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대선구도에서 사실상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안 원장과 박근혜 새누리당 예비후보 간의 지지율에 대해 언론사간 판이한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30일 중앙일보는 안철수 원장에 대한 지지율이 소폭 하락세에 있다며 “안철수 ‘컨벤션 효과’ 다했나”라는 시각의 기사를 비중있게 보도한 반면, 같은 날 한겨레신문은 “4·11 총선 승리로 만들어졌던 박근혜 후보 우세 흐름이 다시 안철수 원장 우세로 가는 분위기가 점쳐진다”고 보도했다. 여론조사를 진행한 기관이 다르고 결과 수치에 차이가 있는 점을 감안해도, 동일한 시기 여론에 대해 서로 전혀 상반된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컨벤션 효과’란 전당대회나 경선과 같은 대형 정치 이벤트 직후 해당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정당이나 조직에 속해있지 않은 안 원장으로서는 토크콘서트, 출간,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이런 효과를 누려왔다고 해석되고 있다.

30일 중앙일보는 5면 <안철수 ‘컨벤션 효과’ 다했나…박근혜와 지지율 혼전>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JTBC·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 지지율’ 결과를 통해 “<안철수의 생각> 출간(19일)과 SBS ‘힐링캠프’ 출연(23일)에 따른 안 원장의 ‘컨벤션 효과’가 잦아들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25일 50.9%(안철수) 대 41.7%(박근혜)로 9.2% 포인트 차이로 벌어졌던 두 사람의 지지율은 이틀 뒤인 27일 46.6% 대 45.7%로 0.9% 포인트 차로 근접”했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는 “안 원장의 지지율이 주춤해진 반면 광주와 부산에서 새누리당 경선합동연설회를 진행한 박 후보의 지지율이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중앙일보는 또 “안 원장 지지율은 23일 힐링캠프 출연 이후 추가 이벤트가 없기 때문에 당분간 조정 국면을 거쳐 소폭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는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의 분석을 전했다.

한편 한겨레신문은 5면 <흔들리는 박근혜, 떠오르는 안철수…다자대결도 경쟁구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4·11 총선 승리로 만들어졌던 박근혜 후보 우세 흐름이 다시 안철수 원장 우세로 가는 분위기가 점쳐진다”고 보도했다.

해당 여론조사 결과와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안철수 원장은 다자 대결에서도 30%선의 지지층을 독자적으로 만들었다. 한겨레는 “양자대결 지지도와는 달리 다자대결의 지지도는 개별 후보 개인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뜻한다”며 “다자 대결에서 안 원장의 지지도가 30%를 넘어선 것은 관심층과 호감층이 정치적 지지층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는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의 분석을 전했다.

이처럼 상반된 분석이 나온 이유는 일차적으로는 지지율 추이 날짜구간을 어떻게 설정하고 흐름으로 반영했는지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중앙일보가 보도에서 사용한 지지율 그래프의 경우, 지난 7월 19일부터 27일까지 일주일간 매일 지지율을 조사해 그 변화를 반영했다. 반면 한겨레가 사용한 지지율 그래프는 지난해부터 대략 한 달 간격으로 지지율 변화를 반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연구소의 연구원은 중앙일보의 해당 여론조사 분석에 대해 “그 데이터만 놓고 보면 왜곡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여론조사에 있어 전반적인 흐름을 놓고 보는 게 더 맞다”며 “왜 떨어졌는지에 대한 여러 맥락을 살펴야 하는데 지지율이 좁혀졌다고 하는 것에만 주목·강조해서 그것을 바로 ‘컨벤션 효과’가 감소했다고 하는 것은 인과관계를 무리하게 설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 국면에서 안-박 지지율에 대한 ‘일일 여론조사’를 통해 하루 간격의 지지율 변화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해당 연구원은 “매일 조사를 할 때는 하루하루 중요한 사건이 터져서 그 사건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그렇게 조사를 해야 할 의미가 있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나 지금은 그런 국면이 아니기 때문에 매일의 차이에 대해 쉽게 추론하기가 어렵고 의미가 있는 조사인지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역시 “지지도 변화 비교시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의 여론조사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며 “다만 오차범위를 감안하면, 변화 수치가 오차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떨어졌다든지 올랐다고 표현하거나 수치에 대한 미묘한 범위까지 적극적 해석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처럼 여론조사 해석에 신중해야 하는 때에는 비슷한 시기 여러 곳에서 나온 조사결과와 그 흐름들과 함께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여론조사는 백 퍼센트 완벽하게 민심을 반영할 수 없으며 ‘오차범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나온 조사들에서 안철수 원장의 지지율이 박근혜 의원에게 2~3퍼센트 가량 앞서고 있는 것을 봤을 때 중앙일보가 30일 보도한 여론조사의 경우 “상당히 튀는 조사”라는 의견도 나왔다.

동일한 시기 여타 여론조사 결과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안철수 원장이 박근혜 의원을 소폭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에 대해 “안철수가 박근혜를 추월했다”거나 “안철수 지지율이 큰 폭으로 올랐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동아시아연구원(EAI)과 한국리서치의 28일 공동조사 결과에서도 안 원장과 박 후보의 지지율은 47.8% 대 44.1%로 안 원장이 앞섰다. 미디어리서치의 지난 25~26일 여론조사 결과 안 원장은 48.4%를 얻어 박 의원(46.4%) 2퍼센트 포인트 차로 앞섰다. 다만 오차범위 내 접전 상태에 가깝다는 점에서, 안 원장이 앞선다는 것에 큰 의미부여를 하기보다는 안 원장의 지지율 급등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정확할 수 있다.

30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지난 23~27일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과 박 의원은 각각 42%로 같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지율은 같지만 추이를 보면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은 한 주 사이에 3%포인트 떨어진 데 반해 안 원장의 경우 5%포인트 올라 지지율 동률을 이룬 것이다. 지난 5~6월 박 의원이 47% 안팎의 지지율로 안 원장에 10% 포인트 가량 앞섰으나 지난주 들어 격차가 급격히 줄어든 결과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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