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거나 잃을 것은 따로 있다. 이를테면 탐욕(貪欲) 진에(瞋恚) 우치(愚癡)의 탐진치 곧 욕심과 노여움과 어리석음, 이 셋은 그래도 된다. 아니, 그래야 한다. 불교에서 열반에 이르는데 장애가 되는 삼독(三毒)이라 치는 번뇌(煩惱)들이다. 세상에, 낑낑대며 나름 열심히 살아온 한 해의 기억을 깡그리 버리자는 것 아닌가. 망년회(忘年會) 말이다.
‘나 잡아봐라’하며 김정은이 쏘아올린 작은 로켓 때문에 언론들이 한동안 바빴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할 부분은 ‘잔해’와 ‘잔해물’이란 말. 로켓이 서해(西海)에 떨어뜨린 드럼통 같은 쇳조각을 조중동 등 주요 신문과 공중파 방송들은 대부분 잔해로, 지방지 전문지 등 그 밖의 신문이나 인터넷 언
선거철, 신문 방송 할 것 없이 쏟아 붓는 단어가 ‘대권’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다. 대권(大權) [대:ㅤㄲㅝㄴ] 명사, 나라의 최고 통치권자인 국가의 원수가 국토와 국민을 통치하는 헌법상의 권한. (용례) 대권에 도전하다. 대권을 잡다. 한편,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보자.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
언론 현장 어휘론의 한 사례, 중앙일보 최근 인터넷 페이지의 첫머리 기사다. 갈 곳 없어, 출소하며 ‘다시 오겠다’고 말하기도 한다는 안타까운 사람들 얘기 다룬 인상적인 기사다. 그런데 제목 의 ‘자처’라는 말, 아무 이론(異論) 없이
유명 방송사인 SBS의 간판프로그램 8시뉴스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 황당했다. 출연한 어떤 여성이 자기 직장(건강검진센터) 일을 설명하는 대목, 방송사 홈페이지를 인용한다.[기자] 수검자가 누워 있으면 의료진이 찾아와 모든 검사를 진행합니다. 회원 전용 방에는 TV와 오디오 시설은 물론 화장실, 탈의실까지 갖춰져 있습니다. [병원 직원 : 원스톱으로... 이
사전을 찾아본다. 영부인은 ‘남의 아내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언론인’들이 작성했을 글 모음을 뒤져본다. ‘대통령 부인’의 줄임말로 쓰인 ‘영부인’이 수도 없이 많다. 이 얘기는 오래 전부터 여러 사람들의 입에 널리 회자(膾炙)되어온 주제다. 영부인(令夫人)은 &lsq
장미꽃 향수이건 창포 샴푸이건, 우리를 유혹하는 그 향기들은 이제 거의 다 석유화합물 합성(合成) 물질이다. 때깔 좋은 사탕의 체리향도, 커피집의 순백색 휘핑크림도. 실물보다 더 진한 그 무수한 ‘향(香)’들은 이제 발암(發癌)의 큰 의혹을 받는다. 모르면, 죽음 머금은 그 음모(陰謀)마저도 천국의 메시지일 터. 생활용품과 화학공업의
‘세 나라가 정권교체를 앞두고 있는데다 영토문제가 워낙 휘발성이 크기 때문이다’.‘북방한계선 발언과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해 그는 “두 이슈는 휘발성이 크다”고 말했다’.‘현재 개헌, 지방선거 등 휘발성 강한 사안이 줄서있어 여야 대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휘발성은 &ls
견문발검(見蚊拔劍), 모기 보고 칼 뺀다는 얘기. 파리에 화가 나 칼을 뽑는다는 노승발검(怒蠅拔劍)도 한자가 많이 쓰이던 때 비슷한 뜻으로 썼던 숙어(熟語)다. 하찮은 일에 크게 성내거나, 어울리지 않게 거창(巨創)하게 일을 벌이는 것을 이른다.‘지양하다’는 말을 요즘 많이 쓴다. 길에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아무데나 버리는 행위는 지
‘한국산(産) 영어’의 대표적인 말 중의 하나가 ‘멘트’다. 한국에서 쓰이는 뜻으로 치자면, 영어에는 없는 단어다. 어나운스먼트(announcement)를 줄인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단어의 -ment는 ‘동작’이나 ‘결과’를 뜻하는 접미사(接尾辭)다. 즉 앞의 말뜻을
글자의 뜻을 파악(把握)하기 위해서는 다소 ‘테크닉’이 필요할 때가 있다. 영어 단어의 뜻을 새길 때 라틴어나 프랑스어 등의 말밑 즉 어원(語源)을 챙겨보듯, 우리말 중 어떤 글자는 한자(漢字)의 모양이나 뜻을 살피면 속 시원히 풀린다. 물론 한자어가 아닌 토박이말의 풀이에도 말밑이나 말의 유래(由來) 등이 중요한 열쇠가 된다. 최근
어떤 스포츠신문, ‘비운의 여배우 아무개 씨’ 제목의 기사 한 토막이다. 종이신문에도 실렸고, 웹페이지(인터넷신문)에도 올랐다. 기자 이름(크레딧)도 붙어있는, 말하자면 그 신문의 정식 기사다. “이 병원은 아무개 씨 사망 후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이 병원에 대해 특이할 만한 부분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박근혜 씨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듣는다.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사람, 그 지위만큼 영향력이 큰 것이다. 말과 글의 바른 쓰임새를 늘 궁리하는 필자는 박 후보가 옳지 못한 낱말과 숙어들을 되뇌고, 언론 등은 생각 없이 이를 받아써서 잘못을 더 키워나가는 요즘의 모습을 크게 저어한다. 실제 사례를 보자.먼저, &ls
‘…검게 물든 입술 /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 기성세대를 향한 삿대질, 시대가 그를 그렇게 섭섭하게 했겠지. 이 ‘시대유감’이라는 노래에서 했던 얘기의 한 조각이다. 단순호치(丹脣皓齒), 붉은 입술과 흰 치아가 미인(美人)의 모습이다. 정직하지 못한 검
특종 특보 속보 등의 큰 글자가 신문이나 방송에 난무(亂舞)하는 요즘은 어지러운 세상 즉 난세(亂世)다. 그런데 이 ‘용어(用語)’들이 애매(曖昧)하고 모호(模糊)하게 쓰이는 것을 자주 본다. 심지어 틀린 용법도 적지 않다. 이 말들까지 세상을 좀 어지럽히고 있는 것이다. 특종(特種), 기자들의 꿈이다. 특종을 캐서 ‘세상을
10계명은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인들에게 주었다는 다음과 같은 ‘하나님의 계율’이다. △야훼 이외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우상을 섬기지 말라 △하느님 이름을 망령되이 부르지 말라 △안식일을 지키라 △부모를 공경하라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거짓증언을 하지 말라 △이웃의 재물을 탐내지 말라.영어 제목은 &lsq
‘런닝맨’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강호동과 함께 걸출(傑出)한 코믹 MC로 연예계에 똬리를 튼 유재석이 나와 뛴다. 섬뜩한 단어이긴 하지만, 단도직입적(單刀直入的)으로 말할 필요가 있다. 이 제목은 ‘러닝맨’이어야 한다.제목을 지은 이가 혹 생활에서 널리 쓰는 ‘런닝셔츠’를 생각했을까?
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려놓은 글을 보면 ‘의견’이란 단어를 써야 할 자리에 ‘이견’이라는 단어를 쓰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눈에 띈다. 그저 한두 사람의 오해나 착각이려니 하고 무심히 넘어가려다가도 어쩌면 구조적인 문제의 결과일 수도 있겠다 싶어 관심을 아주 버리지는 않았다. 의견과 이견을 같은 말로 오해(誤解)하거나
메아 쿨파(mea culpa), 라틴어로 ‘나의 죄(罪)’라는 뜻이다. 가톨릭 신자들이 차에 붙이고 다니던 ‘내 탓이오’ 스티커의 ‘메아 쿨파’로도 낯익지만, 스페인계 작사가 미셸 리브고쉬가 노랫말 짓고, ‘파리의 하늘 밑’의 위베르 지로가 곡(曲)을 쓴 무지 섹시한 샹송
“자녀들에게 우비를 입히고 우산을 씌우는 것이 좋겠습니다.” 라디오 방송의 어떤 여성 ‘리포터’가 한 얘기다. 일본 지진 해일 때 핵(核)발전소 폭발로 생긴 방사능(放射能)이 비에 섞여 내릴 수 있으니 비 올 때 엄마가 챙겨야 할 일이란다. 아직 우산 쓰는 것으로 불안감이 완전히 가셔지지 않으니 ‘비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