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총선 날 오후 4시부터 하는 선거방송을 못하게 하네요. 이유는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젊은층 투표가 가장 많은데, 그 시간에 선거방송하면 젊은층 투표 독려하는 야당선거운동이라는 논리. 끝까지 방송을 정권의 도구로 써먹을 요량이네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이용마 홍보국장 트위터에 올라온 내용이다. 젊은층이 투표할까 봐 선거방송을 하지 않겠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민주주의 뿌리를 흔드는 사건이다. 정상적인 세상이라면 국민이 더 많이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게 당연하다. 공영방송은 더욱 그렇다. 선거란 무엇인가. 민심을 담는 그릇 아닌가. 민심이 온전히 담겨야 제대로 된 선거 아니겠는가.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투표에 참여하라고 하는 것은 방송의 기본이다. 4시부터 하게 되면 오해를 살까봐 해선 안 된다는 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19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3월 29일 0시 시작됐다. 이제 13일 남았다. 13일 후에는 2012 선거정국의 최대 변수가 될 국회의원 선거가 열린다. 지역마다 국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이다. 양질의 국회의원으로 19대 국회를 구성해야 한국 정치도 질적 발전을 하지 않겠는가.

   
 
 

유권자의 꼼꼼한 선택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지역감정이나 조장하고 색깔론이나 조장하며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이들, 도덕성과 자질에 있어 심대한 하자가 있는 이들은 국민이 걸러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민을 위한 정치, 대한민국을 위한 정치를 제대로 잘 할 수 있는 이들이 선택돼야 한다는 얘기다.

한동안 투표율 하락 현상이 뚜렷했다. 한나라당 승리를 안겨준 2007년 대선,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는 각각 역대 최저 투표율이었다. 국민이 정치에 등을 돌리고 투표장에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 승리했다고 민심을 얻었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더 많은 국민이 투표에 참여하고 그 뜻이 반영된 선거결과라야 당선의 의미도 남다르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투표 참여 운동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마땅하다. 20~30대 젊은층이나 40~50대 중년층이나 60대 이상 어르신들이나 계층, 세대와 관계없이 더 많이 투표장에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투표율이 낮기를 바라는 세력이 있다. 선거 때마다 투표율이 몇 % 이하면 어느 정당이 유리하고, 이상이면 어느 정당이 유리하다는 분석 기사가 쏟아진다. 국민이 투표하지 않아야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은 젊은층 투표율이 올라갈까 봐 가슴을 졸여온 정당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누구의 지적일까. 조선일보가 바로 그렇게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0월 24일자 사설에서 “선거 때마다 젊은층이 투표장에 쏟아져 나올까 봐 가슴 졸여온 한나라당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중앙일보 논설위원으로 있다가 19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으로 들어간 이상일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28일 성명에서 “새누리당은 과거의 한나라당이 아니다. 참으로 많이 달라진 정당이다. 우린 뼛속까지 바꾸려 했다. 과거의 잘못과 깨끗이 단절하고, 국민 여러분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애썼다”고 주장했다.

얼굴은 그대로인대 화장만 고친 것인지, 진짜 다른 사람인지 평가는 국민이 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스스로 “과거의 한나라당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실천을 하면 된다. 조선일보가 지적한 “선거 때마다 젊은층이 투표장에 쏟아져 나올까 봐 가슴 졸여온 한나라당”이라는 오명을 씻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20~30대도 국민이다.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떨어지는 그들이 더 많이 투표장에 나오도록 여당이나 야당이나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상황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은 주거니 받거니 ‘색깔론’ 이슈화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선거 앞두고 ‘색깔론 공세’인가. 심지어 정치 냉소를 부추기는 보도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여당도 야당도 똑같다” “정치인들 원래 다 그렇고 그렇다” 등의 주장은 정치 냉소, 정치 혐오 유도를 통해 젊은층의 투표 불참을 이끌려는 꼼수 아닌가.

그런 꼼수가 통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9대 총선 제1차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을 보면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는 적극적 투표 의향층은 56.9%로 나타났는데, 20대와 30대는 각각 18대 총선보다 10.0%포인트, 12.7% 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30대의 투표 참여 열기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다. 국민이 더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고자 한다면 기뻐할 일 아닐까. 이런 상황을 보며 겁을 먹는 이들이 있다면, 불편하게 느끼는 이들이 있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장면인가. 국민이 투표할까 봐 벌벌 떠는 그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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