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김용판 전 서울청장의 1심 무죄 선고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재판 결과"였다고 밝혔다. 김 전 서울청장은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했다는 혐의로 받았고 6일 재판부는 ‘혐의를 입증하기 부족하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권 수사과장은 7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경찰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부에서 무죄 이유로 들었던 것은 저의 진술과 다른 직원들의 진술이 배치된다는 점으로 직무를 위한 행위, 조직 내부에서 일어난 행위에 일어나는 전형적인 특성"이라며 "이런 걸 감안하고 다른 간접 사실들과 드러난 사실을 결합해서 명확하게 사실 판단을 했어야 하는데 그런 판단이 충분히 될 수 있도록 진행돼 왔다라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재판부는 축소 은폐했다고 볼 수 있는 눈에 드러난 물증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판결의 주요 근거로 따졌는데 권 수사과장과 다른 직원들의 진술이 배치된다는 이유를 들어 무죄를 선고하면서 사실상 권은희 수사과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권 수사과장은 직무를 이용한 행위와 조직 내부에서 일어난 행위들이 발생되고 이를 따질 때는 내부 조직 구성원의 진술이 어긋나는 것이 전형적인 특성인데 재판부가 이런 사실만 나열한 채 성급히 결론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 권은희 서울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7일 경찰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재판부의 무죄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권 수사과장은 2012년 12월 12일 서울청이 여론 조작을 위한 국정원 직원의 아이디와 닉네임을 발견했는데도 수사 경찰서에 알리지 않는 점, 16일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도 해당 내용을 담지 않은 점, 수서경찰서 수사팀이 수사의 효율성과 신속성 등을 이유로 수사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전달됐는지 여부 등을 지적했다.
 
권 수사과장은 특히 지난 14일 국정원 직원의 아이디와 닉네임을 서울청이 발견하고도 무려 닷새가 지난 21일 수사경찰서에서 전달됐는데도 수사를 축소하려는 정황으로 보지 않았던 재판부 판결에 대해 "다른 일련의 수사에서는 키워드를 축소해 신속히 하려고 한 것과 모순되지 않는지, 타당한지에 대해 검토는 당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재판에서 권 수사과장이 김 전 청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지 마라고 지시했다는 주장도 주요 핵심 쟁점이다.

권 수사과장은 "압수수색 영장 신청과 관련해 수사팀이 영장을 만들어서 (12일 전화를 받은 시점에)지검으로 출발한 상황"이었다며 "신청하기 위해서 출발한 이후 전화를 받았고 (수서 경찰서)서로 복귀를 상황이었다. 그 부분에 대한 판단이 사실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권 수사과장은 다른 직원과 진술이 어긋난 것과 관련해 "최종적으로 재판 진행이 돼가면서 많은 분들이 판단하겠지만 저 역시 누가 거짓말 하고 있다라고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기 보다는 저의 수사팀이 전체적으로 장악하고 진행한 내용에 대해서 일부 극히 제한된 의도된 사안을 가지고 판단한 내용이 전체에 비추어서 사실인지가 중요하다. 지엽적인 부분이나 제한된 범위 내에서 주장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사실인지 여부가 반드시 판단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향후 재판에서 진술 뿐 아니라 수사 축소를 하려는 “간접 증거에 다른 간접 사실”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권 수사과장은 향후 거취에 대해서도 심각히 고민했었다고 털어놨다. 권 수사과장은 "(재판 결과를 보고)향후 거취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지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재판 과정이 남아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경찰 공무원으로서 책임있는 자세로 모든 상황에 대해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권 수사과장은 기자들의 질의를 받는 과정에서 말을 잇지 못하면서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권 수사과장은 현재 판결문 전문을 입수하지 못했다면서 "판결문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누락되거나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서 책임있는 자세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정원 사건의 축소 은폐 의혹을 정면으로 제기했던 권 수사과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재판부의 결정을 비판하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재판부의 판결로 입지가 좁아지긴 했지만 이번 기자회견은 권 수사과장이 재판부의 판결을 비판하고 내부고발자로서 경찰 공무원이 지켜야할 양심을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인데 경찰 조직에서 권 수사과장의 행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의견도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1심 판결을 근거로 해서 경찰이 내부 고발에 따른 벌을 권 수사과장에게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찰 내부에서는 1심 판결 결과를 들어 '권 수사과장이 거짓말을 해 경찰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기 때문에 징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권 수사과장에 징계를 내리는 후속 조치를 취할지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권 수사과장은 이번 기자회견을 취소하라는 지시가 있었냐는 질의에 대해 "그런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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