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측이 17일 보도자료를 내어 “신문이 정상 발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상 초유의 편집국 폐쇄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서도 “회사는 편집국을 폐쇄하거나 봉쇄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신문 제작을 방해하려는 이들의 출입을 선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한 것”이라는 것이다. 비대위는 사측이 무리수를 둔 이유가 드러났다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측은 이날 오후 박진열 사장 명의로 낸 성명에서 “회사는 ‘더 이상의 파행적 제작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16일 신임 편집국장(직대)과 부장단, 기자, 비편집국 임직원들이 중심이 돼 편집국 공간을 확보, 신문 제작을 정상화시켰다”고 밝혔다.
 
사측은 “노조는 이를 두고 ‘편집국 폐쇄’, ‘파행 제작’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사실을 정반대로 왜곡하는 것”이라며 “현재 편집국에는 편집국장, 부장단과 기자들이 오가며 신문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상발행되고 있다는 한국일보 경영진의 설명과는 달리 서울경제 코리아타임즈 등이 입주해 있는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임광빌딩 8층에 회의실에 마련된 편집실에서 17일 오후 10여명이 내일자 한국일보를 변칙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조합원들은 이 회의실을 '짝퉁 편집실'이라고 부르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조합원 백여명은 17일 오후 서울경제 코리아타임즈 등이 입주해 있는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임광빌딩 8층에서 사측이 변칙적으로 한국일보 지면 제작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항의방문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사측은 “이번 조치는 그동안 편집·발행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만들던 파행을 바로잡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신문 발행도 100%는 아니지만 정상 수준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신문 발행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합류하는 기자도 늘고 있다”고도 했다.

이번 사태를 '미디어 산업의 위기'와 연결짓기도 했다. 사측은 "지금 한국일보가 겪는 진통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국내외 미디어 상황에서 불거져 나온 한 사례"라며 "이 진통을 내부 갈등이나 대립으로만 보시지 마시고, 미디어 위기의 시대에 신문이 생존하기 위한 지난한 몸부림으로 봐 주시기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대위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게 정상이라면 어느 누가 사측의 말에 동의할 것인지 모르겠다”며 “왜 이런 무리수를 뒀느냐가 드러난 인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측이 얘기하는 ‘정상’의 기준은 신문의 질이 아니라 결국 국장과 부장 자리에 누가 앉아있느냐는 것이었음이 드러났다”며 “신문을 정상적으로 만들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패막이 인사’를 앉히는 게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사측의 주장과는 달리, 추가로 사측이 요구하는 ‘확약서’를 쓰고 업무에 복귀한 조합원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비대위는 밝혔다. 비대위는 “어제보다 농성 참여 인원이 늘었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사측이 '미디어 산업 위기'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비대위는 '면피용 꼼수'라고 지적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회장의 배임, 횡령 때문에 재정이 거덜난 상태인데 경영부실 책임을 외부에 돌리려는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서울경제 사옥 항의방문을 마친 조합원들이 다시 서울 남대문로 한진빌딩 1층 로비에서 신문제작을 위해 편집국 진입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편 한국일보 기자들은 이날 오후 3시 경 한국일보 편집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경제 사옥을 항의 방문했다. 서울경제 회장을 겸하고 있는 장재구 회장 집무실 앞에서 ‘200억원 돌려놓고 장재구는 퇴진하라!’, ‘짝퉁신문 부끄럽다. 장재구는 물러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일부 기자들은 편집실에 있는 간부들을 향해 ‘지금이라도 돌아오십시오!’라고 외쳤다. 또 8층 서울경제 편집국 앞에서는 “장재구의 짝퉁 한국일보 제작 시도에 동조하지 마십시오”라고 동료 기자들에게 호소했다. 정상원 비대위원장은 “불법 대체인력을 동원한 부분에 대해 법적으로 따지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국일보 사측이 이날 오후 낸 보도자료 전문이다. 

한국일보는 정상운영, 정상 발행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언론 관계자 여러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지금 한국일보는 인사 발령에 불만을 품은 일부 편집국 전임 간부들의 반발로 촉발된 노사 분규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들과 노조는 회사의 인사 조치를 거부하는 노조 명의 성명을 본보 1면에 무단 게재하는가 하면, 인사발령 기사를 고의 누락시키는 등 40여일간 신문을 파행 제작했습니다. 
회사는 ‘더 이상의 파행적 제작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16일 신임 편집국장(직대)과 부장단, 기자, 비편집국 임직원들이 중심이 돼 편집국 공간을 확보, 신문 제작을 정상화시켰습니다. 
 
노조는 이를 두고 ‘편집국 폐쇄’, ‘파행 제작’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사실을 정반대로 왜곡하는 것입니다. 
우선 회사는 편집국을 폐쇄하거나 봉쇄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편집국에는 편집국장, 부장단과 기자들이 오가며 신문을 만들고 있습니다. 신문 제작을 방해하려는 이들의 출입을 선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한 것입니다. 또한 노조 소속 기자들에게 취재와 기사작성에 동참해 줄 것을 계속 호소하고 있습니다. 
편집권도 제자리로 되돌려 놓았습니다. 원칙적으로 기자는 취재를, 부장은 취재 지시와 데스크를 보지만, 독자에게 전달하는 신문의 최종 책임자는 편집․발행인입니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편집․발행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만들던 파행을 바로잡은 것입니다. 
신문 발행도 100%는 아니지만 정상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17일자에 24면이던 발행 면수를 18일자부터는 28면으로 늘립니다. 이는 예년 혹서기의 발행 면수와 같은 수준입니다. 신문 발행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합류하는 기자도 늘고 있습니다. 
현재 회사와 대치중인 노조 소속 기자 중에서도 상당수가 ‘조속한 타협과 신문 발행 정상화’라는 대의에는 뜻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59년 정도(正道) 언론의 길을 걸어온 한국일보의 기자들은 분명 현명한 선택을 할 것입니다. 
 
언론 관계자 여러분!
지금 한국일보가 겪는 진통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국내외 미디어 상황에서 불거져 나온 한 사례입니다. 이 진통을 내부 갈등이나 대립으로만 보지 마시고, 미디어 위기의 시대에 신문이 생존하기 위한 지난한 몸부림으로 봐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노조만을 옹호하거나, 사측만을 지지하는 보도는 원치 않습니다. 공정하게, 하지만 동지적 시각에서 한국일보 사태를 지켜봐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13년  6월 17일   
                               한국일보 사장  박 진 열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