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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 인권”→“지켜봐야”→“못믿겠다”→“대선불복”
“여직원 인권”→“지켜봐야”→“못믿겠다”→“대선불복”
[국정원사건 새누리당 말바꾸기 11개월 ] 대선개입혐의 점점 드러나자 ‘자가당착’…대통령 한마디에 ‘뒤집기’도

지난해 12월 11일, 민주당 관계자들이 국가정보원 직원이 댓글 등을 다는 방식으로 불법 선거개입을 했다며 해당 직원의 오피스텔을 급습했다. 이에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와 새누리당은 이를 “민주당의 네거티브”로 규정하고 “여직원에 대한 인권침해”라며 맞섰다. 권영세 당시 박 캠프 상황실장은 12일 “모두 거짓이며 허위사실”이라고 말했고, 박근혜 후보는 17일 천안유세에서 “그 불쌍한 여직원은 결국 무죄”라고 말했다. 16일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 직후다.

이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이 경찰과 검찰 수사를 통해 점차 드러나고 최근에는 군 사이버사령부까지 댓글과 트위터 등을 이용해 여론조작을 하는 방식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터져 나왔다. 국가보훈처의 편향적인 안보교육도 도마에 올랐다. 이 11개월의 기간 동안 새누리당은 국정원을 적극적으로 방어해왔다. 그러다보니 새누리당의 스텝이 꼬였다. 자가당착의 지경에 이른 것이다. <편집자주>

‘피의자’ 국정원 직원을 ‘피해자’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와 새누리당은 대선 직전까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여직원 인권 침해”로 맞서왔다. 경찰이 민주당의 제보를 받고 수사 중인 가운데 새누리당이 ‘인권침해’를 끌어들인 것은 해당 여직원이 ‘피해자’ 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민주당의 국정원 직원 오피스텔 급습이 벌어진 12월 11일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국정원과 김모씨(국정원 여직원 김하영)에 대해 사과하라”고 맞섰다. 이 대변인은 “네거티브를 해서라도 표를 얻으려는 민주당의 못된 행태”라고 말했다.

   
▲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민주통합당 관계자, 중앙선관위와 수서경찰서 직원들이 오피스텔의 거주자인 국정원 직원에게 사실확인을 위해 문을 열어줄 것을 요구하며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박근혜 캠프 사무실도 분주히 움직였다. 권영세 상황실장은 “실패한 공작”이라며 “28세 젊은 여성이 혼자 사는 평범한 가정집에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도 집 앞을 점거하고 피해 여성을 사실상 감금한 상태로 중간 브리핑을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말했다. 이미 ‘허위 사실’로 규정지은 것이다.

김무성 선대본부장도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특유의 흑색선전과 마타도어의 전략”이라며 “김씨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민주당의 초법적 행동과 이 여성에 대한 명예훼손 등 반 인권적 행동을 당국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데 민주당 측에서 흑색선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략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 유지된다. 박근혜 후보도 13일 의정부 유세 도중 “국정원이 정말로 선거에 개입한 증거가 있다면 민주당은 증거를 내놓고 경찰 수사에 협조하라”며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제2의 김대업 쇼'를 벌여서 국민을 속이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원도 유세에서는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도 있고, 싹수가 노랗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선거 운동을 깨끗하게, 건강하게 하는 사람들이 정권을 맡아야 깨끗한 정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14일에는 새누리당 여성의원들이 “문재인 후보는 입만 열면 ‘여성의 친구’라고 말하지만 28세 여성 공무원의 오피스텔에 떼거리로 몰려가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박 대통령도 “성폭행범들이나 하는 수법으로 여직원의 오피스텔 호수를 알아냈다”고 말했다.

16일, 박근혜 후보는 대선 후보 3차 토론회에 참석해 “여성 인권침해에 대해 한 마디 말씀도 없고 사과도 없다”고 문재인 후보를 비판했다. 그리고 이날 밤 이상일 대변인이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경찰이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힌 뒤 경찰은 같은 내용의 중간수사결과 브리핑을 한다. 박근혜 후보가 17일 천안 유세에서 “그 불쌍한 여직원은 결국 무죄”라고 주장한 것도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 따른 것이다.

   
지난 11개월 동안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말 바꾸기’ 일지
 
드러나는 댓글, 새누리당은 ‘침묵’

대선 직후 잠잠해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은 2013년 1월 3일 경찰이 해당 직원인 김하영을 재소환하면서 다시 점화됐다. 김하영이 오유 등에서 정치성향의 글에 찬반을 표시하고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여론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나왔고 이후 단지 김하영 뿐만 아니라 댓글 작업에 연류되어 있는 인사들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2013년 3월 2일 남재준 국정원장이 내정되면서 남 내정자 인사청문회 때 김하영을 소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민주당에서 나왔다. 국정원 수사가 진행될 때 ‘침묵’으로 일관했던 새누리당도 그제야 입을 열었다. 윤상현 당시 정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인사청문회 자리에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을 부른다는 것은 청문회가 아니라 정치선전장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라며 “수사 결과가 나오는 즉시 진위를 가리자 했음에도 민주당이 막무가내”라고 말했다.

   
▲ 지난 8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국정조사에 참석한 원세훈(왼쪽)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이들은 청문회 자리에서 증인선서를 거부해 논란을 일으켰다.
ⓒ연합뉴스
 
이후 3월 11일 박근혜 대통령은 첫 국무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정치가 국민 앞에 앞장설 것이란 말은 무수히 해왔지만 기득권 싸움 때문에 실종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정쟁’으로 치부한 것이다. 결국 민주당은 그 달 13일 김하영에 대해 증인채택을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그 달 17일 검찰수사 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출국금지를 당하자 새누리당은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강조하면서 침묵으로 일관했다. 서상기 당시 정보위원장은 24일 오마이뉴스 취재에 “검찰에서 수사 의지가 있는데 이 시점에서 가타부타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25일 “며칠 전 퇴임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해외로 출국하려 한 것은 국정원의 정치개입 논란과 관련해 5건의 고소고발을 당한 당사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일며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 등과 관련해 고소고발을 당한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해 검찰은 철저하게 수사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격의 새누리 “인권유린, NLL”

새누리당이 반격을 꾀한 것은 경찰이 국정원 직원에 대해 국정원법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을 낸 4월 16일 이후다. 새누리당은 이 때 부터 침묵에서 벗어나 민주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이철우 대변인은 19일 “야당이 국정원 여직원을 감금하고, 인권유린 한 불법사항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 달라”고 강조했다.

재보선이 끝난 4월 23일 이후에는 공세의 수위가 더 높아졌다. 이때는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외압 폭로가 나온 직후다. 이철우 대변인은 23일 “사과를 해야 할 주체는 박 대통령이 아니라 불법으로 인권을 유린한 민주당”이라고 말했고 25일 대정부질의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정원 사건에 대한 야당의 주장은 억지와 견강부회”(유승우 의원), “국정원 여직원의 선거개입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김진태 의원)고 주장했다.

   
▲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은 지난 4월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재직 당시 서울경찰청으로 부터 수사과정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민주당이 국정원 내부기밀을 빼내는 국기문란행위를 벌이고 국정원 여직원을 희생양 삼아 대선개입이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실이 드러날까 봐 불안하겠지만, 민주당은 정치공작을 즉각 멈추고 검찰조사 결과를 침착하게 지켜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검찰이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고, 국정원의 이른바 ‘박원순 제압문건’이 공개되면서 새누리당은 다시 수세에 몰렸다. 새누리당 서병수 전 사무총장은 “(논란이)사실이라면 국정원의 존재 이유가 의심될 정도로 엄중한 사태”라며 “(새누리당이) 박근혜 정부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6월 2일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검찰에 원세훈 전 원장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새누리당은 더욱 수세에 몰렸다. 이에 민주당은 기존에 합의한 국정원 국정조사를 압박했지만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9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국정원 국정조사는 있을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14일 검찰 수사결과 발표에서 검찰이 댓글이 67개라고 밝히자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태산명동서일필”이라며 사건을 축소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결과발표에도 약속한 국정조사는 받지 않았다. 황우여 대표최고위원이 19일 공개석상인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정조사 범위와 절차를 양당이 계속 논의해달라”고 했지만 최경환 원내대표는 “불법감금행위 조사에 민주당이 협조해야 한다”며 받지 않았다.

이후 20일 여야가 국정조사를 실시를 ‘노력’키로 했지만 이 때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록’을 공개하면서 정국은 NLL 정국으로 쏠렸다. 하지만 여기에 ‘NLL 포기’ 발언이 드러나지 않자 다시 새누리당은 수세에 몰렸고 7월 2일 국정조사가 시작됐다. 그리고 국정조사는 초반 진선미·김현 의원 제척 문제로 공전됐고 원세훈 전 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선서를 거부하고 김무성·권영세 등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관계자는 결국 출석하지 않아 ‘반쪽짜리 국감’이 됐다.

   
▲ 10월 23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몽준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정 의원 오른쪽은 이인제 의원, 이들은 이 자리에서 국정원 사태에 대한 정부여당의 책임을 강조했다.
ⓒ정몽준 의원 홈페이지
 
국정조사 시작후 국정원 문제가 최대 화두가 되자 새누리당 중진들 사이에서도 국정원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재오 의원은 7월 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집권여당이 이번 정권 내에 국정원 (국내)정치파트를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고 정몽준 의원은 “국회가 초당적 국정원 개혁위원회를 만들자”고 했다. 이에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4일 “당내 특위를 만들겠다”며 받아들이는 듯 했지만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직접 “국정원 개혁안을 국정원 스스로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하면서 ‘없던 일’이 돼버렸다.

이후 ‘귀태 발언’으로 국회는 공전됐고 이 때 이정현 공보수석이 7월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불복’을 언급했다. 이후 ‘대선 불복’은 지금까지도 새누리당이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사초실종’ 문제가 터지고 8월 28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가 불거지면서 국정원 이슈는 또 다시 사려졌다.

화수분 ‘댓글러’들, 새누리 “검찰 못 믿어”

비교적 잠잠하던 새누리당이 다시 댓글 사태를 거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10월 14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이 터지면서 부터다. 앞선 9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3자 회담에서 “지난 정권에서 일어난 사건”, “국정원에 지시한 일은 물론 도움받은 일도 없다”, “내가 댓글 때문에 당선된 것이냐”고 강공을 편 이후 장외투쟁으로 동력을 끌어올린 민주당도 힘이 빠졌을 때다.

국정원에 이어 군까지 개입정황이 드러나자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은 1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이버사령부에서 조직적으로 (대선개입을) 지시하고 지휘했다면 이건 심각한 사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합뉴스에 따르면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16일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그 사람들(사이버수사대)이 댓글 몇 개를 달았다고 대선에 무슨 영향을 줬겠나”라며 “국방부가 조사하고 있으니 침소봉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은희 원내대변인도 “이 사안과 관련해 비밀인 군 조직과 조직원들이 만 천하에 공개된 것은 유감”이라며 본질과 다른 말을 했다.

   
▲ 지난 9월 17일 열린 새누리당 긴급최고위원회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가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황우여 대표최고위원, 최경환 원내대표와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강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새누리당
 
그리고 10월 18일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해 트위터 5만여 건을 공개하자 “검찰을 못믿겠다”는 말이 새누리당에서 터져 나왔다. 민주당의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던 새누리당이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원) 특별수사팀의 추가기소는 검찰청법과 규정을 무시한 전례 없는 검찰권 남용”이라고 말했다.

이후 19일 수사팀에서 배제된 수사팀장,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21일 국감에 나와 서울지검장 등 상부의 외압을 폭로하자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박민식 의원은 “사실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 할 정도였다. 하지만 당 대변인인 김태흠 의원은 “윤석열 팀장의 외압주장은 궤변”이라고 말했고, 윤상현 수석부대표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윤석열 팀장의 수사팀 배제는 적법한 조치”라며 “그 수사팀의 공소장 변경은 무리한 것”이라고 재차 말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심지어 22일 “2003년 광주지검에 특채된 윤석열과 경찰간부 경정에 특채된 권은희”라고 언급하며 마치 이들이 참여정부 인사인 것처럼 말했다.

현재 새누리당은 ‘대선 불복’과 ‘검찰 불신’ 사이에서 맴돌고 있다. 민주당이 대선 불복이 아니라 정권의 책임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해도 ‘대선 불복’을 주장하고 있고 스스로 ‘검찰의 수사를 믿고 지켜보라’던 입장에서 ‘검찰 신뢰’문제를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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