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이 천안함 침몰 직후 유가족(당시 실종자 가족)들에게 46명 가운데 21명이 격실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며 최대 69시간 동안은 생존해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당시 전 국민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불어넣었지만, 실제 구조작업에 참여했던 대원들은 함미 탐색에 들어간 순간 이들이 모두 사망했을 것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진황 해군 해군구조대장(대령)은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유상재 부장판사)에서 열린 신상철 전 민군합조단 민간위원(현 서프라이즈 대표) 명예훼손 재판에서 “당시 구조에 나섰던 구조대원들이 함미 선체를 나이프 뒷부분으로 가격하자 ‘틱틱’ 소리가 났고,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며 이미 죽었을 가능성이 많다는 마음을 가졌다”고 밝혔다.

특히 이같은 소리가 난 것은 선체엔 물이 가득차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김 대장은 설명했다. 김 대장은 “선체에 물이 얼마나 차있는지는 딱딱한 물체로 가격하면 안다. 공기가 남아있다면 ‘텅’ 하는 소리가 나고, 물이 가득차 있으면 ‘틱틱’하는 소리가 난다. 더구나 수심 45m 밑까지 내려가 있었다. 두들겨 본 뒤 공기가 없고, 물이 차있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천안함 함미
 

김 대장이 지휘한 구조대원들이 함미 선체에 접근해 나이프로 두드린 시점은 지난해 3월 29일 낮. 이 때는 ‘생존 가능 한계 시간’으로 알려졌던 69시간 이내였다. 이미 천안함 함미에 있던 장병들은 생존할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장수만 국방부 차관은 천안함 침몰 직후인 3월 27일 국회 국방위 답변을 통해 실종된 천안함 승조원들이 밀폐된 격실에 생존해 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물이 들어오지 않는 격실에서라면 최대 69시간 생존할 수 있다고 밝혔었다. 이 때문에 이른바 군사전문가를 비롯해 많은 언론들은 ‘마의 69시간’ 등의 표현을 써가며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다.

특히 해난구조대원들이 구조에 들어간 29일 저녁 함미 선체의 틈새로 압축공기를 넣은 이유도 전적으로 유가족들의 요청 때문이었을 뿐 자신들은 이미 사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김진황 대장은 증언했다. 김 대장은 ‘함미에 압축공기를 주입한 이유가 뭐냐’는 검찰신문에 대해 “애초 압축공기를 넣을 계획이 없었다”며 “가족들이 넣어줄 수 있느냐고 요청해 넣었다”고 밝혔다.

김 대장은 ‘가족이 요청하지 않았다면 공기를 넣을 생각이 없었나’는 신문에 “그런 시도는 한 적이 없었다”며 “대원들이 함미를 두드려보니 ‘틱틱’하는 소리가 났고, 이는 물이 차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장은 “하지만 가족들이 믿지 않았다”고 전하면서 “(특히) 선체를 건져 올렸을 때 산 사람도 없었지만, 에어포켓(공기주머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해 천안함 침몰 직후엔 국방부 차관을 비롯해 해군이 유가족과 언론에 설명한 것은 크게 달랐다. 해군은 지난해 3월 27일 자정무렵 유가족들에 브리핑을 열어 “생존자 증언을 토대로 사고당시 밀페가 가능한 침실에 머물렀던 탑승자는 21명 정도”라며 “보통 공기 중에는 약 17%의 산소가 있는데 7% 정도로 떨어지면 인명이 위험하다. 21명이 통상적으로 호흡할 경우 최대한 69시간쯤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태호 당시 해군 2함대 정훈공보실장도 28일 SBS <8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배 구조가 격실로 돼 있다 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물이 들어오는 게 차단돼서 방어막을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군 해난구조대가 지난해 3월 29일 밤 천안함 함미선체에 있던 승조원 구조를 하고 있던 장면.
@연합뉴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도 이튿날인 29일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수색했는데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고 다른 물건들도 거의 발견되지 않을 것으로 미루어 봤을 때 침몰되는 순간에 격실을 단단히 잠궜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함내 생존시간’과 관련해 “평균적으로 69시간을 잡는다”고 주장했다. KAIST 해양시스템공학부의 신영식 교수 역시 이날 언론인터뷰에서 “격실에 갖혀 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본다”고 주장했었다.

김진황 해난구조대장의 증언은 이런 당시의 분석과 주장이 얼마나 허망하고 부질없는 일이었는지를 보여줬다. 변호인단의 이강훈 변호사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69시간이니 72시간이니 했던 생존가능성 얘기는 이론상이었을 뿐 현실적으로는 엉터리였다”며 “현장에서도 이미 보고가 있었는데, 군이 왜 솔직히 발표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국민적 비난을 모면하고 국면전환을 위해 그랬을 것이라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며 “아무리 생존을 기원하고 싶은 상황이었지만, 이런 문제를 쉬쉬하고 넘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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