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삼풍백화점 참사 생존자가 출연한 MBC <주병진 나이트쇼 >와 관련 몇몇 신문은 참사를 희화했다는 비판기사를 내보냈다. 이에 대해 이 프로그램의 연출자인 송창의 PD가 반박의견을 보내왔다.

“방송보고 기사썼는지 의심스럽다”

내가 연출하는 <주병진 나이트쇼>에서는 지난 11일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현장에서 극적으로 구출된 류지환, 박승현양을 초대했다. 두 사람을 포함한 세 명의 생존과 귀환은 국민적인 관심사였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그들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나가자 희생자와 실종자 방송사에 찾아와 항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일부 언론이 이 프로그램이 참사를 희화화했다고 매도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과연 그 글을 쓴 기자가 프로그램이나 보고 기사를 썼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나는 희생자와 실종자 유가족을 만나보면서 그들의 고통이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란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조금 이르지 않았나, 그들에 대한 정서적인 이해가 부족하지는 않았나 하는 점에 대해 반성했다. 프로그램 제작에 들어가기 전에도 그 점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우리는 프로그램을 통해 희생자의 명복을 빌었고 말미에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그들의 삶까지 대신 사는 마음으로 용기있게 살아갈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프로그램이 삼풍 참사를 희화화했고 농담을 주고받았다는 일부 언론의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 대체 그 프로의 어느 부분이 농담이고 참사를 희화화했다는 것인가. 과연 나나 주병진씨가 국민적 비극이었던 사건을 가지고 농담을 주고받는 프로를 만들만큼 그렇게 양식이 없는 사람이란 말인가.

아마도 그들이 농담을 했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주병진씨가 박양이 구출될 때 왜 옷을 벗고 나왔는지, 열흘 이상이나 갇혀 있으면서 생리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묻는 대목이라고 추정된다. 그러나 그 질문은 생존자에 대해서 궁금한 점을 물었던 것뿐이다.

그 질문을 하는 주병진씨의 모습은 전혀 익살스런 표정이 아니었고 오히려 엄숙한 표정에 가까웠다. 그런 것을 가지고 참사를 희화화했다고 주장한다면 나는 그들의 상식을 이해할 수가 없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혹시 부주의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았지만 누구도 이 프로그램이 참사를 희화화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나는 앞서 밝힌 대로 이 프로가 희생자 유가족을 마음 아프게 한 부분이 있다면 이 글을 통해 사과와 함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전달하고자 한다. 언론도 이 프로가 나갔을 때 희생자의 유가족이 겪는 아픔을 지적했다면 아는 그러한 비판을 기꺼이 수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를 비롯한 모든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전혀 삼풍 참사를 희화화할 생각이 없었고 그렇게 만들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에 대해 농담 운운하는 것은 근거없는 인격모독이란 점을 다시 한번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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