하기로 선회하였다. 그로써 정당공천 폐지를 통합의 명분과 고리로 삼았던 안철수의 새정치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양당 합당의 근거도 없어진 셈이다. 그럼에도 이제는 본격적으로 선거전이 개시되었다. 새정치연합은 무공천 철회 논란을 접고 선거승리에 매진하겠다고 한다. 통합의 이유가 원래 새정치라기보다는 지방선거 승리에 있었던 만큼 이상할 것도 없다. 다만 새정치연합에서는 명분 훼손으로 인한 후유증만 우려하는 것 같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이 공천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무공천 철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그렇더라도 무공천을 하겠다던 게 그동안 주장해왔던 새정치였고, 그래서 ‘거짓정치 대 약속정치’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압박해 왔던 게 아닌가? 궁색한 변명보다는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우선 정당공천은 정당정치와 책임정치의 근간이어서 원칙적인 문제이며 당리당략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당연히 그 폐지가 새정치도 아니고 새정치의 목록에 들어가서도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걸 양당 통합의 명분이자 새정치의 모든 것인 양 들고 나온 것은 정치적 오류일 뿐 아니라 새정치가 이념적으로 얼마나 빈곤한가를 보여줄 뿐이었다.

양당의 통합과 창당은 어떻게 새정치로 치장한다 하더라도 실은 야권 분열에 의한 지방선거 필패와 그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위한 선거용이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정당공천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이 무공천을 들고 나온 것은 정략적 목표인 선거승리에도 반하는 것이었다. 그건 지방선거 필패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게 필패를 감수해도 명분을 지키는 그런 사안도 아니다. 결국 정당 무공천은 새정치의 이념도, 명분도 없고, 당리당략의 실리적 관점에서도 당에 해악이 될 뿐이라 지킬 수 없는 약속이었다.

문제는 새정치연합이 당내에서 이런 오류를 거를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무공천 문제가 양당 지도부 일부 만에 의한 밀실합의로 결정되고 통합과 창당과정에서 일사천리로 추인되면서 이에 대한 당내토론이 결여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하게 당내토론이 없었다는 게 아니다. 친노 그룹 등 이에 대한 반대파들도 있었지만, 양당 합당에 따른 선거전의 이익만을 쫓아갔던 이들은 일단 합치고 보자는 생각으로 반대를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다. 창당 후에 지방선거의 일정이 다가올수록 무공천의 위험이 현실화되면서 그 때서야 무공천 재고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여갔을 뿐이다. 이렇게 안철수 새정치의 비상과 좌절은 당내 기회주의적 반대파들과의 합작품이기도 하다.

새정치연합은 자신들만 무공천을 고수하면 두 개의 게임 룰에 따른 불공정한 선거가 된다며 새누리당을 압박하였고, 후에는 이를 이유로 무공천을 철회하였다. 그런데 불공정한 두 개의 게임 룰은 새누리당이 강요한 것이 아니라 새정치연합 스스로가 자초한 구도였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공천폐지 공약을 지킬 수 없다고 언명하는 상황인데도 자신들은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던 것이니 남을 탓할 문제가 아니다. 새정치연합이 정말 이렇게 압박하면 상대가 공약 이행으로 돌아설 거라고 계산했는지 알 수는 없다.

   
▲ 김성구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당안리대안정책발전소 소장
 
안철수 대표의 파격적인 대통령 면담 요청을 보면 기대했다는 생각도 드는데, 이건 상대의 전략을 너무도 모르는 것이다. 선거일정은 하루하루 다가오고 새정치연합에서 당내반발은 커지면서 새누리당은 일종의 꽃놀이패를 즐기는 상황이었다. 일반시민들도 다 아는 이런 계산을 읽지 못하고 퇴로가 없는 길을 고집하다가 막판에 진퇴양난으로 몰린 것이다. 만약 새정치연합이 상대가 요지부동일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이 막다른 길을 선택했다면, 그건 완전한 전략부재이거나 아니면 당원·국민 여론조사를 통한 무공천 철회가 사전에 기획된 것이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후자라면 새정치의 도덕성에 근본적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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