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개최 여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방송청문회의 개최가 사실상 물건너가는 것같다. 10일 청와대 총재회담에서 그 어떤 언급이나 합의도 없었다는 데 대해 일각에선 “당연히 방송청문회는 경제청문회와 동시 진행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고 분석했지만 여야 부대변인들의 발언은 이와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약간의 뉘앙스 차이는 있으나 여야 부대변인들은 방송청문회 개최가 어렵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처럼 방송청문회 개최가 불투명해진 데 대해 국민회의측은 한나라당이 방송청문회 개최에 대해 매우 껄끄러워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많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경제청문회보다 방송청문회 개최를 더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방송 인허가 과정에 개입하거나 청탁을 받았다는 게 공개될 경우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어차피 10일 청와대 총재회담이 여야간 사전 의견 조율과정을 거친 상황에서 2개 청문회 모두를 거부하고 있는 한나라당에게 경제청문회를 수용토록하기 위한 타협의 결과였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민회의측이 줄곳 방송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공언한 이유를 살펴볼 때 이같은 타협은 납득하기 쉽지 않은 대목이 있다.
국민회의측은 그동안 김영삼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IMF 경제위기를 초래한 것 못지않게 지역민방과 케이블TV 인허가 등과 관련한 방송정책을 꼽아왔다.

방송사 설립 허가를 남발함으로써 대부분 방송사들이 경영난에 허덕이는 등 방송산업의 총체적 위기를 초래했을 뿐 아니라 인허가 과정에서 기업과 정치인 사이에서 검은 돈이 오고가는 등 정경유착의 또 다른 고리였다고 국민회의측은 평가해 왔다.

국민회의는 그래서 줄곳 “방송청문회는 당론”이라고 공언해 왔다. 지난 5일 국민회의가 자민련과 함께 한 국정협의회에서 방송청문회 개최 방침을 재확인하고, 특히 한나라당이 반대할 경우엔 여당만이라도 청문회 개최를 위한 국정조사 결의안을 처리한다는 강경 방침을 세운 것은 그 연장선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0일 청와대 총재회담 결과는 이런 국민회의의 모습을 초라하게 만들고 말았다. 큰소리만 쳤지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을 뿐 아니라 개혁 의지를 의심 받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언론단체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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