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선일보 내부에서 격무와 일방적인 편집기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7일 조선일보 노동조합(위원장 방현철)이 발행한 노보에서 한 익명의 기자(A 기자)가 <주니어들은 왜 회사를 떠나려 하는가>라는 제목의 기고를 하면서 이 같은 문제점이 공론화됐다.

A 기자는 “(젊은 기자들이 퇴사의 이유로) ‘회사에 비전이 없어요, 일도 지치고….’ 이런 대답을 하면 윗사람들은 ‘그게 무슨 이유냐. 그냥 나가는 게 말이 되느냐. 취재 제대로 한 것 맞느냐’고 반문한다”며 “하지만 안타깝게도 요즘 젊은 친구들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회사를 떠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1등 신문사에 다닌다는 자부심은 이리저리 닳고 깎인 지 오래”라며 “‘회사가 뚜렷한 비전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패배주의가 슬프게도 요즘 젊은 기자들 사이에 팽배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노보 기고에서 그 이유로 ‘격무’와 ‘신문의 경직성’을 꼽았다.

특히 ‘신문의 경직성’과 관련된 부분이 주목된다. 그는 “젊은 기자들의 목소리를 받아줄 창구는 거의 없다. 아이디어는 막혀버렸다. 그저 데스크가 주문하는 대로 기사가 나가는 경우가 많다. 작게는 문장 하나부터, 크게는 기사 전체의 틀까지, 안철수 박근혜 이효리 김미화 같은 이슈메이커를 대하는 태도, 만화독자들 사이에서도 사실 마이너리티에 속하는 B급 불량 만화 웹툰을 신문 종합 1면에 다루며 ‘이게 말이 되느냐’고 개탄하는 방식, 게임이 학교 폭력의 원인이라고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기획”을 예로 들었다.

이어 A 기자는 “‘꼰대 신문’이라는 자조가 젊은 기자들 사이에 팽배하지만, 이를 실제로 데스크에 전달할 창구는 사실 전무하다”며 “그저 뒤에서 한숨을 쉴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개성과 창의, 기자 각자의 개성을 무지개처럼 담아내는 신문이 아닌, 전체주의적인 목소리로 똘똘 뭉쳐 굳어져 가는 신문이 되는 게 안타깝다고, 젊은 기자들은 뒤에서 아파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난달

14일 노보에서 김수혜 사회정책부 기자는 <‘주니어들은 왜 회사를 떠나려 하는가’를 읽고> 제하 기고를 통해 “다 맞는 얘기라고 생각하면서도 뭔가가 공감을 가로막았다”며 “나가건 남건 중요한건 능동이다. 회사가 비전을 보여주면 편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우리가 찾고, 편집국이 유연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나부터 구조를 깨야 한다”고 반박했다.

지면 문제와 함께 격무에 대한 성토도 터져나왔다. 지난달 7일 발행된 노보에 기고한 B 기자는 “간부급 선배들은 집에 가지 못하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그걸 당연하게 생각한다”며 “타성에 젖은 관습적 야근, 휴가 갈 때도 눈치를 봐야 하고 출장을 가면 울며 겨자 먹기로 휴가로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기에 대해 다들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이어 “우리는 왜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냐고, 여자 선배들이 행복하게 육아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없냐고 반문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같은달 21일 노보에서도 C 기자는 <“애가 아파도 몰래 병원 다녀와야 하나”> 기고에서 “일주일에 저녁에 아이 얼굴 보는 날이 많아야 하루 이틀”이라며 “우리 신문에 육아 관련 시리즈가 나오면 헛웃음이 난다. 가장 극단적인 육아 케이스는 딴 데서 찾을 게 아니라 우리 신문 내부에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D 기자는 <“조선일보서 ‘엄마기자’로 살아남고 싶다”> 제하의 기고에서도 “역대 조선일보 여기자 중 육아휴직을 감행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한다”며 “이는 언론계에 공인된 ‘레전드’”라고 말했다. 이어 “마음이 아픈 채로, 몸이 병든 채로 일하는 직원들이 많다면 그 직장도 건강할 리가 없지 않을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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