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통신위원회가 8일 카카오톡 ‘보이스톡’ 등 무료인터넷전화(mVoIP)에 대해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허용할지 여부나 요금제에 따라 허용 수준을 결정할지 여부를 통신사의 ‘자율적인 결정’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율에 맡길 사안이 아니”라고 방통위의 이날 발표를 비판했다.

방통위 석제범 통신정책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시장 자율적으로 mVoIP 허용 여부나 허용 수준을 결정하도록 한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게 저희 방통위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현재도 이동통신사업자가 이용약관을 통해서 mVoIP 허용 여부나 허용 수준을 자율적으로 결정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시장 자율기조를 계속적으로 유지해 나가면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자율적 판단에 다라서 요금제를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이용자들이 필요에 따라서 요금제나 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요금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SKT에 대해서는 “만약 (요금인상) 인가신청을 하면 그 때 검토해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현재 SKT는 방통위의 인가를 받아야 요금을 인상할 수 있다. 석 국장은 “아직 저희한테 인가신청을 하거나 최종적인 안을 제출한 상태가 아니”라며 “(요금 인상 인가신청을 할 경우 승인할지 여부는) 지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요금 인상을 그대로 허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신청이 들어오면 무조건 인가하겠다는 건 아니”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방통위의 이날 발표에 대해 ‘직무유기를 계속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는 “자율이라는 것에 속아 넘어가면 안 된다”며 “업계 자율에 맡기겠다고 하면 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기간통신 사업자는 법에서 규정한 의무가 있는 만큼, 절대로 이건 자율에 맡길 사안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전기통신사업법 3조 1항은 “전기통신사업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역무의 제공을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28조3항은 “다른 전기통신사업자 또는 이용자의 전기통신회선설비 이용형태를 부당하게 제한하지 아니할 것”을 이용약관 인가 조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애초 방통위가 mVoIP 차단을 명시한 이통사들의 약관을 인가했던 것부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 상임이사는 “방통위는 (통신사들이 mVoIP를 차단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규제를 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며 “업계 자율에 맡기겠다는 건 사업자의 위법행위를 앞으로도 계속 방치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오병일 활동가도 “통신사들이 이용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앞으로도 방치하겠다는 뜻”이라며 “그동안 방통위가 ‘시장 자율 기조’였다기 보다 규제를 해야 하는데 안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에 명시된 규제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는 “mVoIP 차단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라고 본다”며 “방통위가 규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실련, 언론개혁시민연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인터넷주인찾기, 진보넷, 오픈웹, 참여연대, 함께하는시민행동 등이 참여해 만든 ‘망중립성 이용자 포럼’은 8일 성명을 내어 “SKT와 KT에 대해서도 망 중립성 원칙에 따라 즉각적으로 mVoIP 서비스를 전면 허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SKT와 KT의 mVoIP 차단행위는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의 기간통신 역무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며 “방통위는 SKT와 KT에게 불법적으로 기간통신역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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