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박근혜 대선 후보의 MBC 사태 해결 약속 번복 논란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 뿐"이라며 적극 차단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MBC노조는 김재철 사장 퇴진을 약속했던 박 후보가 뒤로 숨고 있다면서 약속 위반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강하게 반발했다. 

새누리당 박선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 후보는 공영방송 파업 장기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MBC 약속 위반 아닌 원론적인 입장 밝힌 것?

지난 14일 MBC 노조는 박 후보가 이상돈 정치쇄신위원을 통해 "노조 주장에 공감하는 점이 있다. 복귀하고 나면 모든 문제는 순리대로 풀려야겠다. 노조가 명분을 걸고 들어오면 나중 일은 책임지고 하겠다. 그렇게 하면 당을 움직일 수 있다. 제가 당을 설득하겠다"는 MBC 파업 사태 해결 메시지를 노조에 전달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사실상 김재철 사장 퇴진을 약속했다는 것이 MBC 노조의 주장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MBC 노조가 폭로한 지 이틀만에 박 후보의 입장은 MBC 경영정상화를 위한 원론적인 입장이었다고 선을 긋고, 김재철 사장 퇴진 약속 위반이라는 주장은 애초부터 성립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박선규 대변인은 "사실 관계를 파악해보니, 지난 6월 중순 파업에 참여하는 MBC 기자 몇 명이 당을 찾아와 박 후보가 나서주기를 요청했다"며 "이에 박 후보가 '공영방송의 장기파업은 바람직하지 않다, 노조가 파업을 풀고 일단 복귀하면 정상화가 순조롭지 않겠느냐'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박 대변인은 "(박 후보는)특정 인물, 사안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약속하지 않는다"면서 "다시 한번 말하지만 박 후보는 조속한 정상화는 필요하지만 관련한 모든 것은 노조나 방문진 이사진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후보의 '메신저'로 지목됐던 이상돈 정치쇄신위원도 박 후보의 약속 위반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8월 초에 방문진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새로운 방문진 이사회가 들어서면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게 아니냐, 이런 것이었다"면서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직접 명시한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위원은 "경영을 정상화한다는 것에서 그 당시 상황으로 볼 때, 누가 보더라도 김재철 사장이 계속 유임해서는 경영정상화가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그 시점에서 일종의 상식 아니었겠나"라며 "그러니까 그렇게 해석이 된 것이지,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또한 박 후보가 "노조가 명분을 걸고 들어오면 나중 일은 제가 책임지고 하겠다. 제가 당을 설득하겠다'고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MBC 노조의 주장에 대해서도 "방문진의 구성과 운영 그런 것에 대한 뜻이고, 그건 조금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위원은 김무성 총괄본부장이 방문진 이사에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한 것은 결국 박 후보의 의중이 실렸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자신들(MBC 노조) 입장이 어려우니까 주장하겠지만 제가 아는 박 후보가 그런 지시를 했다고 저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MBC 노조, 한 입 가지고 다른 말 하고 있다

MBC 노조는 새누리당과 이상돈 위원이 박 후보를 보호하기 위해 물타기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 위원이 '당을 설득해보겠다'라는 박 후보의 말이 와전된 것 같다고 하는데 이 위원은 박 후보의 메시지를 머리 속에서 읽어준 게 아니라 실제로 적어서 전달한 것"이라면서 "박 후보가 제가 나중 일은 책임지고 하겠다고 했는데 이상돈 위원 스스로도 당시 상황은 김재철 사장 유임으로는 경영정상화가 어렵다라는 것이 상식이었다고 인정하지 않고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상돈 위원은 각종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MBC 사태 해결을 촉구하면서 김재철 사장 퇴진을 언급한 바 있다.

이용마 국장은 "이상돈 위원이 한 입으로 다른 말을 하고 있다. 김재철 사장 퇴진이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말이 꼬이고 있는 것"이라며 "김무성 본부장의 외압 의혹에 대해 박 후보의 의중이 아니라고 하는 것도 이 위원의 해석일 뿐이다. 우리는 해석이 필요한 게 아니라 박 후보의 답변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이 국장은 박 후보가 MBC 사태 해결 약속을 번복하게 된 배경에 대해 "새누리당 내에 매파와 비둘기파가 있다면 박 후보가 지난 여름에 비둘기파의 입장을 받아들였는데 이제는 대선이 코앞에 있고, 김재철 사장이 몸 바쳐서 MBC를 망치면서 충성을 하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 매파의 이야기에 혹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국장은 "새누리당이 박 후보의 원론적인 입장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힌 만큼 물타기 시도에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김무성 총괄본부장, 전화통화 한 적 없다더니

김충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압박을 했다는 정황이 폭로되면서 MBC 사태 약속 위반의 중심에 선 김무성 총괄본부장이 김충일 이사와 전화 통화를 했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 외압 의혹도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김 본부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충일 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제가 먼저 전화한 적 없고 당사 앞 길에서 한 번 만났다"면서 "김충일 이사에게 전화 온 적 있지만 그는 저와 오랜 친구다, (김재철 사장 유임과 관련) 어떤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고 답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8일 해명자료를 통해서 "김충일 방문진 이사와는 평소 잘 알던 사이로 얼마전 길에서 한 번 만난 일이 있으나 MBC와 관련된 어떠한 이야기도 한 적이 없음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밝혀 전화통화를 한 적이 없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김충일 이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무성 총괄본부장으로부터 23일밤 전화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히면서 거짓말 논란이 일었는데 일주일 만에 전화통화한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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