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이번 비가 '100년 만의 폭우'라고 했다.(중앙일보 사설)”
“102년만의 폭우…서울심장부가 잠겼다.(조선일보 1면)”
“수도 서울이 104년 만에 최악의 물 폭탄으로 아수라장이 됐다.(세계일보 1면 기사)”

‘100년만의 폭우’ 소식을 전하는 언론 보도 내용이다. ‘100년만의 폭우’라는 언급은 100년에 한 번 나올법한 사건이라는 얘기 아닌가. 그러나 중앙일보 사설과 조선일보 1면 기사가 게재된 시점은 2010년 9월 24일자이고, 세계일보 1면 기사는 2011년 7월 28일자이다.

‘100년만의 폭우’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얘기다.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인 셈이다. ‘100년만의 폭우’라는 언론 표현에는 굉장히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서울시가 물난리를 겪었지만, 이는 100년에 한 번 정도 있는 ‘기상이변’에 따른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얘기다.

언론의 이런 표현은 국민의 시선을 한눈에 잡을 수 있는지 모르지만, 수해대책을 통해 피해를 방지해야 할 정부(서울 등 지방자치단체 포함) 책임을 희석시킬 우려도 있다. ‘100년만의 폭우’라는 언급은 서울시에서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대처하기 어려운 드문 자연재해라는 의미가 담겨 있지만, 이것이 매년 일어난다면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가 될 수도 있다.

   
조선일보 2010년 9월 24일자 1면.
 

   
세계일보 7월 28일자 1면.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서울을 아시아의 베네치아로 만들겠다고 공언해 온 오세훈 시장의 무모한 꿈이 결국 재앙을 불러일으키고야 말았다”면서 “오세훈 시장을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 빗댄 ‘오세이돈’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무상급식에 올인하고 있는 오 시장의 불장난을 비꼬아서 서울시의 ‘무상급水’ 정책이라는 비아냥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오세훈 시장의 냉소적 시선의 주인공으로 여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현실이 불편할 수도 있다. 서울시는 28일 언론에 내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주민 피해가 극심한 현 상황에서 혼란을 초래하는 거짓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 제소 등 법적인 모든 조치를 밟아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의 이런 태도로 오세훈 시장이 입방아의 주인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이 왜 ‘인재’로 지적을 받는지 되돌아보는 게 우선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28일 성명에서 “이번 수해피해에 대해 서울시는 27일 정오까지 400mm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만큼 역부족이었다고 해명했다. 과연 그럴까?”라면서 “서울시는 올해 하수관거 정비·신설 예산은 늘렸지만 하수암거 보수 보강비는 172억원에서 152억원으로 20억원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공무원노조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겉을 치장하는 비용에 엄청난 예산을 퍼부었다. 서울시 신청사 건립 3천억,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4천200억, 한강르네상스 5천400억이라는 엄청난 예산을 썼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100년만의 폭우’ 논란 속에 광화문이 물에 잠겼을 때 대책마련을 강조했지만, 불과 1년 만에 광화문을 비롯해 서울 곳곳에서 ‘물난리’가 나고 말았다. 이번 사건은 우연일까. 한겨레는 지난해 9월 25일자 <수해대책도 재탕 삼탕, 서울시 부끄럽지도 않은가>라는 사설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수도권 물난리 직후인 지난 23일 오후 발 빠르게 '서울시 중장기 수방대책'을 발표했다. 빗물 펌프장 41곳을 내년까지 설치하고 저류조 8곳을 추가로 증설한다는 것 등이 뼈대였다. 서울시가 이처럼 재빨리 대책을 발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다른 데 있지 않았다. 이 대책들은 이미 2007년 발표한 '수방시설 능력향상 4년 계획'에 포함돼 있던 것들이었다. 물난리에 대한 졸속대응 못지않게 수해대책 또한 졸속 베끼기였던 셈이다.”

   
한겨레 2010년 9월 24일자 사설.
 
   
한겨레 7월 28일자 사설.
 
부끄러운 서울시의 모습은 달라졌을까. 지난해에 이어 다시 ‘100년만의 폭우’가 내렸다는, 참으로 이상한 매년 내리는 ‘100년만의 폭우’ 상황에서 서울시의 대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한겨레는 2011년 7월 28일자 <큰 비만 오면 마비되는 디자인 서울의 '겉치레' 시장>이라는 사설에서 “지난해 광화문 물난리 대 내놨던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저류시설, 하수관 확충 등의 대책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청계천 설계 결함도 지적됐지만, 아예 손도 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재탕 삼탕 수해대책 마저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하는 일 없이 놀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누구보다 더 열정적으로 직접 나서서 힘을 쏟는 사업이 있다.

‘오세훈표 주민투표’로 불리는 무상급식 저지 주민투표다. “서울시가 최악의 물난리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복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데 설마 정치적 논란을 증폭시킬 무상급식 주민투표 발의를 강행할까”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현실을 모르는 얘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발의를 늦어도 8월 1일까지는 강행할 예정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의 ‘차별급식’을 유도하는, 눈칫밥 먹는 아이를 만들어내겠다는 그 추진력의 절반의 절반만이라도 서울시 수해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에 힘을 쏟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적어도 ‘오세이돈’ ‘강남 무상급水’ 시장이라는 입방아를 면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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