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을 경우 인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미국이나 영국인에 비해 높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어떤 언론이 한림대 의대 연구소 김아무개 교수의 이러한 주장을 기사로 내보냈다. 기사의 제목은 <몹쓸 광우병! 한국인이 만만하니?>로 뽑혔다.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을 경우 인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높을 수 있다는 내용은 얼마나 무시무시한가. 게다가 언론에 실린 내용이니 국민은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청와대나 보수언론 입장에서는 ‘광우병 괴담’으로 치부할 그런 내용 아닌가. 실제로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6일 “(일부에서) 괴담식으로 SNS 등 인터넷 상에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것은 국민의 건강이 관련된 사안인 만큼 자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을 경우 인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높을 수 있다는 기사 내용은 ‘광우병 괴담’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보수언론은 그런 내용을 보도한 언론을 향해 괴담을 유포하는 언론으로 몰아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문제의 기사는 어느 언론의 보도일까. 누가 광우병 ‘공포메신저’를 자처한 것일까. 진보언론일까. 그렇다고 보는가. 그럴 것 같은가. 그러나 진보언론과는 전혀 관계없는 언론이다. 주인공은 바로 동아일보다.

해당 기사는 동아일보 2007년 3월 23일자 24면 머리기사로 실렸던 내용이다. 당시의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었다. 이처럼 보수언론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광우병’의 위험에 대해 적극적으로 경고를 했다.

“광우병을 비롯해 프리온 단백질이 일으키는 병은 일단 발병하면 수개월~수년에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이러한 내용 역시 동아일보 2007년 3월 23일자 24면 사진기사 ‘캡션’에 담긴 내용이다.

동아일보의 당시 보도 내용은 ‘괴담’인가, 아니면 언론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경고인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정부를 향해 ‘광우병’ 위험성을 전하는 데 앞장섰던 언론, 특히 보수언론이 대통령이 바뀌고 한나라당(새누리당) 정권이 탄생하자 광우병에 대한 국민우려를 ‘괴담’으로 몰아간 점은 어떻게 봐야 할까.

보수언론의 ‘광우병 괴담론’은 그래서 문제가 있다. 미국에서 다시 광우병이 발생했다.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는 즉시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신문 광고를 통해 밝힌 바 있지만, 수입중단은커녕 ‘검역중단’ 요구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 건강권을 외면한 이명박 정부, ‘검역주권’을 포기한 채 미국에 잘 보이는 데 더 신경을 쓰는 모습에 국민은 분노를 넘어 절망감을 느낀다. 국민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다 광우병에 걸린다는 주장을 하는 게 아니다. 미국 교포 얘기를 전하면서 수십년간 미국산 쇠고기만 먹었는데 멀쩡하게 잘 살고 있다는 식의 보도는 ‘엉뚱한 얘기’라는 것이다.

국민이 말하고 싶은 점은 모든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을 일으키는 위험한 쇠고기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미국산 쇠고기 가운데 광우병 위험성이 있는 쇠고기는 수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정부라면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검역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에서 다시 광우병이 발생했는데,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돌림노래’만 불러서는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버티고 있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중단을 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헌신짝처럼 차버린 모습이다. 국민을 상대로 사기 치는 정부가 있다는 게 믿겨지는가.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지 않은가. 광우병을 둘러싼 정부 대처 그리고 보수언론의 대처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번에도 다시 ‘광우병 괴담’ 운운하며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모습이 재연되고 있다. 국민의 건강권을 챙겨달라는 요구에 엉뚱하게 ‘빨갱이’ ‘좌빨’ 운운하는 한심한 모습은 또 무엇인가.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 운운하면서 미국 쇠고기 홍보대사를 자처했던 정부와 그런 주장을 앵무새처럼 전하며 확대재생산을 담당했던 보수언론이 그동안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되돌아보자.

민주통합당 최규식 의원은 지난 2009년 10월 14일 국정감사에서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2008년 9월부터 2009년 9월까지 과천 정부청사와 정부청사를 경호하는 전·의경의 쇠고기 소비량을 발표했는데, 전의경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였고, 공무원들이 이용하는 정부청사 식당에서는 단 1g의 미국산 쇠고기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쇠고기 수입재개 후 1년 동안 정부종합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에게 미국산 쇠고기 꼬리곰탕과 내장을 먹이겠다고 밝혔던 정운천 당시 농림부 장관의 주장과는 달리 공무원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자 전·의경으로 고생하는 젊은이들에게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이고 공무원은 전혀 먹지 않았다는 소식은 미국 쇠고기를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라 홍보하던 이명박 정부의 두 얼굴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조선일보는 또 어떤가. 국민 불안의 목소리를 ‘광우병 괴담’으로 치부했던 조선일보의 구내식당에 ‘광우병 발생 위험이 없는 호주산 청정육’을 사용한다는 홍보문구가 붙어 있는 사진이 2008년 당시 공개되면서 입방아를 자초한 바 있다. 자신들도 불안해서 안 먹는 미국산 쇠고기를 왜 애꿎은 전·의경들과 국민에게는 먹어도 된다고 하는가.

‘광우병 파동’이 2008년 촛불정국으로 번지면서 이명박 정부를 최대의 위기로 빠뜨렸던 이유는 국민 건강권이 걸린 문제였기 때문이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자 의무이다.

광우병에 대한 우려는 ‘괴담’이 아니라 ‘현실’이다. 국민은 여전히 불안하다. 언제까지 오늘 점심에 먹은 ‘호주산’이라는 쇠고기가 혹시 ‘미국산’은 아니었는지 걱정해야 하는가.

미국산 쇠고기는 먹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라 미국산 쇠고기 가운데 광우병 위험이 있는 부위는 먹지 않도록 정부가 제도적인 노력을 해달라는 얘기다.

보수언론도 ‘광우병 괴담’ 프레임 짜는 데 골몰하지 말고 국민의 소리를 들어서 제대로 된 ‘보도’를 하기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2007년 3월 23일자 동아일보 24면에 실렸던 내용을 다시 전한다. 보수언론이 지난 정권에서는 광우병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도했는지 되돌아봤으면 하기 때문이다. 당시 기사에 담긴 내용은 이것이었다. 
 
“광우병을 비롯해 프리온 단백질이 일으키는 병은 일단 발병하면 수개월~수년에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