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의 주간지 뉴스피플이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보안사 12·12 감청 테이프를 지난 7월에 입수하고도 고위 간부들의 결정으로 기사화 되지 않은데 대한 서울신문 내부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희대의 특종 기사를 ‘킬’(언론사에서 기사 가치가 없다거나 기사 요건이 미흡하다는 이유 등으로 작성된 기사를 지면이나 방송에 내보내지 않을 때 쓰는 용어. ‘죽이다’는 뜻의 영어 ‘Kill’을 말한다)시킬 수 있었느냐에 의아하다는 반응들이다.

만약 월간 조선에서 이 테이프가 공개되지 않았다면 보안사 12·12 감청 테이프의 존재 자체가 상당 기간 그대로 묻혀버릴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도 ‘상식 밖의 결정’이고 그런 만큼 안팎으로 숱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신문 내에서 이같은 기사 누락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은 월간 조선 9월호가 나온 다음이다. 보안사의 감청 테이프의 유출 경로 등에 관심이 모아지면서 뉴스피플이 이미 한달 전에 이 테이프를 확보했었다는 사실이 밖으로부터 알려지면서부터다.

전직 고위장성인 L 모씨가 이 녹음테이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지난 91년 모 조간지의 ‘12·12 기획 시리즈’ 취재 때도 확인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뉴스 필픙의 경우 취재원의 동의를 얻어 녹음테이프를 구할 수 있었던 만큼 기사를 통해 보안사의 12·12 감청 녹음테이프를 구할 수 있었던 만큼 기사를 통해 보안사의 12·12 감청 녹음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출판국장 등 고위간부가 “새로운 사실이 없어서” 기사를 게재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국방부와 기무사 등이 모두 보안사 12·12 감청녹음 사실을 부인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12·12 감청 녹음 테이프의 존재 확인 자체만으로도 특종거리인데도 이를 보도하지 못하도록 한데는 다른 배경이 있다는 것이다. 사장 등을 포함한 고위간부들이 고의적으로 기사를 빼지 않았다면 외부기관의 압력이 있었지 않았느냐는 의혹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권기진 출판국장은 최종적으로는 자신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손주환 사장 등의 연관설을 강력 부인했다. 새로운 사실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녹취 분량이 주간지에 실기엔 너무 많았고 녹취 테이프를 통해 확인된 감청 사실과 당시 신군부의 전개과정 등에 대해서는 8월3일자 뉴스피플 ‘장군의 비망록-이건영 장군편’에서 녹여 소화했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뉴스피플 취재 및 편집진에 ‘기사가 안 된다’는 명시적인 지침은 있었지만 그것을 다음 호에 녹여 다루라는 구체적인 주문은 확인되지 않아 뒤늦은 해명성 발언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또 8월 3일자 ‘장군의 비망록’에 보안사의 감청사실 등 핵심내용은 전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서울신문노조 공정보도위원회가 이번 기사누락 사건을 다루면서 고위간부들의 ‘고의적 누락’이 아니라면 ‘무능의 소치’라고 보면서도 ‘고의적 누락’쪽에 더 무게를 싣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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