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매체들이 MBC에 단단히 뿔이 났다.

평소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과 방송 내용, 스타들 소식을 다뤄왔던 연예매체들의 최근 MBC 보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MBC 파업 돌입 이후 연예매체들이 MBC를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내는 경향이 뚜렷하다. MBC 노조 관계자는 우스갯 소리로 "요즘 제일 많이 받는 전화가 연예부 기자들 전화"라고 말하기도 했다.

종합일간지 신문에서 한겨레, 경향신문 등을 제외하면 MBC 파업 소식을 찾아볼 수 없거나 신문들의 논조와 비교해도 연예매체들의 MBC 비판 기사가 도드라진다.

MBC 파업이 사회부 기자들과 미디어 담당 기자들의 소재에도 불구하고 파업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연예매체들의 보도를 어떻게 봐야 할까?

우선, MBC 파업 국면이 국민 여론전 성격을 띠면서 전 국민적 관심 사항으로 떠올랐다는 점을 둘 수 있다. 특히 무한도전 폐지설 이후 MBC 파업을 두고 누리꾼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고 김재철 사장 퇴진 운동이 대중의 폭발적 관심을 받고 있는 것도 무관치 않다.

특히 김재철 사장의 무한도전 외주화 검토 발언은 연예매체들의 논조가 프로그램의 흥미 위주 보도에서 파업의 배경으로까지 살펴보는 보도로 발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MBC 최고 인기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폐지 위협을 시청자의 도전으로 받아들이면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된 것은 연예매체들에게도 MBC에 등을 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파업 150일째를 맞이한 지난 27일 김재철 사장의 방송 정상화 발언은 바로 옆에서 취재하면서 예능 프로그램의 실상을 소상히 알고 있는 연예부 기자들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김재철 사장은 사내 게시판에 '조합원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를 올리면서 "이제 우리 MBC의 방송은 사실상 정상화 됐습니다"라며 "드라마, 예능, 교양, 뉴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프로그램이 제자리를 잡았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발언이 나오자 연예매채들은 일제히 MBC가 말하는 방송정상화의 실체에 대한 분석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일례로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한 기자는 라는 제하의 '기자의 눈'을 통해서 프로그램 파행의 실상을 자세히 전했다.

노컷뉴스는 기사에서 "언론을 통한 비방전이 계속되지만 방송은 좀처럼 정상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시청자들에게 파급력이 큰 드라마는 정상적으로 방송되고 있지만 그 외 나머지 프로그램은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PD수첩’으로 대변되는 시사 프로그램은 아예 프로그램 편성표에서 잊혀진지 오래다. 보도 프로그램은 경력기자들을 대거 충원했지만 공정성 논란으로 신뢰와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었다"며 공정방송과 관련해서도 MBC 방송정상화의 허구성을 지적했다.

노컷뉴스는 "채널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매일 아침 기자들에게 특보를 보내기보다, 갈등을 풀기 위한 노력을 보여야 할 때다. 시청자는 봉이 아니다"라며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의 땜방 편성으로 방송이 정상화됐다라고 말하기 보다 파업을 풀기 위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21주 전 방송된 '무한도전'의 하하 대 홍철 결과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라고 비난했다.

머니투데이의 계열사인 스타뉴스의 27일자 제하의 기사에서도 MBC의 방송정상화는 적나라하게 폭로됐다.

머니투데이는 기사에서 "MBC는 방송 정상화를 홍보하는 데 여념없다. 편성표를 훑어보면 표면적인 정상화는 이룬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편성표 뒤의 방송정상화 실태를 지적했다.

머투는 "MBC뉴스는 파업 전부터 '편파보도' 논란을 일으키며 시청자의 비난을 받았다. 뉴스를 제작하던 기자들까지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상황"이라며 "이후에도 시용기자 채용, 권재홍 앵커 사건 톱뉴스 보도 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뉴스의 신뢰도 추락은 시청률로 나타나는 중이다. 파업 전 10%대였던 평일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5% 이하로 곤두박질쳤다"고 보도했다.

머투는 시사교양프로그램도 사실상 전멸했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예능은 MBC의 위기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무한도전 21주 연속 결방, 자구책으로 내놓은 외주 예능프로그램의 시청률 하락, MBC가 자랑하는 <나는 가수다>의 신통치 않는 시청률 등을 지적하면서 MBC 방송정상화의 암울한 앞길을 전망했다.

기사는 말미에 "과연 지금의 MBC는 '방송 정상화'를 이룬 것일까? 그건 '방송 정상화'가 과연 무엇을 뜻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다를 것"이라며 "시청자들은 편성표를 빈자리 없이 채웠다는 MBC의 '방송 정상화'에 손을 들어줄까"라고 꼬집었다.

OSEN도 27일자 <‘파업 150일’ MBC 상반기 예능 성적표 '줄초상'>이란 기사에서 "겉으로는 ‘무한도전’ 빼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 정상 방송되고 있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면서 "무려 150일 동안 대의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일선 PD들이 자식 같은 프로그램에서 손을 놓는 동안 MBC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률 전쟁터에서 포탄 없이 맨몸으로 부딪히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에서는 무한도전을 대신해 선전하고 있는 <놀러와>에 대해 "식상한 구성과 흥미를 이끌지 못하는 섭외력으로 아쉬움을 사고 있다"고 혹평했고, MBC 인기 프로그램 <황금어장>에 대해서도 "두 사람의 공백을 잘 채우고 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연예부 기자들에게 가장 민감한 부분은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소식이다. 그런데 MBC가 말하는 방송정상화는 옆에서 지켜본 결과 너무 터무니 없는 소리라는 것이다.

연예매체들의 MBC 비판 기사가 나온 또다른 배경에는 노사 양측의 치열한 홍보전도 한몫 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양측이 폭로와 해명 보도자료를 보내면서 연예부 기자들이 파업 보도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양측 보도자료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파업 기사를 쓸 수밖에 없고 방송제작 실태를 잘 알고 있는 연예부 기자들에게 파업으로 인한 제작진들의 고충은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소위 MBC 파업 기사들이 장사가 잘 된다는 것도 일정정도 MBC 비판 기사를 쓰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누리꾼들 사이에 'MBC', '김재철', '무한도전' 등의 키워드는 많은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MBC 파업 관련 뉴스가 뜰 경우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이같은 키워드들이 랭크돼 있는 것을 심상치 않게 볼 수 있다.

MBC 노조 관계자는 "김재철이란 키워드로 거의 매일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오르고 있다. 김재철이 뜨고 나면 무한도전이라든지 박근혜라든지 연관 검색어도 차례로 순위로 올라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당연히 연예매체들도 장사가 되는 포털 실시간 검색 키워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렇다보니 큰 관련이 없는데도 '무한도전'이란 단어를 제목에 쏙 집어 넣는 '낚시성' 기사도 눈에 띈다.

한 매체 방송연예팀 기자는 "포털에서 MBC 문제를 집중적으로 노출이 되는 부분도 파업 기사를 쓰는 영향도 있는 것 같다"며 "또한 노사 모두 너무 열심히 자기들을 홍보하는 경향도 크다"고 말했다.

파업 153일째 연예부 기자들은 오는 30일에도 취재를 나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스타급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MBC 노조 주최의 대규모 콘서트가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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