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상황과 날씨를 고려해 일요일쯤 발의 형식을 결정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자회견 없이 법적 요건만 갖춰 발의를 할 수도 있다.”

한국일보는 지난 7월 30일자 5면 <이 난리에 주민투표 발의? 오세훈 곤혹>이라는 기사에서 조은희 서울시 정무부시장 얘기를 전했다. 서울이 최악의 물난리를 겪어 수해복구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저지 주민투표를 조용히(?) 발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는 대목이다.

서울시는 지난 26일 주민투표 요지에 대해 공표한 바 있다. 법적 기한인 8월 1일까지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발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서울에 다시 폭우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31일 오후부터 1일 오전 사이에 서울에 다시 큰 비가 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서울시가 주민투표 발의를 강행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일보에서 언급된 내용처럼 ‘기자회견’ 없이 조용히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발의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실상 정치생명을 건 무상급식 주민투표 발의지만 언론에 최대한 노출시키지 않도록 하는 선택인 셈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이러한 선택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절박함’과 서울시민의 ‘냉랭한 시선’이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이 난리에 주민투표 발의가 말이 되느냐는 냉랭한 여론이 부담이다. 주민투표 발의 자체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 입지를 더욱 약화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언론의 시선도 냉랭하다. 중앙일보는 7월 30일자 <"디자인 서울 재검토하라"…코너 몰린 오세훈>이라는 기사에서 "오세훈서울시장이 '100년만의 폭우' 때문에 곤경에 처했다. 정치 운명을 걸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추진 중인 예민한 시점에서다"라면서 "이런 와중에 오 시장의 최대 정치적 기반인 강남 지역에 큰 피해가 발생하는 바람에 정치적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7월 30일자 5면.
 
   
중앙일보 7월 30일자 5면.
 
오세훈 서울시장의 선택은 두 가지다. 야당과 시민사회, 언론 등의 조언을 받아들여 예산 180억 원이 넘게 드는 무상급식 저지 주민투표를 재검토하는 방법이 그 하나이다. 일단 수해복구에 최선을 다하면서 서울시민들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는 시장의 모습을 보이는 방안이다.

다른 하나는 정치적 논란과 부담 속에서도 무상급식 주민투표 발의를 강행하는 방법이다. 당장에는 비난여론이 빗발치더라도 차기 대통령선거를 위해서는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는 결정이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지지층에서도 ‘오세훈표 주민투표’에 냉랭한 시선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언론에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조용히 무상급식 저지 주민투표 발의를 결정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여론의 역풍을 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서울이 최악의 물난리를 겪은 것과 관련해 수방예산 삭감 논란 등 사실상 인재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세이돈’ ‘강남 무상급水 시장’이라는 달갑지 않는 입방아에 오르는 것도 부담이다.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아이들에게 주었던 밥상을 도로 빼앗는 행위는 어른으로써는 보여선 안 되는 인정 없는 행동이라 생각한다. 관용과 덕망의 행동 이것을 우리 사회는 우리 아이들은 기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부자아이와 가난한 아이를 편 가르는 잘못된 투표, 나쁜 투표는 우리사회의 비정한 모습일 뿐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