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언제까지 소환조사를 미룰 것인가

각종 경영 비리와 불법으로 얼룩진 한국일보사 장재구 회장이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 그가 언론인, 언론사주로서 결코 해서는 안되는 만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그는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일보 지부 소속 조합원을 포함한 200여명의 기자들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아왔고,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다.  

한국일보사 논설위원 일동은 지난 15일 경영진이 용역을 동원, 기자 전원의 편집국 진입을 막고 길거리로 내 몬 뒤, 예닐곱명의 간부들로 ‘한국일보 제호를 단 가짜 신문’을 만들었다며, 18일 입장 발표를 통해 “한국일보 경영진은 한국언론 치욕사를 다시 써야 할 만한 기막힌 일”을 저질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언론인 중의 언론인’이라 볼 수 있는 신문사의 논설위원들이 자기회사 사주이자 회장의 만행을 비판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일지 모르나, 우리나라 언론 현실을 감안하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바로 족벌언론 사주들은 대를 이어 경영권을 세습하고, 회사 안에서는 왕이나 전제군주처럼 군림해 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논설위원들이 자기 회사 최고경영진의 상식 이하의 처사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선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지금과는 상황이 본질적으로 다르지만, 박정희의 유신독재가 절정으로 치닫던 1974년, 박정희와 짰거나 아니면 박정희에 굴복한 동아일보 사주인 김상만 사장이 언론자유를 외치던 기자를 포함한 113명의 동아일보 사원들을 용역 깡패를 동원하여 내쫓고 해고했을 때도 동아일보 논설위원들은 표면적으로는 침묵을 지키며 불의에 동조했다.

   
 
 
이제 장재구 회장이 ‘유일하게 기댈 곳(?)’은 역설적이게도 검찰로 보인다. 한국일보 창업주인 고 장기영씨(전 경제부총리)의 둘째아들인 장 회장은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과정에서 사옥을 팔고 그 자리에 신축한 건물의 3개층을 회사 사옥으로 사용하기 위해 확보한 우선매수청구권을 사원들 몰래 포기하여 회사에 200여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고발당한 바 있다.

문제는 사건 해결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검찰이 고발장을 접수하고 고발인 조사를 마치는 등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돼 가는데도 장 회장을 소환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있다.

검찰은 장재구 회장 즉각 소환, 구속 수사해야

한국일보사 논설위원 일동이 18일 밝힌 것처럼, 한국일보 사태의 본질과 내용은 이미 명백히 드러나 있다. “한국일보 사태는 단순한 노사갈등이 아닙니다. 경영진이 주장하듯 노노갈등은 더욱 아닙니다. (중략) 사태의 본질은 명확하고도 단순합니다. 십 수 년 언론사란 보호막에 싸여온 경영의 비리와 탈법, 부도덕의 적폐를 이제는 털어내 한국일보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데 200여명 기자 거의 전원이 뜻을 모은 것이 그 발단입니다. 이에 대해 경영진이 부당한 인사초치에 이어 급기야 편집국 폐쇄라는 가장 최악의 선택으로 국면을 돌파하려 했다가 파국을 자초한 것입니다”라고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은 밝히고 있다.

우리는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장 회장을 즉각 소환하여, 구속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 ‘권력의 시녀’라며 손가락질 받는 검찰이 계속해서 장 회장의 소환을 미루며, 사실상 그를 비호할 경우, 그 불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튈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아닌 밤중에 날벼락일 수 있으나, 장재구 회장의 바로 밑 동생이자 미주한국일보의 대주주로서 미주한국일보를 오랫동안 공동으로 경영해 온 장재민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6촌 사이이기 때문이다. 육영수 여사의 4촌 오빠인 육지수씨(1907-1967; 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장재민 회장의 장인이다. 세간의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이다.

권력의 시녀라는 검찰의 오명을 씻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채동욱 검찰총장이 서울지검에 특별지시를 내려 장 회장을 즉각 소환하고, 구속 수사해야 한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또 다른 시험대에 섰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