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파이조사(전문가 심층조사)는 2004년 미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후보의 득표율을 0.7% 차로 정확하게 예측해 각광을 받았다. 조진만 인하대 교수와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국내 정치학자 30명을 상대로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초, 두 차례 델파이조사를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일반 여론조사와 달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대선 당선 가능성을 높게 봤다. 문 이사장을 꼽은 응답자는 46.7%,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26.7%,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20% 순이었다.”

동아일보는 2월 10일자 5면에 <4개 예측 모델…야권후보가 2승 1패>라는 기사를 실었다. <오바마 당선 맞힌 미 정치학회 분석 틀 한국 대통령 선거에 적용해보니>라는 부제를 제목으로 뽑은 이 기사는 2012년 대통령선거를 둘러싼 보수언론의 고민과 걱정이 녹아 있다.

철옹성처럼 여겨졌던 ‘박근혜 대세론’은 지난해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자충수 때문에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확정되자 안철수 바람이 정국을 강타했고,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보수언론들은 대선 양자구도에서 박근혜 한나라당(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누르는 것으로 나오는 안철수 원장을 직·간접적으로 견제하는 데 힘을 쏟았다. 안철수 대 박근혜 경쟁 구도를 상정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새누리당) 정권재창출의 걸림돌로 안철수 원장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바람은 잦아들 것이란 관측과는 달리 2012년 2월 현재 안철수 바람은 여전히 거세다. 양자대결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꺾는 여론조사 결과도 변함이 없다. 다만 다자 구도에서 안철수 원장의 지지율은 주춤한 모습이다.

문제는 그것이 한나라당(새누리당) 정권재창출을 기대하는 보수진영, 특히 보수신문 입장에서는 썩 유쾌한 흐름의 변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안철수 바람이 주춤한 이유는 문재인 바람이라는 또 다른 변수가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의 공통된 평가는 문재인 바람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이미 박근혜 안철수 문재인 등 3강 구도가 형성됐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동아일보가 보도한 ‘델파이 조사’ 결과는 주목할 부분이다.

정치학자들은 차기 대통령 당선 가능성에 대해 '문재인>안철수>박근혜' 순으로 높게 전망했다.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과 안철수 원장은 범야권으로 분류되는 인물인데 그들의 당선 가능성을 합할 경우 73.4%에 이른다는 게 이번 ‘델파이 조사’ 결과이다.

한나라당(새누리당)이 너무 일찍 박근혜 독주체제가 굳어진 것도 여권에는 유쾌하지 않은 상황이다. 보수진영에서 가장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는 안철수-문재인 두 사람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장면이다.

안철수-문재인 중 누가 야권의 대선후보가 될 것인지로 모아질 경우 여론 흐름은 그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안철수-박원순 단일화와 같은 ‘감동의 단일화’ 같은 대형 이벤트까지 성사된다면 대선 흐름을 정리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언론이 문재인 대통령 가능성에 대해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는 아주 오래 전부터 문재인 변수에 주목했다. 김어준 총수는 <나는 꼼수다>가 대히트를 하기 이전부터 차기 대선에서 문재인 이사장이 유력한 후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던 <닥치고 정치>라는 책은 한국사회와 정치에 대한 김어준 총수의 시각이 녹아 있는 책이지만, 결국 ‘문재인 대망론’으로 귀결된다. 수많은 사람이 그 책을 읽었고, 정치인 문재인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

주목할 부분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비해 문재인 이사장의 인지도는 낮다는 점이다. 문재인 이사장을 노무현 대통령과 평생을 함께 했던 인물, 핵심 참모 정도로 생각하는 정도이다. 그의 정치 철학이나 인간적인 매력 등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문재인 이사장이 1월 9일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자 그는 단숨에 화제로 떠올랐다. SBS ‘힐링캠프’가 문재인 이사장 인지도를 급상승시켰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잘 몰랐던 문재인 이사장의 인간적인 모습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힐링캠프를 통해 ‘사람 문재인’의 면모가 알려지기 시작했고,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문재인 바람은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이사장에게 고비가 없는 것은 아니다.

4월 11일 총선에서 부산 사상구에 출마한 그는 자신의 승리는 물론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야권의 선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야권이 부산·울산·경남에서 선전하는 결과를 내놓을 경우 문재인 바람은 2012년 대선 흐름을 주도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도 있다.

주류 언론은 주목하지 않았던 김어준 총수의 예언, 그것은 현실이 될까. 결국 4월 11일 부산 민심의 선택에 따라 2012년 대선 구도의 큰 흐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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