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아파트 실질가격 변동 추이상 아직 남아 있는 서울 아파트 가격 거품은 10% 안팎”이라고 23일 밝혔다. (중략) 김 소장은 또 주택순환 이론을 통해 “(아파트 가격이) 올해 연말에 바닥 국면을 지나 다시 가격 상승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데일리 9월 23일자 김선덕 소장 “서울 아파트값 거품 10%선” 기사에서)
최근 김선덕 소장이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가격 기준으로 집값 거품이 거의 다 빠졌으니 이제는 집을 살 시기라는 요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8.28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이 호가 위주로 일시 반등하자, 이 같은 흐름을 부추기는 선동적인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김선덕 소장은 필자가 방송 등에서 몇 차례 만나 토론을 나눈 적도 있던 사람이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건설산업전략연구소는 주로 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연구용역을 받아 건설업체들의 주장을 합리화하는 결과물들을 내놓는 것으로 큰 틀에서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와 그는 2011년 초 나란히 한 대형 건설업체의 요청으로 그 회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향후 주택시장 전망을 강연한 적이 있다. 그 건설업체 입장에서 주택시장에 대한 회복 전망과 침체 지속 전망의 논리를 양쪽 다 접해보려 했던 것 같다. 필자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주택가격 거품이 심각한 상태이고 장기 대세하락기 초반으로 최소 몇 년 이상 부동산 침체가 지속될 것이니 무리한 건설사업을 벌이지 말고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김소장은 조만간 부동산시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이후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다.
이처럼 이미 부동산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주장이 여러 차례 틀린 적이 있는 김소장이 또 다시 ‘집값 거품이 거의 해소됐다”며 집을 살 적기라고 주장하고 여러 언론이 그의 말을 근거로 선동을 일삼고 있는 상황이다.
<그림1> 한국은행과 국민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 ||
하지만,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서울 아파트 가격을 보면 2005년 수준으로 모두 빠진 것도 아니지만, 2005년 수준으로 내려갔다고 해서 부동산 거품이 빠진 것이라고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2000~2001년 정도까지는 외환위기 충격으로 지나치게 꺼졌던 부동산 가격이 제 자리를 찾는 과정이었다고 봐준다 해도 그 이후 주택 가격 상승은 분명히 적정한 수준을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가계부채가 올해 2분기 기준으로 980조원 수준까지 올라왔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즉, 현재 상황은 사람 신체에 비유하자면 겨우 머리 꼭대기에서 어깨 약간 아래 정도까지 내려온 수준에 불과하다. 최소한 무릎이라고 할 수 있는 2001~2002년 전후 수준까지는 내려가야 그나마 집값 거품이 빠졌다고 거론이라도 해볼 수 있는 수준이다. 더구나 전국을 기준으로 하면 최근 몇 년 사이 지방 부동산가격이 뛰어 여전히 고점 수준이다.
더 나아가 부동산 거품이 꺼졌다고 할 때는 단순히 집값이 하락한 것보다 집값 상승기에 부풀어오른 주택담보대출이나 가계부채 문제가 해소됐는지가 중요하다.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개인 부문 가계부채 비율이 2008년 133.7%에서 올해 1분기 현재 107.3% 수준까지 내려온 미국의 경우 주택 거품이 일정하게 빠졌다고 할 수 있지만, 같은 시기 145.7% 수준에서 163.8% 수준까지 오히려 비율이 급증한 한국의 경우 집값 하락세와는 상관 없이 오히려 부동산 거품이 부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부동산 거품 붕괴의 에너지는 바로 과도한 부채이기 때문이다. 이런 실태를 전혀 도외시한 채 집값 거품이 꺼졌다고 주장하며 “집을 사라”고 나팔을 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객관적 전문가가 아니라 이해관계자일 뿐이다. 물론 일반 가계가 이 같은 왜곡된 주장에 현혹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림2> 한국은행과 미국 FRB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 ||
선대인경제연구소 www.sdinomic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