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구체제에서 새로운 체제로,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난 3일 광주 전남대 강연에서 젊은이들의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20~30대, 특히 20대 투표율은 19대 총선 판세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원장이 20대 대학생들 앞에서 투표 참여를 호소했고, 여러 언론이 그러한 내용을 보도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투표 참여 호소는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많이 다르다. 야당과 시민사회가 20대 투표 참여 운동에 적극적이라면 여당은 혹시나 20대가 투표장에 많이 나오지 않을까 경계의 눈초리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20대 투표율 저조=보수정당 승리’라는 공식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친박연대, 친박 성향 무소속 등 현재 여권에 180석 가량의 의석을 안겨준 18대 총선의 전체 투표율은 46.1%로 역대 총선 사상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57.2%까지 떨어졌던 투표율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60.6%로 반등했지만, 18대 총선에서는 46.1%로 14.5%포인트나 급락했다. 서울 지역 투표율은 45.8%로 평균 투표율을 밑돌았고, 당시 한나라당은 서울 48개 지역구 중 40개 지역에서 승리를 거두는 압승을 기록했다.

주목할 부분은 18대 총선 당시 20대 투표율은 28.1%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30대 역시 35.5%의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20대 투표율은 특히 낮았다. 20대 중에서도 25세부터 29세까지의 후반세대 투표율은 23.4%에 머물렀다.

20대 후반세대 4명 중 1명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젊은층의 투표 무관심 속에 현재의 여권은 초대형 압승을 이끌어냈다. 20대에게 인기가 좋은 안철수 원장의 투표 참여 호소가 20대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을까.

19대 총선 역시 20대 투표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20대 투표율은 휴일에 치러지는 전국단위 선거에서도 50% 돌파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만약 20대 투표율이 50%를 넘어선다면 전체 투표율은 60% 이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정도로 투표율이 상승한다면 새누리당에 훈훈한 결과를 안겨줬던 여론조사와는 다른 선거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20대 투표율 50% 돌파는 불가능한 일일까. 꼭 그렇지도 않다. 2000년 이후 치러진 전국단위 선거에서 50% 벽을 돌파한 경우는 한 번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켰던 2002년 대선으로 당시 20대 투표율은 56.5%에 이르렀다.

당시에 20대 투표율이 저조했다면 대통령의 주인공은 노무현 후보가 아닌 이회창 후보가 됐을 가능성도 있다. 20대 투표율은 지난 총선 때 28.1%까지 추락했지만, 2010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당시 20대 투표율은 41.1%로 나타났다.

20대 투표율 50% 돌파가 불가능한 목표는 아닌 셈이다. 20대 투표율이 최소한 50%를 넘어서는 것은 특정 정당의 유불리를 떠나 정치권이 권장해야 할 사안이다. 더 많은 젊은이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정치권도 그들의 주장을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총선의 경우 2008년 총선보다는 투표율이 올라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50% 초반을 기록할 것인지, 중반을 기록할 것인지, 후반을 기록할 것인지 60%를 돌파할 것인지 등 분석은 엇갈린다.

투표율 상승을 예측하는 이유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사 결과와 여야 지지층 결집 현상 때문이다. 중앙선관위 유권자 1차 의식조사에서는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56.9%로 나타났다. 2010년 지방선거 때는 중앙선관위 1차 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54.8%, 실제 투표율은 54.5%로 나타난 바 있다.

중앙선관위 이번 조사에서는 20대의 경우 4년 전보다 10.0% 포인트, 30대는 12.7%포인트나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늘어났다. 20~30대의 투표참여율이 증가할 것이란 점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박원순 시장 당선을 이끌어냈던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 때는 휴일이 아닌 평일 선거로 치러졌음에도 투표율이 48.6%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이는 휴일에 치러진 2008년 18대 총선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19대 총선 최종 투표율은 어떻게 될까. 20~30대, 특히 20대 투표율에 달려 있다. 과연 '벽'으로 인식됐던 20대 50% 투표율을 넘어설 것인지 관심 있게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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