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가 봄 개편을 맞아 정규프로그램으로 새로 편성한 23개 프로그램 중 13개를 외주제작하는 등 공영방송으로서 부적절한 경영을 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곽덕훈 사장은 EBS의 외주제작 비율 증가를 지적하는 질문에 “공생, 상생으로 생각해 달라”고 답했다.

EBS는 16일 프레스센터에서 봄 편성 설명회를 열어 지상파 TV 및 FM 라디오, 플러스1·2와 영어채널 등 복수의 채널에 대한 개편 방향과 내용을 밝혔다. 열쇠말은 공교육 보완 강화, 글로벌·스마트 방송 등이고 편성방향으로 공동체 회복, 생애주기별 교육 콘텐츠 강화, 대학별 고사 대비 강좌 확대가 눈에 띄었다. 최근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한 예방프로그램으로 ‘연중기획-폭력 없는 학교’을 정규 편성했다.

특히 지상파 TV는 ‘달라졌어요’ 시리즈를 중심으로 편성됐다. EBS는 주인공을 부모, 부부, 고부, 상사 등으로 넓혀 총 4편의 ‘달라졌어요’를 금요일을 뺀 평일 오후 7시 35분부터 8시 25분까지 본방송으로 내보낸다. 주말에는 오후 9시 20분부터 11시까지 하루 두 편씩 다시 송출한다.

김유열 편성기획부장은 “지난해 ‘학교란 무엇인가’ 중 한 편인 ‘선생님이 달라졌어요’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며 편성 이유를 밝혔다. EBS TV는 또한 어린이드라마 ‘별들의 합창’을 새로 시작하고 ‘딩동댕 유치원’의 내용을 콘텐츠 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전면 재설계했다.

문제는 과도한 외주제작이다. 상반기에 내보내는 ‘달라졌어요’는 모두 외주제작사가 만든다. 하반기에 편성된 선생님 편만 자체제작이다. 새로 편성된 23개 정규프로그램 중 10개만 자체제작이고 절반이 훌쩍 넘는 13개는 외주제작이다. EBS의 외주제작비율(방송시간 기준)은 개편 전보다 5.1%p 오른 33.4%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규정한 외주제작비율은 ‘20% 이상’이다.

미디어오늘이 간판프로그램을 대부분 외주제작사에 맡기고 지난해보다 오른 외주제작비율 이유를 묻자 김유열 편성기획부장은 “핵심 프로그램을 외주제작한 건 맞지만 자연 다큐 등 킬러 콘텐츠는 자체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체 제작할 수 있는 PD가 58명인 점을 들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곽덕훈 사장이 설명을 이었다. 곽 사장은 외주제작비율 증가를 꼭 나쁘게만 볼 순 없다는 식의 설명을 덧붙이면서 “(EBS는) 슈퍼 ‘갑’으로 군림하지 않고 외주제작사와 상생, 공생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외주제작이 일감을 찾기 힘든 제작사와 프리랜스 PD에게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실제 EBS의 외주제작 비율은 KBS, MBC, SBS 등 다른 지상파 방송과 비교해 낮다. 그러나 외주제작 비율을 해마다 늘려가는 건 공기업의 경영전략으로 적절하지 않다. 상생,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은 비용절감, 비정규직 양산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기 때문이다.

특히 EBS는 수신료, 방송발전기금 등 공적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고 교육방송공사법의 공사 설립 취지가 학교교육 보완, 평생교육 구현, 민주적 교육발전이라는 점에서 볼 때 외주제작 비율 증가는 특히 이해하기 힘들다.

EBS는 수능·자격증 강의 등 상대적으로 제작이 쉬운 플러스1·2 채널은 95.5%, 85.2% 자체제작하면서, ‘달라졌어요’, ‘세계테마기행’ 등 다큐나 르포프로그램이 많은 지상파 채널의 외주제작을 늘렸다. 비용절감이 목적 아니냐는 의견에 설득력이 실리는 대목이다.

한편 EBS 라디오 개편의 얼개는 ‘책 읽어주는 라디오’다. 특히 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열 시간 동안 평일 방송분을 편집해 내보내고 분량을 나눠 팟캐스트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초중고 학생 대상인 플러스1, 2는 각각 논술·입시정보, 대상·단계별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영어채널은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과 방과 후 영어교실 콘텐츠를 늘린다. 3년 만에 제작부서 다큐프라임팀으로 복귀한 김진혁 PD가 연출을 맡은 다큐영화 ‘독립유공자의 후손을 찾습니다’ 또한 이번 개편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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