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우리는 충격적인 영상을 접하게 된다. ‘부수적 살인’이라고 불리는 동영상에는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서 미군의 아파치 헬리콥터 공습으로 로이터 통신기자 2명을 포함해 12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조이스틱으로 게임을 하듯 사람에게 총알을 퍼붓는 미군의 모습은 ‘전쟁’의 잔인한 실상을 보여주면서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리고 한편으론 이 영상을 공개한 위키리크스에 대해서도 사람의 이목이 쏠리기 시작했다.

위키리크스는 해당 동영상 공개를 계기로 세계의 치부를 폭로하는 전 세계적인 사이트로 성장했다. ‘위키리크스와 페이스북의 정치학’이란 부제를 단 ‘공개와 연대’는 위키리크스의 탄생에서부터 외교 문제, 저널리즘과의 관계, 혁명의 배경에 이르기까지 신비에 휩싸인 위키리크스를 꿰뚫는 책이다. 특히 위키리크스로 인해 파생된 여러 주제를 다루고 있어 언론인과 IT 관계자, 인터넷 정책을 다루는 정부 부처 관계자들에게도 꽤 유용한 책이다.

저자는 우선 폭로되는 기밀 정보의 양과 정확성, 정보 제공자의 익명성에 대한 철저한 보장이 오늘날의 위키리크스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정보 데이터를 보존하는 서버를 개인정보나 데이터에 대한 법적 보호수준이 높은 스웨덴이나 벨기에 등에 설치하는 치밀함을 보여줬고 위키리크스의 사이트에 올라오는 것과 완전히 동일한 정보를 보존해 공개하는 ‘미러사이트’가 많다는 점도 위키리크스가 고발자에게 환영을 받는 점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천재 해커인 위키리크스의 창시자이면서 편집장인 줄리언 어산지에 대한 평가도 빼놓지 않았다. 어산지는 지난 2010년 강연차 방문한 스웨덴에서 두명의 여성과 지내면서 강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데, 저자는 “어린 시절 37번이나 이사를 다녔던 어산지는 그야말로 유목민적 생활 방식의 소유자로 지금도 집 없이 지인의 집이나 호텔 등을 전전한다고 한다. 어떤 측면에서는 이것이 위키리크스를 지휘하기에 최적의 생활방식일지도 모른다. 다만 때로는 그런 생활 방식 때문에 곤경에 빠지기도 한다”며 고 지적했다. 특히 저자는 많은 지면을 할애해 위키리크스와 미디어와의 관계를 조명했다.

위키리크스는 지난 2010년 아프간 전쟁 관련 기밀문서를 공개할 때 영국 <가디언>, 미국 <뉴욕타임즈>, 독일 <슈피겔>과 제휴했다. 저자는 자칭 언론인인 어산지는 위키리크스를 매스미디어로 만들기를 꿈꿨지만 누구나 쉽게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미디어가 될 수 없다는 높은 자존심과 일종의 엘리트 의식을 가진 기존의 보도기관과의 인식 차이로 인해 갈등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나는꼼수다>와 같은 팟캐스트를 언론으로 봐야 하는지 맞닿아 있는 얘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확실히 가장 처음 누설 정보를 손에 넣은 주체로서 매스미디어의 상대적 중요성을 떨어질 것”이라면서 “그러나 한편으로 그런 정보를 분석, 검증, 설명하는 능력을 가진 매스미디어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의 기밀 폭로가 정부에 큰 위협이 되면서 검열 형태도 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아마존은 위키리크스에 제공해왔던 서비스를 중지한 바 있다. 아마존은 온라인 서적 판매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수천 개의 컴퓨터를 외부에 대여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다. 위키리크스는 사이버 공격에 견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아마존 클라우드를 이용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리버맨 상원의원의 전화 한통을 받고 위키리크스에 서비스 중지를 선언해버렸다.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의 가장 큰 고객인 미국 정부 중심인물의 요청이라는 점에서 저자는 민간기업을 통한 정부의 ‘대리검열’이라고 지적했다.

저자는 “아마존이 내린 결정은 민간 기업으로서 위법한 행위가 아니다.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규칙도 회사가 정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민간 기업이 자사가 보유한 네트워크나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표현을 통제하는 일도 용인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정부의 ‘꼼수’를 통한 검열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결국 위키리크스의 등장으로 새로운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자가 말하는 새로운 사회란 ‘역파놉티콘’ 사회다. 미셀푸코는 ‘감시와 처벌:감옥의 탄생’이란 책에서 감시탑이 중앙에 있는 원형 감옥을 일컫는 ‘파놉티콘’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파놉티콘은 감시탑에서 독방을 볼 수 있지만 독방에서는 감시탑 안의 간수를 볼 수 없게 블라인드가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저자는 “일반적으로 파놉티콘이라고 하면 정부가 감시탑에 있고 독방에 들어 있는 시민들이 감시당하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위키리크스가 불쑥 등장하며 제시한 것은 우리들 시민이 감시탑에서 정부를 감시하는 구도”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이어 “정부나 대기업을 비롯한 기존의 권위는 정보의 점유와 통제를 통해 그 권위를 구축하고 유지해왔다”면서 “하지만 위키리크스나 페이스북이 정보의 투명화를 극단까지 밀어붙여서, 기존의 권위는 붕괴되고 새로운 권위 체제가 재구축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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