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이 19대 총선을 앞두고 다시 한 번 ‘북풍 몰이’에 나섰다. 중앙일보 논설위원 출신인 이상일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25일 통합진보당을 겨냥해 “김일성 초상화를 걸어놓고 묵념하는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의 ‘색깔론 공세’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의 후보 사퇴 과정에서 더욱 증폭됐다. 조선일보는 24일자 <종북파가 진보당 휘어잡고 진보당은 민주당 끌고 가나>라는 사설에서 “이정희 파동은 80년대 대학가를 주름 잡던 종북파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해주었다”고 주장했다.

문화일보도 26일자 <‘민주당+진보당’ 공동선거운동은 종북연대 아닌가>라는 사설에서 “(진보당은) 북한과 유사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국민은 극소수의 일부 종북 세력에 진보당이 휘둘리고, 다시 민주당이 끌려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27일 한겨레 인터뷰를 통해 “저와 당이 누군가의 조종을 받는다거나, 누가 이 당을 조종하는지 국민이 모르고 있다는 보수언론의 주장은 100% 소설”이라고 주장했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색깔론은 과거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2010년 지방선거 때는 ‘역풍’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은 ‘북풍 몰이’에 힘을 실었지만, 선거 결과는 여권의 참패로 이어졌다. 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범야권 단일후보인 박원순 후보를 향해 여권의 색깔론 공세가 이어졌지만, 선거는 여권이 패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이 제기하고 있는 이른바 종북 논란과 색깔론은 선거 때마다 새누리당이 들고 나온 구태의연한 선거운동 방법”이라며 “새누리당이 재탕, 삼탕 우려먹고 있는 색깔론은 명절 때마다 방송사가 우려먹던 철지난 홍콩영화처럼 재미없고 무성의하게 느껴진다”라고 지적했다.

언론 내부에서도 색깔론 재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향신문은 26일자 <또 부는 색깔론, 역풍으로 심판 당한다>라는 사설에서 “색깔론은 폭력적이되 그 폭력성의 책임에서는 자유롭다. 그저 ‘아니면 말고’하면 끝이다. 이번 색깔론의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다시 전열을 정비한 야권연대를 분열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위영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지금 불거지고 있는 새누리당의 얼토당토않은 색깔공세는 지난 4년 동안의 총체적인 국정 실패에 대한 심판을 모면하기 위한 선거용 기획이벤트”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북풍 몰이’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새누리당 부산시당 선거대책위원회 고문은 ‘색깔론 공세’를 둘러싼 우려에 대해 27일 부산 선대위 출범식에서 “색깔론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색칠을 하고 분칠을 하고 얼굴을 가장한 진면목을 밝히려는 것”이라며 “왜 김정일, 김정은 3대 세습체제에 대해서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있는지, 왜 붙잡혀 가면 총살을 당하는지 알면서도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 외면을 하는지 밝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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