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처럼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지금의 20․30대는 흔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세대’라고 불린다. 이씨의 친구들 상당수는 신문과 방송의 정제된 뉴스를 가까이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편파적이고 일방적인 정보에 휘둘리기 쉽다.”

조선일보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분석하며 SNS 여론을 평가한 대목이다. 조선은 이들을 “문화적으로 다른 종족”, “스마트 안티”라고 주장하면서 “세대 전쟁은 갈수록 격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흥미로운 것은 조선이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로 각하헌정방송 <김어준의 나는꼼수다>를 지목한 것이다. SNS에 활발한 젊은 세대들이 왜곡된 정보에 휘둘려 여권에 ‘레드카드’를 줬다는 주장, 곱씹어볼 대목이다. 

조선은 29일자 3면 기사<2040대 5060…대한민국엔 단절된 두개의 섬이 있다>에서 경희대에 재학 중인 이모(여․24)가 아침에 트위터를 통해 핫이슈와 관련 기사를 보는 것을 소개하며 “이씨의 친구들 상당수는 신문과 방송의 정제된 뉴스를 가까이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편파적이고 일방적인 정보에 휘둘리기 쉽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조선은 SNS에 적극적인 젊은 세대를 장년층과 ‘구별’ 하는 보도를 이어갔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50․60대가 이성적인 담론 세대라면, SNS를 적극 활용하는 20․30대는 감정적인 토크(대화)세대”라며 “이들은 문화적으로 크게 다른 별개의 종족”이라고 전했다.

   
29일자 조선일보 3면.
 
조선은 이어 서태지․이지아 이혼 소송이 알려진 날 BBK 판결이 나온 의혹,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의혹이 SNS에서 활발히 제기된 점에 대해 “20․30대는 SNS를 통해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낸다”고 주장했다.

주목되는 점은 조선이 이같은 해석을 한 뒤 <나는 꼼수다>, 조국 서울대 교수, 소설가 공지영씨를 언급한 점이다. 조선은 ‘나꼼수의 인기’에 대해 “사회자들이 가벼운 흥미 위주의 대화를 통해 각종 현안을 설명하는 방식이 SNS 속 대화와 닮았다는 것”이며, “40대의 조국 서울대 교수와 소설가 공지영씨는 SNS를 통해 이런 20~30세대의 분위기를 40대에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조선은 20~40대를 ‘스마트 안티’라며 이 ‘배후’로 ‘나꼼수’를 지목하기도 했다. 조선은 3면 기사<2040은 ‘스마트 안티’>에서 “20~40대는 10․26 재․보궐 선거를 기성 사회를 조롱하는 대상인양 즐겼다”며 “이들은 이번 재보선에서 SNS를 한껏 활용, ‘물밑 선거운동원’으로 활개를 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은 “국가 공권력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선거 관리 업무까지 이들에겐 놀이의 대상이었을 뿐이고, 이들에게 편승해서 선거 승리를 이뤄내려는 정파들에겐 이용의 대상이 됐다”며 “‘정치 풍자쇼’를 표방한 김어준의 딴지일보 총수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등 4명이 진행하는 ‘나는 꼼수다’도 한몫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SNS라는 수단의 활용도를 기준으로 해 세대 간 갈등 프레임으로 이번 선거 여론을 해석하는 것은 왜곡 논란이 일 수 있다. 논란은 지점은 현재 여권에 대한 쇄신을 요구하고 불안한 현실-미래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민심을 봐야 하는데, 되레 하나의 수단인 SNS 탓으로 돌리는 보도다.

   
29일자 한겨레 사설.
 
곽동수 한국사이버대학교 외래교수는 지난 28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영화를 예로 들며 “우리 영화가 블록버스터의 공세 가운데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사람들을 많이 모았다면 그건 영화가 잘 만들어져서 그런 것이지, 마케팅 업체들이 인터넷에 댓글 쓰면서 ‘우리 영화 보러오세요’라고 했던 게 조금은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릅니다만 오래 가진 않는다”며 “결국 중요한 건 콘텐츠와 내용”이라고 말했다.

곽동수 교수는 또 “입소문을 타고 나가고 이건 SNS나 트위터 같은 게 없던 시절에도 발 없는 말이 천리가지 않았나”라며 “(SNS에 대한 비판은)기존에 여권이나 일반 언론들이 자신들이 평소에 미치던 영향력에 간섭하는 존재가 나타나서 그런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경찰이 <나꼼수> 출연진 전원, 공지영 작가를 수사하는 ‘무리수’를 지적하지 않고 되레 조선이 문제의 배후를 ‘나꼼수’로 돌리는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한겨레는 29일자 사설<경찰의 ‘나꼼수’ 수사를 경계한다>에서 “시사인 보도에 근거해 수많은 언론들이 나 후보의 피부 클리닉 이용 사실을 보도하고 비판했는데 하필이면 나꼼수를 걸고넘어진 것”이라며 “나 후보의 나꼼수 고발과 경찰의 발 빠른 수사 착수 배경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라고 밝혔다.

정말 <나꼼수>가 여론을 왜곡시키고 ‘스마트안티’의 배후일까. 여권의 ‘꼼수’를 ‘꼼수 부리지 않는 출연자’들이 정확하고 진실되게 지적했기 때문이 아닐까.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중앙일보는 22일자 칼럼 <‘사람 두뇌는 꼼수 탐지에 빠르다’>에서 <나꼼수>의 인기를 이렇게 분석했다.

“나꼼수의 치명적 매력은 그들이 만들어낸 스토리의 일부가 정확히 들어맞았다는 데 있다. 오세훈 시장 사퇴나 대통령 내곡동 사저 사건 등은 그들의 빛나는 성공 스토리다. 꼼수 부리지 않는 출연자들이 지금처럼 계속해서 그럴듯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면 나꼼수의 위력은 결코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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