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를 뺀 집전화 여론조사 결과는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KBS MBC SBS 등 방송 3사는 이미 2010년 지방선거 때 실제 선거결과와 동떨어진 여론조사를 공동 발표해 망신을 당한 바 있다.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방송 3사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방송 3사는 4월 2일 메인 뉴스를 통해 서울 21개 지역구에 대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의 불법 민간인 사찰 파문이 확산된 가운데 실시된 여론조사라는 점에서 주목되는 결과였다.

방송 3사 여론조사 결과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지상파 방송 3사 여론조사라는 것 자체가 ‘신뢰도’를 높이는 조합인데다 실제 개표결과처럼 후보자 얼굴과 지지율을 TV 화면을 통해 전달해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이 남다르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는 KBS MBC SBS 등 방송 3사가 미디어리서치 등 3개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3월 31일과 4월 1일 각 선거구별로 500명씩 RDD 방식의 유선전화로 조사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이다.

표본오차를 고려할 때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8.8%포인트 이내라면 어떤 후보의 우세라고 표현할 수 없는 접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발표한 방송 3사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오차범위 내의 승부가 많지만, 종합해보면 새누리당 쪽이 나쁘지 않은 결과이다.

새누리당은 은평을, 동작을, 서초갑, 강남을, 송파을 등에서 오차범위 밖의 우위를 보였고, 민주통합당은 도봉갑, 마포을, 동작갑 등 3곳, 통합진보당은 노원병 1곳에서 우위를 보였다. 서울 용산과 송파병 역시 오차범위 경계인 7~8% 가량 새누리당 후보가 높은 수치를 보였다. 오차범위 안쪽의 결과이긴 하지만 새누리당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이다.

MBC 뉴스데스크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2개 꼭지의 뉴스를 전하며 이런 분석을 곁들였다.

“서울 강북지역 중 조사를 의뢰한 11개 관심지역의 정당지지도 면에서 새누리당이 9곳에서 우위를 보인 가운데” “서울 한강이남 지역 중 조사 의뢰한 10개 지역에서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이 8곳에서 우위를 보였습니다.”

방송 3사 여론조사 결과가 맞다면 19대 총선, 특히 서울에서는 새누리당이 기대를 품어도 되겠지만 의문이 앞서는 이유가 있다. 

지방선거 때 방송 3사가 보여준 행태 때문이다. 당시에도 지상파 방송 3사 공동 여론조사라는 ‘신뢰도’를 앞세워 관심을 끌었다. 지방선거를 정확히 6일 남겨둔 2010년 5월 27일 지상파 3사는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전했다.

당시 MBC 뉴스데스크는 <수도권, 한나라 ‘초강세’>라는 제목의 메인 뉴스를 실었다. 당시 방송 3사가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는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 50.4%, 한명숙 민주당 후보 32.6%의 결과였다. 오차범위를 훌쩍 뛰어넘는 17.8% 포인트의 격차였다.

방송 3사가 선거에 임박해 이런 보도를 내보내면 야당 지지층은 투표 의욕이 꺾일 수밖에 없다. 어차피 투표장에 나가봐야 당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 예측과는 달리 실제 오세훈-한명숙 후보의 개표 결과는 0.6%포인트에 불과한 초박빙 승부였다.

정치 여론조사, 특히 방송 3사 여론조사처럼 신뢰도가 높다는 ‘착각’을 불어넣을 수 있는 여론조사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방선거 때 선거를 6일 앞두고 내보낸 여론조사 뉴스에서 <한나라 ‘초강세’>라는 제목을 뽑았던 그 언론은 지방선거 다음날인 6월 3일 <한나라 완패>라는 제목의 선거 결과를 전했다. 방송 3사 여론조사 결과는 '망신'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의 불법 민간인 사찰로 국민적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에서 정말로 서울 민심은 새누리당에 우호적인 상황일까. 방송 3사가 4월 2일 메인뉴스를 통해 전한 내용은 그런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정치 여론조사’의 한계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점에서 ‘수치의 함정’에 빠지는 것은 위험하다.

방송 3사가 발표한 여론조사라고 해서 다른 언론이 수치 자체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받아쓰기 보도’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얘기다. 이번 여론조사의 관전포인트는 휴대전화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집 전화가 있는 이들과 휴대전화만 지닌 이들의 정치성향 차이가 없다면 집 전화 여론조사도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집 전화와 휴대전화 여론조사에 명백한 ‘정치성향 차이’가 존재한다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조선일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5일 앞둔 2011년 10월 21일자 5면에 서울시민의 집전화와 휴대전화 보유 현황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18.0%는 집 전화 없이 휴대전화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집전화와 휴대전화 모두를 보유한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할 때는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46.3%, 범야권 단일후보인 박원순 후보 39.5%로 나타났는데, 휴대전화만 보유한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는 거꾸로 박원순 후보 56.6%, 나경원 후보 28.1%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휴대전화만 보유한 이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할 때 새누리당 쪽 지지율이 뚝 떨어진 셈이다. 이는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 결과이다. 휴대전화를 빼고 집전화만으로 여론조사를 할 경우 상대적으로 새누리당에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방송 3사가 이번에 발표한 게 바로 휴대전화를 뺀 집 전화 여론조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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