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표적인 백신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미켈란젤로 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된 시점을 둘러싼 논란은 이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일보는 지난 26일 6면 기사 <'안철수 거짓말' 논란>에서 "군 입대 당일인 1991년 2월 6일 새벽까지 개발했다는 '미켈란젤로 바이러스' 백신에 관련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안철수연구소가 제공하는 인터넷 보안정보 리포트인 'ASEC 리포트' 2007년 3월호에 '미켈란젤로 바이러스는 1991년 4월 처음 발견됐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시기에 발견됐다'는 구절이 나온다"며 "바이러스가 발견되기도 전에 안 원장이 백신을 개발했다고 얘기한 셈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지적은 미켈란젤로 바이러스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1996년 8월 30일 작성된 IBM 리서치에는 "1991년 1월 오스트레일리아 사이벡(Cybec) 사의 로저 라이어든이 스톤드(Stoned) 바이러스의 변종을 발견했다"며 "그는 이 바이러스가 막스 텔퍼의 생일에 활동을 시작한는 것을 알았다"고 나와 있다. (원문보기 http://www.research.ibm.com/antivirus/timeline.htm#1992)

이어 “하지만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막스는 로저에게 그날 태어난 다른 인물의 이름을 사용하라고 제안했다”며 “이에 로저는 바이러스를 '미켈란젤로'라고 불렀다고 나와 있다”고 했다. 즉 스톤드 바이러스의 변종인 미켈란젤로 바이러스는 1991년 1월에 발견됐고, 정식 명칭이 붙은 것은 그 이후라는 설명이다. 

조선일보가 소개한 안 교수의 발언은 2009년 6월 17일 방송된 MBC <무릎팍도사>에서 나온 발언이다. 안철수 연구소에 따르면 안 교수는 실제 군 입대 당일인 2월 6일까지 백신을 개발하다 PC 통신 천리안을 통해 배포했는데 이 백신이 스톤드 바이러스의 변종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V3 V.37' 프로그램이다. 'V.37'은 안철수 연구소가 개발한 백신 프로그램인 V3의 37번째 버전(Version) 이라는 의미다. 

안 원장은 이후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1991년 6월 'V3 V.38' 프로그램을 개발해 배포했다. 'V3 V.123'에 첨부된 V.38부터 V.123까지 각 백신 프로그램이 개선된 점을 정리해 놓은 파일에 따르면 V.38 프로그램에 대해 '미켈란젤로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및 치료기능이 추가됐다'고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안철수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27일 "<무릎팍 도사>에서의 발언은 안 원장이 7년 가까이 개인적으로 잠을 줄어가며 개발한 바이러스 백신을 무료로 배포하던 시기를 재미있게 설명했던 것"이라며 "예능프로그램에서 스톤드 바이러스니 변종이니 전문적 용어를 들어 일일이 설명할 수 없어 간단하게 말한 것인데 이를 왜곡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켈란젤로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개발해 보지 않겠느냐는 말을 들은 때가 1991년 4월이고 안 원장이 연구해서 그해 6월에 배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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