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사 공동 여론조사는 영향력이 지대하다. 저녁 메인 뉴스와 아침 메인 뉴스에서 지역구별로 후보들의 얼굴 사진과 지지율이 TV화면에 나오니, 그것도 똑같은 내용이 방송 3사를 통해 함께 나오니 영향력은 대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신중한 여론조사를 해야 한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방법으로 조사를 했으니 그만이라는 정도로는 곤란하다. 언론이라면 적어도 공영방송(KBS MBC)이라면 어떤 조사 방법이 실제 민심을 더 잘 반영하는지 심사숙고해서 나은 대안을 찾고자 노력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4월 2일부터 방송 3사가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내용을 보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선거에 개입하는 ‘여론조사 정치’를 둘러싼 깊은 의문이 든다. 방송 3사는 자사의 ‘공신력’이 뿌리부터 흔들릴지도 모르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남 얘기가 아니다. 이미 2010년 지방선거 때 혹독한 망신을 당하지 않았는가. 당시 휴대폰을 뺀 여론조사 결과가 어떤 후폭풍으로 다가왔는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방송사는 이렇게 항변할지 모른다. 다른 언론도 휴대전화를 뺀 집전화 여론조사를 RDD(임의전화걸기) 방법으로 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말이다. 전혀 틀린 말도 아니다.

그렇다면 거꾸로 묻고 싶다. 휴대전화를 빼고 집전화 여론조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전체 표본을 대표하는 ‘제대로 된 여론조사’라고 믿는 것인가. 그렇다고 장담할 수 있는 것인가. 휴대전화 여론조사가 현행법의 미비로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대세는 '집전화+휴대전화' 병행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보수언론 역시 집전화+휴대전화 병행조사를 한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최근 발표하는 여론조사가 바로 그것이다. 휴대전화만 보유한 이들이 집전화를 함께 보유한 이들과 ‘정치 성향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나온 결과이다.

2011년 10월 21일자 조선일보 분석 내용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범야권 단일후보인 박원순 후보의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내용이다.

1) 집전화도 보유한 유권자

나경원 후보 46.3%, 박원순 후보 39.5%

2) 휴대전화만 보유한 유권자

나경원 후보 28.1%, 박원순 후보 56.6%

집전화도 보유한 유권자 조사에서는 나경원 후보가 앞섰지만, 휴대전화만 보유한 유권자에서는 거꾸로 박원순 후보가 두배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휴대전화만 보유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나라당(지금의 새누리당)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문제는 휴대전화만 보유한 이들이 조선일보의 당시 발표에서도 서울을 기준으로 18%에 달한다는 점이다. 휴대전화만 보유한 이들을 여론조사에서 제외하면 결국 새누리당에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다는 얘기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휴대전화를 뺀 집전화 위주 조사는 여론조사의 기본 중 기본인 ‘표본의 대표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에 훈훈한 평가를 안겨준 방송 3사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휴대전화를 뺀 집전화 여론조사에서 서울 영등포갑의 경우 방송 3사는 새누리당 박선규 후보가 35.1%, 민주통합당 김영주 후보가 30.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박선규 후보가 4.8%포인트 앞선 결과이지만, 오차범위(±4.4%포인트) 안의 결과라는 점에서 누구의 우위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흥미로운 대목은 중앙일보가 4월 3일자 1면에 발표한 서울 영등포갑 여론조사 결과이다.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민주통합당 김영주 후보가 42.6%, 새누리당 박선규 후보가 32.8%로 민주당 후보가 오차범위(±4.0%포인트)를 뛰어 넘는 9.8%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다.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통합당 김영주 후보가 새누리당 박선규 후보보다 ‘우세’하다는 판단을 내려도 되는 결과인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중앙일보 여론조사는 ‘휴대전화+집전화’ 여론조사라는 점이다.

휴대전화를 넣고 빼느냐에 따라 영등포갑 여론조사 결과는 14.6%포인트라는 ‘오차’를 보였다. 방송사는 말을 해야 한다. 정말 휴대전화를 빼고 여론조사를 해도 실제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가. 아니면 새누리당에 훈훈한, 실제 민심과는 차이가 있는 결과를 전하게 되는가.

방송사는 앞으로도 휴대전화를 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방송 3사 공동 여론조사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것이 실제 민심을 반영했는지 걱정스럽다는 점이다.방송사가 섣불리 서울의 ‘새누리당 우위’ 주장을 펼치다가는 다시 국민의 냉소를 자초하는 망신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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